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양호 국장이 ‘몸통’이라고?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6.12.18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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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외환은행 매각 결재 라인 관료들 ‘무혐의’ 처분…의혹 불씨 여전히 남아
 
지난 12월7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발표한 ‘외환은행 매각 의혹 사건’ 중간 수사 결과는 의혹을 해소하기는커녕 더 키웠다. 검사 20명과 수사관 80명 등 100명에 달하는 특별수사팀이 연인원 6백30명을 소환 조사하고, 13회에 걸쳐 91곳을 압수 수색한 결과치고는 내용이 시원치 않았다. 한나라당이 당장 “특별검사제를 도입해 외환은행을 불법·헐값에 매각한 몸통을 규명해야 한다”라는 보도 자료를 낸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검찰 수사 결과는 한마디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과 이강원 당시 외환은행장이 공모하여 외환은행의 부실을 과장하는 등의 방법으로 외환은행을 헐값에 매각했다’라는 것이다. 은행을 외국 사모펀드에 팔아넘긴 최종 정부 책임자가 당시 재경부 국장이었다는 결론에 고개를 끄덕일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소문이 무성한 정치권 개입 여부는 별개로 하더라도 당시 결재 라인에 있던 관료들이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은 부분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예를 들면 당시 김진표 재경부장관의 경우 검찰은 ‘변양호가 매각 협상을 주관해 진행하면서 주요 상황만 보고했기 때문에 나는 매각 협상에 구체적으로 관여한 사실이 없다’는 김씨의 진술에 주목했다.

“외환은행 매각 당시 청와대에 모두 보고”

그러나 변씨는 검찰에서 “외환은행에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데 론스타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 법적 문제가 있는데 론스타와 투자 문제를 논의해도 좋은가. 경영권이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을 보고한 뒤 하라고 해서 논의를 진행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장관은 또 ‘필요하면 차관이 회의에 참석해 금감위 민간 위원들을 설득하라’는 메모를 결재 서류에 직접 적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검찰 발표대로 당시 김장관이 ‘부당한 지시를 하거나 매각 과정에 불법적으로 개입한 사실’이 입증된 것은 없다. 하지만 최소한 그도 외환은행이 넘어가는 과정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외환은행이 론스타에 매각되는 과정이 청와대에 모두 보고되었다는 주장도 주목된다. 변 전 국장의 변호인인 노영보 변호사는 “당시 청와대 국정상황실과 경제수석실, 경제보좌관실 등에 진행 내용과 결과가 모두 보고되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변 전 국장이 외환은행을 매각하는 데 적극적이었던 것은 맞지만 지금 와서 그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는 것은 너무 심하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론스타게이트 진상조사단(단장 나경원 의원)은 이광재 당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변 전 국장과 2003년 7월22일과 7월24일 두 차례 만난 것에 주목하는 자료를 냈다. 변씨가 사용하던 PDA 파일에 기록된 내용이다. 당시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자격 문제에 최종 합의가 이루어진 직후라는 점을 들어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두 사람은 여러 사람과 함께 만났다. 당시 모임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사회적으로 신용불량자 문제가 커지니 국정상황실에서 TV 토론회를 열어 이 문제를 털자는 제안을 해와 관련자들이 모였다”라고 모임 성격을 설명했다. 재경부와 국정상황실 관계자 다섯 명 정도가 모여 논의했으나 재경부가 반대해 성사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 발표를 계기로 ‘외환은행 매각 의혹 사건’은 당분간 수면 아래로 잠복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의혹이 명쾌히 해명된 것이 아니어서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는 불씨 같은 사건이 되었다. 한나라당도 특검을 강하게 주장하지는 않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언제든 이 칼을 빼들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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