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뜬구름' 새로 냉, 온 기류 오락가락
  • 남성욱(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sisa@sisapress.com)
  • 승인 2007.01.18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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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남북 관계 기상도 예측/ 남한 '남남 갈등' 북한 '조용한 세습 진행' 예상

 

올해 2007년 남북 관계는 지난 몇 년간의 어느 해보다도 격동적일 것이다. 북한이 남한 언론에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회수와 강도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북한 변수가 가져올 파장이 파괴력을 지닐 환경이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우선 핵 보유를 기정 사실화하려는 북한과 이를 제지하려는 미국 간에 불꽃 튀는 공방전이 전개될 것이다.
핵실험을 하고 핵 보유국임을 선언한 북한은 남북 관계에서 기존과는 확연히 다른 새로운 입장을 표명할 것이다. 이미 5차 2단계 6자회담에서 한 북한의 기조 발언과 행동은 10월9일 이전과는 상당히 달랐다. 핵 보유국인 북한은 이제 어제와는 다른 새로운 국가가 되었기 때문에 그들의 행동은 과거와는 상당히 다를 것이다. 베이징 6자회담에서 보여준 북한의 핵군축 회담 요구는 핵 보유국의 위상을 실감케 했다. 북한은 6자회담은 북·미 간에 핵 군축 회담이 되어야 한다며, 방코델타아시아 은행(BDA) 금융 제재와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안의 해제 등을 우선적으로 요구하였다.
북한은 중간선거 패배로 18개월의 임기가 남아 있는 부시 행정부의 레임덕을 지켜보고 있다. 일단 자신들의 아킬레스건인 BDA의 금융 제재를 해제시키는 데 주력할 것이다. 그렇지만 미국이 요구하는 영변 핵시설의 가동 중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수용 등 초기 이행 조처는 각종 이유를 들어 거부하면서 시간을 끌 것이다. 북한은 비핵화 과정에서 자신들의 핵 포기 행보를 잘게 썰어 미국의 대가를 극대화시키는 살라미(Salami) 전술을 구사할 것이다. 주기적으로 핵실험의 제스처를 통해 미국을 위협할 것이다. 압박과 제재를 내세운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도록 벼량 끝 전술로 미국을 궁지에 몰아넣을 것이다.

 
   
   

8·15 전후가 정상회담 데드라인 될 듯


평양은 지난 94년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낸 미국 민주당과의 담판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6자회담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동안 북한은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남한에서 해결하려고 할 것이다. 핵 보유국인 북한을 상대해야 하는 비핵 국가 한국은 북한과 긴장·대화 국면을 교차하며 불안정한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07년 남북 관계에 영향을 줄 가장 강력한 북한 변수는 남북정상회담이다. 올해 12월에는 17대 대통령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경제 불황 등으로 위기에 처한 여당이 재집권할 수 있을 것인가가 관심사다. 남북 관계를 전망하면서 우리의 대선을 언급하는 것은 북한의 개입, 즉 북풍(北風)이 불 것인가가 역대 선거의 주요 관심사였기 때문이다. 2000년 정상회담에 대한 국민들의 학습 효과에도 불구하고 정상회담의 여파는 북풍의 차원을 넘어 정국 상황을 급변시키는 토네이도가 될 전망이다.
여당의 내부 평가 역시 “햇볕정책과 포용정책에 대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평가가 대조적이어서 성사만 된다면 국민 여론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10% 이하 지지율에 머무르고 있는 정부로서는 민생 문제만 가지고서는 정권 재창출이 용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정국 회오리 바람의 뇌관에 불을 붙이는 재료로서 정상회담만한 사안이 없다는 판단이다. 단계적 모병제와 감군(減軍), DMZ 평화적 이용 등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될 경우 고공비행을 하는 야당의 지지율도 한 치 앞을 내다보기가 어렵게 될 것이다.
최근 들어 정부의 물밑 접촉 과정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장고에 들어갔다는 소문이다. 홍콩, 베이징 및 개성 등 국내외에서 남측의 구애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정부의 공식적인 부인에도 불구하고 불문가지의 사실이다. 김정일은 DJ 정부와 같이 거액의 현금을 받기도 어렵고 인기도 없는 노무현 정부와 정상회담을 하자니 실익이 없고, 차기 정권으로 넘기자니 야당이 집권할 것이 불을 보듯 명확한 현실에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김위원장은 남측의 지속적인 정상회담 요구에 대해 “목마른 놈이 샘 파도록 나두어라” 라는 모종의 지시를 내렸다는 전언이다. 남북한 지도자 모두가 서로 만나야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둘러싸고 마음을 정하기 쉽지는 않을 것이다. 정상회담의 데드라인은 8·15 광복절 전후가 될 것이다.
북한에서는 한편으로 김정철을 중심으로 한 3세대 세습 작업이 조용히 진행될 것이다. 2006년 9월부터 김정철이 근무하고 있는 노동부 내 자신의 사무실에 김정철 사진이 김정일 사진과 함께 걸려 있다는 사실은 김정철의 부상을 예고한다.
지능지수 151이라는 김정철은 아버지 김정일과 달리 비교적 온건한 성격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김정철의 위상은 여전히 약관 25살의 청년일 뿐 실권 행사에는 한계가 있다. 북한은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로 인한 경제난으로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됨에 따라 핵 보유국으로서의 위상을 과시하면서 결국 미국이 북한에게 양보할 것이라는 내부 선전 선동을 강화할 것이다.
2007년 북한에 대한 예상 시나리오의 중요한 환경은 북한이 핵 보유국이 되었다는 점이다. 북한 핵 실험에 적극적이었던 북한 군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에 따른 경제적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남한을 수시로 찝쩍거릴 것이다. 미사일 발사 이후 중단된 식량과 비료의 지원을 요구할 것이며, 다음 품목으로는 신발, 의류 및 비누 등 각종 경공업 제품을 제시할 것이다. 이제는 핵 보유국인 북한의 요구를 남한이 과거처럼 무시하기는 용이하지 않다. 북한은 주기적으로 비무장지대와 공해 상에서 힘 자랑을 할 것이다. 우리 군을 향한 발포와 선박 나포 등으로 긴장 지수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북한이 계속해서 긴장을 고조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긴장 관계의 연속은 남한 내부에 대북 여론을 악화시켜 오히려 보수적인 대북 정책을 추진하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고 판단해 협력적인 정책도 구사할 것이다. 남한의 쌀 지원에 대해 가끔은 이산가족 상봉을 통해 긴장을 완화하는 제스처를 취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정확한 반대급부를 남측으로부터 확보할 때만 가능한 시나리오이다. 2006년에 추진하다 무산된 경의선과 동해선의 철도 연결과 같이 파격적인 화해 협력 조처는 북한 군부의 반발 때문에 용이하지 않을 전망이다. 
2007년 북한의 전략과 남북 관계를 전망하는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남남 갈등이 여전히 계속되리라는 것이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보수와 진보 세력이 전쟁이냐 평화냐는 2분법적인 구도 아래 대북 지원을 원하는 쪽은 평화 세력이고 북한에 대한 제재를 주장하는 계층은 전쟁 세력이라는 흑백 논리가 전개되면서 남남 갈등이 다시 표면화할 가능성이 크다. 2007년 남북 관계는 별개의 정치 체제가 상호 간에 너무나 많은 영향을 줌으로써 마치 하나의 체제인 것처럼 혼돈하는 국내 정치와 북한 관계의 특수한 연계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김정일 위원장은 남한의 9시 뉴스를 열심히 시청하고 마치 본인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지만 손에 땀을 쥐는 흥미진진한 대선 게임에서 킹 메이커 역할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가질 것이다.
결국 2007년 남북관계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어 막 나가자는 가난한 핵 보유국과 글로벌 경쟁에 시달리고 있는 부유한 비핵 국가 간에 주기적으로 교차하는 협력과 긴장 국면에 좌우될 것이다.    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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