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수입 쇠고기, 안전한가
  • 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6.11.1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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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30개월령 이하 소도 위험하다” 주장… 정부 ‘광우병 위험 없다’는 국제 규정 내세워 안전 강조
 
광우병은 소 해면상 뇌증(BSE)의 또 다른 이름이다. 놀라운 ‘괴력’의 이 알쏭달쏭한 질병은 프리온이라는 변형 단백질이 병원체(딸린 기사 참조)로 알려져 있으며, 2~30년 이상의 잠복기를 거쳐 발병한다. 병원체는 놀랍게도 고온 고압으로 ‘고문’을 해도 죽지 않는다. 심지어 섭씨 7백°의 오븐 속에서도 살아남는다. 강력한 자외선을 몇 시간 쬐어도, 포름알데히드에 몇 달간 담가놓아도, 땅에 몇 년 동안 묻어놓아도, 수십 년 동안 꽁꽁 얼려놓아도 죽지 않는다.

놀라운 생명력 탓일까. 이 병원체는 잔혹한 파괴를 수반한다. 감염 동물의 뇌는 숭숭 뚫린 스펀지처럼 변하며, 두통·비틀거림·환각·중풍·발작을 경험한다. 또한 걷고 말하고 삼키는 능력을 상실하며, 끔찍한 혼수상태를 거친 뒤 100% 사망한다.

 오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광우병은 전염성 해면상 뇌증의 한 종류이며, 사람에게서 발병하는 전염성크로이츠펠트야콥병(vCJD)과 양에게서 발병하는 스크래피 등과도 관련이 있다. 현재까지 발병 과정과 치료법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연구자들은 동물들의 동물 식육, 동물의 사체(부산물)를 동물에게 먹이는 산업적 식육, 쇠고기에 의해 광우병이 확산된 것으로 추정한다.
 
미국산 쇠고기가 다시 태평양을 건너왔다.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생해 수입을 중단한 지 35개월 만이다. 재수입된 쇠고기는 등심과 뼈가 제거된 갈빗살 등 세 개 부위 9천kg. 이들 고기는 국립수의과학검역원(수의과학검역원)의 전수(全數) 검사에서 안전성이 파악되면, 11월 중순쯤 시중에 풀릴 예정이다. 그러나 검역 과정에서 수입 위생상 금지하고 있는 잔류 물질이나 뼛조각 등이 발견되면 고기들은 전량 폐기되어 다시 태평양을 건너가게 된다.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자신하는 분위기이다. 강문일 수의과학검역원장은 지난 11월7일 한 일간지에 실린 기고문에서 '수차례 국내 전문가들의 심도 깊은 기술 검토를 통해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확인했고, 살코기에서 광우병 원인체가 발견됐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30개월 미만의 소 살코기에서 광우병 병원체가 발견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강원장의 주장에 대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운동을 펼치고 있는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수의사연대·www.vetnews.or.kr)는 “사실이 아닌 내용을 갖고 반복해서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실, 시민단체와 정부의 미국산 수입 쇠고기 논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시민단체의 주장은 간단하다. 정부가 국민 건강보다 미국의 형편을 우선하고, 광우병의 위험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쟁점이 되는 대목은 크게 네댓 가지이다.   

 국민 건강보다 미국의 눈치만 살핀다? 왜 이런 말이 나올까. 농림부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어정쩡한 행동’ 탓이다. 그동안 두 기관은 대통령이 말했던 것처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가 자유무역협정(FTA)과는 상관없다’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그 말은 지난해 9월12일에 작성된 한 문건이 공개되면서 거짓으로 드러났다.

대외비로 분류된 그 문서에는 한·미 FTA의 4대 선결 조건이 스크린쿼터 폐지,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금지 해제,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 완화, 의약품 가격 재조정 금지라고 분명히 적시되어 있다. 그리고 ‘스크린쿼터 축소, 쇠고기 수입 재개’ 뒤에는 화살표(→)와 함께 ‘완전 해결’이라는 토까지 달려 있었다.

 올해 2월9일에 발표된 미국 의회조사국 보고서에도 ‘4대 선결 조건에 대해 한국이 양보하지 않았다면 한·미 FTA 협상은 시작될 수 없었다’ ‘20개월 미만 소의 뼈를 제거한 살코기로 수입을 제한하기를 원했던 한국의 협상가들이 그들의 제안보다 후퇴했다’라는 발언 내용이 적혀 있다. 9월7일 미국 정부 산하 국제무역위원회(USITC)가 발표한 ‘무역의 해 2005’에는 ‘올해 초 한국이 쇠고기와 스크린쿼터 문제에서 양보하고, 양국이 FTA 협상 개시를 발표했다’라는 대목도 들어 있다.

강기갑 의원(민주노동당)에 따르면, 농림부는 애초에 ‘자문단’으로부터 ‘우리나라는 광우병 미발생국이므로 (20개월령 이하 쇠고기를 수입하는)일본보다 더 강한 조처를 받아낸다, 미국의 모든 동물용 사료에 광우병 위험물질(SRM) 사용 금지’ 등의 다섯 가지 요구 사항을 전달받았다. 그러나 그 가운데 우리나라 협상단이 미국측으로부터 얻어낸 사항은  ‘도축시 모든 연령의 소에서 SRM을 제거한다’는 것뿐이었다.

 시민단체들은 이같은 결과가, 정부가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서 나온 것이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미국 정부와 의회는 한국 대통령과 정부 기관에 수차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농림부와 수의과학검역원은 5~8월에 미국의 ‘쇠고기 작업장’을 점검하고, 그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미국 농무부의 눈치를 보았다는 비난을 들었다.

30개월 미만 소에서는 광우병(BSE)이 발견된 사례가 없다?

 이유가 있었다. 국내에 뿌릴 ‘언론 보도문’까지 미국 농림부에 보내 ‘의견 조율’을 거친 것이다. 지난 6월7일, 미국 농무부가 수의과학검역원에 보낸 문서에는 이런 대목까지 있다(수신자는 수의과학검역원 김 아무개 과장. 지난 5월에 수의과학검역원은 한국에 쇠고기를 수출할 미국 작업장을 점검한 뒤, 그곳에서 발견한 문제점을 국내 언론에 알리기 위해 언론 보도문을 작성했다. 그리고 그것을 미국 농무무에 보냈다).

 ‘…한국 농수산부가 (수출) 승인을 연기한다고 말하는 것보다는, 미국 농림부가 추가적으로 제공하는 기술 정보를 검토할 것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생산적이라고 우리는 믿습니다.’‘귀측 언론 보도문에 그런 걱정들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우리 양자가 (사안에 대처할 수 있는) 융통성을 잃는 결과를 초래할 여지가 있습니다. 당신이 특정 우려 사항을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각자 언론 보도를 모두 보류할 것을 요청합니다. …마지막으로 나는 우리가 검토할 기회를 갖지 못한 어떠한 언론 보도문에 어떠한 다른 서류나 자료를 첨부하지 말 것을 요청합니다. ‘

 
 얼핏 보아도 미국측이 지나친 요구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수의과학검역원 관계자는 다르게 해석했다. 손한모 검역검색과 사무관은 “우리 기준과 미국 기준이 다르고, 기술적인 부분이 있어 미리 상의해야만 했다. 절대로 미국의 눈치를 본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종의 외교 관례라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언론에 뿌릴 보도문에 대해 미국 농무부가 ‘이랬으면 좋겠다, 저랬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것은 도가 지나친 태도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30개월 미만 소에서는 광우병(BSE)이 발견된 사례가 없다?  농림부는 국제기구인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을 근거로 ‘30개월 이하 소에서 생산된 뼈를 제거한 골격근(살코기)은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2006년 현재 30개월 미만 소에서 광우병이 발견된 사례는 영국 84건, 일본 2건 등 100건이 넘는다. 더구나 영국에서는 20개월령 소에서도 광우병이 발생했다.

정부가 국민 건강보다 미국 눈치만 살핀다?

  2003년 일본에서 발견된 광우병 소도 21개월령·24개월령 홀스타인이었다. 일본은 그같은 자료를 근거로, 미국과의 쇠고기 수입 협상에서 ‘20개월령 이하 소’만 수입(수출)하기로 합의했다. 우리나라 농림부도 30개월령 이하의 소에서 광우병이 발생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지난해 11월에 작성한 <미국 BSE 상황 및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검토> 문건에 ‘30개월령 미만 소에서 임상 증상 발생률은 약 0.05%로 알려졌다’는 내용을 담은 것이다.

 농림부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업무를 담당하는 오순민 사무관(가축방역과)은 30개월령 이하 소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사례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왜 30개월령 이하의 쇠고기를 수입하게 되었을까. 오과장은 그 사례에 ‘함정’이 있다고 말했다. “영국에서 발견된 광우병 소는 모두 동물성 사료를 금지하기 전인 1996년 이전에 발견되었다. 일본에서 발견된 소의 광우병도 인체에 해가 되지 않는 비정형 광우병이다. 따라서 30개월령 이하 소는 안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꽤 오랫동안 광우병을 추적·조사해온 수의사연대 박상표 편집국장의 말은 다르다. 그는 “비정형 광우병이 사람에게 안전하다는 근거는 없다”라고 말했다. 미국도 2003년에 텍사스 주와 앨라배마 주에서 각각 두 마리의 비정형 광우병 소가 발견되었지만, 사람에게 무해하다는 주장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비정형 광우병이 종간(種間) 전염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05년, 전염성 해면상 뇌증 연구자 부쉬만 등은 비정형 광우병 소(독일산)의 프리온을 소의 정상 프리온을 과발현시킨 형질 전환 쥐에게 투여했다. 그 결과 광우병 전염이 사실로 드러났다. 최근 프랑스와 네덜란드 과학자들도 쥐의 뇌에 비정형 광우병 프리온을 접종한 뒤 광우병 유발을 확인했다. 티에리 배론 등은 2006년 7월에 비정형의 광우병 인자를 유전자 형질 전환을 한 쥐의 뇌에 접종한 결과 ‘종간 장벽’을 뛰어넘어 광우병이 진행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보고했다. 이같은 연구 결과들은 비정형 광우병 소가 사람에게도 전염될 수 있음을 뜻한다.

미국 소는 광우병에 안전하다?

 미국 소는 광우병에 안전하다? 농림부가 반복해서 주장하고 있지만, 한마디로‘글쎄올시다’이다. 이미 세 마리의 소가 광우병에 걸렸고, 미국의 광우병 검사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06년 7월 현재, 미국에서 사육되는 소는 1억5백70만 두나 된다. 그 가운데 한 해에 도축되는 소는 3천5백만 두에서 4천5백만 두. 그 가운데 광우변 검사를 받는 소는 얼마나 될까. 1%밖에 안 된다. 미국 소비자연맹조차 ‘너무 적은 수’라고 지적할 정도이다. 그나마 육안 검사뿐이다. 

 
2006년 2월 미국 농무부 감사관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 6월~2005년 4월 감시 대상 도축장 12곳 가운데 2곳에서 29마리의 주저앉은 소를 도축 처리했다. 그중에 유방염 10마리, 탈구 5마리, 외상 3마리를 빼고는 왜 주저앉았는지 제대로 파악조차 안 하고 도축했다. 주저앉는 동작은 광우병에 걸린 소에서 흔히 나타내는 증상.  EU 25개국에서 광우병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소들을 도축한 뒤, 그 중 1백13두의 소에서 광우병 양성 반응이 있음을 확인한 사례를 떠올리면 미국의 광우병 검역이 얼마나 허술한지 짐작할 수 있다.

 일부 미국 언론과 미국 시민단체들도 미국 내에 광우병 발현을 의심할 만한 소가 상당수 있을지 모른다고 추정한다. <휴스턴 크로니클>는 2005년 7월3일자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되면 목장 전체가 방역 대상으로 지정되어 소를 팔 수 없어서, 목장주들은 광우병 의심 소가 발견되면 정부에 보고하지 않고 그냥 도살한 후 묻어버린다’고 보도했다. 만약 그 보도가 사실이라면 그 수는 얼마나 될까.

소 살코기에는 광우병 병원체가 없다?

 소 살코기에는 광우병 병원체가 없다? 농림부 박현출 축산국장은 9월4일자 경향신문에 투고한 글에서 ‘국제수역사무국(OIE)과 세계보건기구 등이 지금까지 ‘광우병에 감염된 소일지라도 골격근(살코기)에서는 광우병의 원인체가 확인된 적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만약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OIE와 WHO 등은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전염성 해면상 뇌증 연구자들의 주장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스위스 과학자 아드리아노 아구치는 지난 2003년 한 과학 전문지에 산발성 크로이츠펠트야콥병(sCJD)에 걸린 사람 32명 중 8명의 근육에서 위험한 프리온 단백질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소의 근육에서도 프리온이 검출될 수 있음을 뜻하는 실험 결과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 스크립소 연구소는 ‘쥐 실험을 통해서 프리온이 원인이 되는 새로운 심장병을 규명했다’고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박현출 축산국장이 철석같이 믿고 있는 국제수역사무국 ‘규정’에 대해서도 논란이 분분하다. 문제 제기를 가장 강력히 하는 나라는 일본이다. 국제수역사무국이 지난 5월 열린 총회에서 광우병 관련 코드의 1차 개정안에서 광우병 발생 유무와 상관없이 국제적으로 자유롭게 무역할 수 있는 기준에서 ‘30개월령 이하’를 삭제하려고 하자, 일부 국가와 함께 강력히 반대해 저지시킨 것이다. 일본은 또 2005년에 국제수역사무국이 ‘30개월령 미만의 소에서 생산된 뼈 없는 쇠고기에는 광우병 병원체가 없다’고 한 규정에 대해서도, 일본 내 두 마리 소의 말초신경계 조직에서 프리온이 검출된 사례를 들며 의문을 제기했다. 

 게다가  국제수역사무국은 비판적인 과학자와 시민사회 단체 등을 의사 결정에 참여시키지 않아 ‘비민주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국제기구이다. 일부 비정부기구(NGO)는 그 기관에 대해 ‘미국 등 일부 강대국의 입김으로 과학적 근거가 빈약한 규정을 채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비판한다.  

 많은 연구자가 세상 어떤 동물도 전염성 해면상 뇌증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말한다. 1980대 영국 정부도 자국 소와 국민의 안전을 철석같이 믿고 있다가, 수백만 마리의 소와 ‘이웃’을 잃는 엄청난 재앙을 경험해야 했다. 우리나라 농림부도 아직 국내에 광우병이 발생하지 않았다며 안심하라고 강조할 것이 아니라, 연방 사이렌을 울리는 시민단체와 머리를 맞대고 공동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광우병은 현재가 아니라, 미래가 더  공포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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