“북핵 해법, 정계개편 주요 이슈 될 것”
  • 고제규 기자 (unjusa@sisapress.com)
  • 승인 2006.10.27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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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열린우리당 의원 인터뷰/“DJ에게는 인간적으로 송구”

 
국회의원회관 718호, 열린우리당 임종석 의원실. 한쪽 벽에 걸린 커다란 그림이 눈에 띈다. 금강산의 해금강이다. 이 그림만 보아도 임의원이 어느 분야를 중요하게 여기는지 짐작할 수 있다. 재선 의원인 그는 당내에서 남북 관계에 관한 한 전문가이다. 그래서 이종석 통일부장관이 사의를 표하자, 문희상·배기선 의원 등 다선 의원들과 함께 후임 통일부장관 하마평에 이름이 오르내렸다.

지난 10월25일 의원회관에서 임의원을 만났다. 열린우리당 북핵대책특별위원회 위원과 김근태 의장 특보단장을 맡고 있는 그는 피곤해 보였다. 그러나 인터뷰가 시작되자 그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여부에 대한 논란 등 북핵 해법을 두고 당내 의견이 나뉜다.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는 국제적인 가치다. 동의한다. 그래서 정부는 미국이 주도하는 PSI 항목 여덟 개 가운데 다섯 개 항목에 대해 참관 형태로 참여하고 있다. 동맹국으로서 최선을 다한 것이다. 나머지 세 개 항목까지 참여를 확대하면 그 자체만으로 남북 관계는 회복하기 어려운 대화 단절 상태에 빠질 것이다.

안타깝게도 열린우리당 안에서도 PSI를 두고 의견이 갈린다. 시각차가 있고, 철학 차이가 있다. 강경론을 말하는 사람치고, 어떻게 북핵 문제를 풀 수 있을지 해법을 제시하는 사람은 드물다. 과연 우리당이 남북 화해 협력 정책에 대해 확고한 철학과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재점검할 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례적인 행보를 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이 직감적으로 화해협력 정책 전체가 기로에 섰다는 위기감을 느낀 것 같다. 그래서 무리한 일정까지 소화하면서 말하기 어려운 이야기까지 많이 하고 있다. 그런데 화해협력 정책을 대북 정책의 기조로 삼고 있는 정당의 정치인들이, 여론과 야당과 보수 진영의 눈치를 보면서 김 전 대통령이 내는 목소리도 내지 못한다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인간적으로 김 전 대통령에게 송구스럽고 부끄럽다.

10월9일 북핵 실험 이후 곧바로 노무현 대통령은 포용 정책의 수정을 언급했다.
여당 의원한테 현직 대통령 발언에 대해 말하라고 하면 조금 그렇지만, 상당한 혼란을 준 것은 사실이다. 햇볕 정책이든, 포용 정책이든, 평화번영 정책이든 뭐라고 부르든 간에 이 정부의 대북 정책은 화해협력 정책이다. 이를 지속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 정경분리 원칙이다. 지난 DJ 정부 때 서해교전이 났지만 비료를 보냈다. 이런 정경분리 원칙을 확실히 지켰기에 남북 관계가 진전될 수 있었다. 그런데 햇볕 정책을 계승하고 있다는 참여정부에서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정경분리 원칙이 흔들렸다. 겉으로는 화해협력 정책의 기조를 유지한다지만 알맹이는 흔들렸다.

대북 송금 특검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문제가 여기까지 오고, 방향을 잃게 한 사건이다. 대통령의 선의는 이해한다. 집권 초반에 관련 문제를 일단락시키고, 화해협력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선의는 있었다. 그러나 이 문제의 복잡성을 고려하지 않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북 문제뿐 아니라 분당이 여당 비극의 씨앗이라고 언급했다. 김근태·정동영 등 대권 주자도 공감했다.
비슷한 견해다. 정치인은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생각이 같은 유권자를 결집시키지 못하고 갈라놓은 상황에 대해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그렇더라도 지금 시점에 와서 분당의 원인이 누구에게 있는지 재론하는 것은 지지자들에 대한 또 다른 배신 행위이다.

 
북핵 해법의 차이가 정계 개편의 계기나 헤쳐 모이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보는가?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남북 문제를 어떻게 풀지를 두고 정치권이 확연히 갈린다. 이것은 철학의 문제다. 생각이 다르면 정당을 같이하는 것이 어색하다. 북핵 해법의 차이만으로 정계 개편이 이루어지지는 않겠지만, 정치권이 흔들린다면 핵심 이슈 가운데 하나로 떠오를 것이다.

여전히 정권 재창출이 최고의 개혁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 북핵 사태 이후 더 중요해졌다.

그렇다면 정권 재창출을 위해 친노 세력을 배제하는 정계 개편론에 대해서는?
있을 수 없다. 그런 균열이 일어나면 지지자들을 결집시킬 수 없다. 도로 민주당이 되는 꼴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배제하는 정계 개편에 대해서는?
신당이 만들어지더라도 대통령이 따라와야 할 이유는 없다. 대통령은 내년 적정 시점이 되면 자연스럽게 국정에 전념하고 국민들과 대화해야 한다. 당의 선택을 대통령이 존중해야 한다.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솔직히 이것 말고 길이 없다.

재·보선 이후 당의 진로를 두고 시끄러울 것 같다.
지금은 당의장과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확실하게 뭉쳐야 한다. 참여정부의 주요 정책에 대해서 당이 의지를 가지고 뒷받침해주어야 한다.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은 첫발자국을 잘 떼야 한다. 중요한 사람이 무심코 첫발자국을 떼었다가는 뒤따르는 사람들을 전혀 다른 길로 이끌게 된다. 혼란스러우면 걸음을 떼지 않아야 한다.

정계 개편 과정에서 386 의원을 비롯한 재선 그룹의 역할이 주목된다.
재선 그룹이 그동안 역할을 못해왔다. 당에 확고한 중심이 서 있었다면 재선 그룹이 건강한 비판을 하면서 한편으로 허리 역할을 했을 텐데, 중심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가 중심을 자처할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 재선 그룹이 지금 할 역할은 당을 단합시키는 것이라고 본다. 단합은 구심이 형성될 때 가능하다. 무조건 단합할 것이 아니라, 현안에 대한 당론을 정하면서 단합해야 한다. 당의장이나 원내대표는 섣불리 당론을 정리하면 분열될 것이라고 걱정한다. 내가 보기에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태도다. 과감하게 주요 이슈에 대해 당론을 정리하면서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방치하면 나중에 구심이 사라져 수습하기가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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