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가는 열린우리당, 쪼개질까
  • 김상진(자유기고가) ()
  • 승인 2007.01.19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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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도 탈당론 이어 정책 불협화음 '시끌'...전당대ㅚ 의제 따라 향방 갈릴 듯

김상진 (자유 기고가)

 
지난 1월7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한정식집. 김근태 의장, 정동영 전 의장, 김한길 원내대표, 정세균·천정배·김혁규·문희상 의원 등 열린우리당 핵심 인사 7명이 모였다. 염동연 의원이 선도 탈당 의사를 밝힌 가운데 진행된 이날 모임은 2시간30분 동안이나 이어졌다. 회동 후 김근태 의장은 “대통합 신당 추진에 대한 참석자들의 의견을 모았고 당내 일각의 탈당 움직임은 많은 이들을 걱정스럽게 만드는 것이라는 얘기를 나눴다”라고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열린우리당 우상호 대변인은 이를 두고 “회동 참석자들이 탈당에 반대한 것으로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모임에서의 토론은 김의장의 설명처럼 일사불란하게 진행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열린우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7인 회동의 또다른 뒷얘기를 전했다. 그는 “당시 참석자들의 의견은 5 대 2로 나뉘었다고 한다”며 “나머지는 모두 대통합 신당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한 반면 문희상 의원과 최근 장관을 사임하고 당으로 복귀한 정세균 의원은 ‘모두 함께 가기 위해 좀더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탈당 도미노 이어질까


 
가속도가 좀처럼 붙지 않는 통합신당론에 기폭제 노릇을 하겠다며 탈당 의사를 밝힌 염동연 의원. 그는 지난 1월5일 한 언론과 만나 탈당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뒤 지인들과 동남아로 출국했다가 9일 귀국했다. 귀국 직후 그는 “늦어도 전당대회(이하 전대)까지는 입장을 정할 것”이라며 탈당 시사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친노 그룹 등 당 사수파가 당을 지키려 한다면 결국 우리가 떠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우윤근 의원·전남 광양 구례) “한없이 끌려갈 순 없다”(김낙순 의원·서울 양천 을)라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지만 당장 실행에 옮겨질지는 두고 보아야 한다는 얘기다.
염의원이 1차적으로 탈당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던 시기인 1월11일은 당원들이 낸 당헌·당규 개정안 무효 확인 가처분 결정이 예정된 날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결정을 미루었다. 두 번째 고비는 전대 준비위의 활동이 끝나는 18일이다. 전대가 통합신당을 결의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고 통합신당파는 주장하고 있다. 당초 합의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준비위 대변인을 맡고 있는 오영식 의원은 1월11일 회의 후 “합의를 위한 7부 능선을 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 논의를 더 했으면 구체적인 합의에 이를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다른 일정으로 부득이 회의가 중단되었다고 전했다. 


통합신당 주도권 대결도 ‘팽팽’


 
통합신당파의 한 중진 의원은 “새로운 원내대표 선출이 예정된 1월 말에서 전대(2월14일) 사이에 탈당 여부와 방향, 규모 등이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라고 내다보았다. 그는 “전대 의제가 합의돼 만일 의장을 경합으로 선출하게 된다면 모두 함께 가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 정세균 의원과 통합신당파가 미는 김한길 원내대표 중 누가 당선될 것 같으냐”고 말하기도 했다. 일단 당내에서 세력상 다수를 점하고 있는 통합신당 쪽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선도 탈당론에 이어 열린우리당 내부에서는 최근 들어 부쩍 부동산 정책과 통일·외교 정책 등을 둘러싼 불협화음이 터져나오고 있다. 당 관계자는 “주도권 싸움”이라고 잘라 말했다. 통합신당파 내부에서 김근태 의장과 강봉균 정책위의장 간의 노선 투쟁과, 재선 그룹이 제기하고 있는 정동영·김근태 전·현직 의장의 배제론이 그런 차원이라는 것이다. 김의장이 ‘분양가 원가 공개’ 관철 목소리를 높이자 강정책위의장은 “통합신당이 열린우리당과 무엇이 다른지 분명히 하겠다”라며 다소 보수적인 대북·경제 정책을 홈페이지를 통해 잇따라 발표했다. 그는 교육·복지 정책 등의 발표도 예고했다. 당내 재야파와 관료 출신파를 대표하는 양측은 ‘그러려면 한나라당으로 가라’거나 ‘좌파나 다름없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최근에는 천정배 의원도 “당의 정체성을 무시하고 한나라당의 이념적 포로가 된 이들을 개탄한다”라며 논쟁에 뛰어들었다.
열린우리당 내부에서 옥신각신하던 통합신당 논의는 그러나 1월9일 노무현 대통령의 전격적인 4년 연임제 개헌안 제안의 파고를 만나 들썩였다. 당초 통합신당파는 노대통령과의 결별을 당연시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노대통령의 개헌 제안이라는 화약고가 터지자 평소 4년 중임제 개헌안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던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일부 의원은 “그래도 정국을 뒤흔들 이슈를 제기할 수 있는 이는 여전히 노대통령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보였다. 향후 대선 과정에서 노대통령의 역할이 어느 정도는 필요할 수 있다는 뉘앙스다.
여당 내 통합신당파는 이런 분위기를 간파하고 다시 세몰이에 나서는 모습이다. 개헌이 조기에 사그러드는 형국이 되자 다시 탄력을 받은 것이다. 당내 통합신당을 주장하는 5개 의원 모임 대표는 1월12일 회동을 갖고 신당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천명했다.
열린우리당 핵심 관계자는 “개헌과 통합신당은 제로섬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개헌이 되면 통합신당이 좌절되거나 개헌이 안 되면 통합신당이 잘 되는 그런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노대통령이 국민 설득을 통해 찬성 의견을 끌어올리는 날이면 개헌에 대한 찬반 입장 자체가 탈당의 틀을 짜는 바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될 경우 노대통령을 배제한 신당 논의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여당의 통합신당 논의는 전대 의제가 어떻게 합의될 것인지, 그 추이를 보고 탈당을 실제 결행하는 의원이 나올 것인지, 통합신당의 주도권을 어느 세력이 쥐게 될 것인지와 함수 관계에 놓여 있다. 노대통령의 움직임에 따라 어떤 향배를 보일 것인지에 더 많은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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