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파워, 지구촌 흔들까
  • 신호철 기자 (eco@sisapress.com)
  • 승인 2006.12.26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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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세계 정치 지형도/각국 대선 일정 빼곡…프랑스 첫 여성 대통령 탄생할지 관심

 
2006년은 유난히 국제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선거가 많았다. 1월 칠레 대선 결선 투표 결과 집권 여당인 중도좌파연합의 미첼 바첼렛 후보가 당선되었다. 칠레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다. 같은 달 팔레스타인 총선에서는 민심을 등에 업은 하마스가 집권 파타당을 꺾고 승리했다. 이후 하마스가 권력을 장악할 것을 두려워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 지역에 연일 폭격을 퍼부었다. 2006년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선거의 자유’를 누린 데 대해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
이탈리아 총선에서는 중도좌파연합이, 스웨덴 총선에서는 우파 연합이 승리했다. 멕시코 대선에서는 우파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선거에서 이겼지만 야당 후보는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고 지금까지 정국이 불안하다.
9월에 일본은 자민당 아베 신조 총리 내각을 출범시켰고, 10월에 브라질 국민들은 중도 좌파 다 실바 대통령을 재선시켰다. 남미에서는 니카라과 좌파 지도자 오르테가 후보가 당선되고,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재선되는 등 좌파 바람이 멈추지 않았다.

이제 2007년이다. 올해도 지구촌 곳곳에서 대통령 선거와 의회 선거가 이어진다. 주요 선거 일정을 따라 2007년 세계 정치 지형도를 미리 살펴본다. 

프랑스 - 4월22일 대통령 선거
2007년 지구촌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바로 프랑스 대선이다. 유엔 상임이사국이자 국제 정치에서 제 목소리를 내는 프랑스의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 하는 것은 유럽을 넘어세계인의 관심사다. 1995년 이래 12년째 집권 중인 자크 시라크 대통령(74)이 물러나고 사회당 세골렌 루아얄과 집권 대중운동연합(UMP)의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이 차기 자리를 놓고 다투게 된다.
현재 여론조사 결과 사회당 세골렌 루아얄 후보(53)가 사르코지 내무장관을 1~2% 앞서고 있다. 세골렌 루아
 
얄이 대선에서 이기면 프랑스 역사상 첫 번째 여성 대통령이 된다. 루아얄은 전통적인 프랑스 좌파에 비해 다소 중도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고, 이 점을 유권자들에게 적극 선전하고 있다.
최근 루아얄 후보는 남편과의 ‘정책 갈등’ 때문에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루아얄의 남편은 현 사회당 당수인 프랑수아 올랑드이다. 많은 프랑스 진보 지식인들이 그러하듯 두 사람은 혼인신고나 결혼식을 하지 않은 채, 네 자녀를 낳고 30년 이상을 함께 살았다. 그런데 최근 올랑드 당수가 부유층에 대한 사치세를 인상하겠다고 밝히면서 둘 사이 공조에 금이 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루아얄은 우파 유권자를 고려해 세금 인상에 대해 모호한 자세를 취해왔다.
물론 프랑스 정치에서 우파와 좌파를 따지는 기준은 한국과는 차이가 있다. 사회당의 사치세는 우리나라로 치면 민주노동당의 공약과 가깝고, 프랑스 우파의 정책은 열린우리당보다도 더 왼쪽에 있다.

일본 - 7월 참의원 선거
한국인에게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외국 선거 일정으로는 2007년 7월 일본 참의원 선거가 있다. 아베 정권의 향배를 가르는 선거다. 출범 초기 아베 내각 지지율은 63%에 달했고, 취임 이후 중의원 보궐선거와 오키나와 현지사 선거에서 압승해 거침없이 질주했다. 그가 취임 후 처음 한 일이 교육기본법을 개정하고, 방위청을 방위부로 승격시킨 것이다.
하지만 12월 말 현재 아베 총리 개인에 대한 지지율은 40~50% 대로 떨어졌다. 아베 총리는 ‘자민당 골방 정치’에 맞서며 개혁 이미지를 가졌던 고이즈미 총리에 비해 ‘보수’ 이미지가 굳어지고 있다. 고이즈미의 단호한 어법과 아베의 모호한 어법도 대비된다. 고이즈미 총리 시절 수구 세력으로 지목받아 자민당에서 물러났던 의원들도 아베 총리 집권 이후 복당하면서 여론의 질타를 받은 것이 지지율이 하락한 한 원인이다.
 
7월 참의원 선거는 아베 정권의 향배를 좌우할 최대 분수령이 될 듯하다.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둘 경우, 장기 집권도 가능하지만, 패하거나 아슬아슬하게 이기면, 선거에서 패해 기가 죽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비슷한 신세가 될 수 있다. 자민당 일각에서 선장 교체론을 내세울 수도 있다.

호주 - 10월 총선
의원내각제 국가인 호주에서는 10월에 총선이 있다.  10년 이상 장기 집권 중인 존 하워드 총리가 다시 도전장을 던진다. 존 하워드는 1996년 3월 자유당과 국민당이 합쳐진 자유국민연합 후보로 나와 오랫동안 집권했던 노동당의 아성을 깨고 당선했다. 별명이 ‘선거 승리 기계’다. ‘아시아의 미국’을 지향한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그의 정책은 부시 미국 대통령과 닮아 있다. 거센 반전 여론에도 불구하고  2003년 2천여명 규모의 군대를 이라크에 파병한 것도 그렇다. 호주 국민들의 지지도 높아서 이 상태로라면 무난히 재선이 가능해 보인다.

아르헨티나 - 10월 대통령 선거
아르헨티나에서도 대선이 있다. 2003년 5월25일 취임한 중도 좌파 네스토르 키르츠네르 대통령이 10월 대선에서는 아내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Fernandez) 상원의원을 차기 후보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
페르난데스는 아르헨티나의 ‘힐러리’로 불린다. 페르난데스와 프랑스 대선 후보 루아얄, 미국의 힐러리는 공통점이 많다. 모두 현직 대통령이나 당 총재를 맡고 있는 쟁쟁한 정치인을 남편으로 두었으며, 중년 여성으로서 ‘미모’를 갖추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아르헨티나에는 이미 ‘에비타’의 경험이 있다는 점이다. 후안 페론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부인인 에바 페론(1919~1952)은 후안 페론 집권 당시 대통령을 좌지우지했던 실
 
력자로 기억된다. 아르헨티나 국민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에비타 향수가 페르난데스에게 득이 될지 독이 될지는 알 수 없다.

홍콩 - 3월 행정장관 선거
2007년 3월에 열리는 홍콩 행정장관 선거는 맥빠진 선거가 될 듯하다. 애초 친중파 도널드 창 현 행정장관에게 맞서 홍콩 정무사장(총리) 앤슨 찬이 출마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앤슨 찬은 홍콩 민주화 시위에 참가한 전력이 있어 개혁을 바라는 홍콩 시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앤슨 찬은 2006년 가을 갑자기 출마를 포기해 도널드 창 행정장관의 재선이 유력한 상태다.

기타
그 밖에 여러 나라에서 2007년 대선·총선이 치러진다. 4월21일에 나이지리아 대선이 있고, 7월에 인도, 11월에 케냐 대선이 있다. 핀란드와 러시아에서는 2007년에 총선이 치러진다. 12월에는 한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열린다.

흔히 외국의 선거 결과는 그 소식을 전하는 언론 매체의 성향에 따라 의미가 다르게 알려진다. 보수 언론은 우파 후보가 이겼을 때는 ‘좌파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의 올바른 선택’이라고 쓰고, 좌파 후보가 이기면 ‘우파의 정책을 본받아 변신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한다. 스웨덴 우파 연합이 승리했을 때가 바로 그랬다. 대체로 2006년 지구촌 선거 결과는 남미를 중심으로 한 ‘좌파 바람’이 거셌다고 정리할 수 있다. 반면 2007년 지구촌 선거는 ‘우먼 파워’가 강하게 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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