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파워 집단의 '파워 맨'이 될까
  • 왕성상 편집위원 ()
  • 승인 2007.02.1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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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협 회장 선거전 '후끈'...검사 출신 이진강, 판사 출신 강창웅 '팽팽'

 
 
법조계에 ‘선거 바람’이 불고 있다. 오는 2월26일 오전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 2층에서 ‘파워 집단’의 하나인 대한변호사협회(변협) 회장 선출을 위한 정기총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임기 2년의 변협 회장은 회원 7천6백여 명에 이르는 국내 최대 변호사 단체 지도자로서 각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활동 영역이 넓어 법조인이라면 한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자리다. 그래서 변협 회장 선거 때만 되면 경쟁이 치열하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변협 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낸 사람은 두 명. 서울 지역 대표인 검사 출신 이진강 변호사(64)와 수원 지역 대표인 판사 출신 강창웅 변호사(62)가 대결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변호사는 지난 1월29일 서울지방변호사 정기총회 때 임동진 변호사(법무법인 남산 고문)와의 표결에서 이겨 서울 지역 대표 후보자로 확정되었고, 강변호사는 지난 1월15일 수원지방변호사회 정기총회에서 단독으로 나서 지역 대표 후보자로 뽑혔다. 이변호사는 2월1일, 강변호사는 1월22일 변협에 회장 출마 등록을 했다.
이들은 요즘 변협 대의원들을 상대로 표밭갈이에 한창이다. 변협은 다른 단체들과 달리 대의원들을 통한 간접 선거로 회장을 선출한다. 투표권을 가진 변협의 전국 대의원 수는 모두 2백74명. 지역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회원 30명당 한 명꼴이어서 서울 1백74명, 지방 100명이다. 대의원들은 14개 지방변호사회 회장이 임명하며 이들이 총회에서 회장을 뽑는다. 따라서 변협 회장 후보들은 대의원 확보에 총력전을 편다.
이번 선거에 나선 두 후보도 여기에 초점을 맞추어 ‘자기 편’이 될 수 있는 대의원 파고들기에 힘쓰고 있다. 대의원 확보에는 공약 개발·인맥 찾기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서울 지역의 기반이 든든한 이진강 변호사는 지방을 공략 중이고, 지방 쪽에 강한 강창웅 변호사는 서울 지역을 파고들고 있다.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이진강 변호사는 제5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육군 법무관(맹호부대 검찰관)으로 법조계에 첫발을 디뎠다. 광주지검 검사, 법무부 보호국 심사과장, 대검찰청 중수부 수사 1과장, 서울동부지청 차장검사,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서울지방변호사회장 등을 지냈다. 이변호사는 현재 국가인권위원회·국무총리 행정심판위원회·국가청렴위원회 위원과 검찰동우회 부회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그는 23년간 검사로 일한 뒤 1994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강창웅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를 나와 제12회 사법시험에 붙어 공군 법무관으로 법조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광주·대전지방법원 판사, 서울형사지방법원 판사, 서울고등법원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부산지법·수원지법 부장판사와 수원지방변호사회장, 대한변협 부회장 등을 지내기도 했다. <헌법연습> 등 사법시험과 관련한 책들을 여러 권 펴내기도 했다.


역동적인 이진강, 논리적인 강창웅


두 후보의 공약 대결도 아주 팽팽하다. ‘일하는 변협, 움직이는 회장’이라는 캐치 프레이즈를 내건 이변호사는 검사 출신답게 공약 내용들이 꽤 동적이다. 그는 사법권 독립,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통한 변협의 정체성 확립과 활성화에 비중을 두고 있다. 정치 세력에 영합하거나 무모하게 대항하는 일을 지양하겠다는 것이다. 또 로스쿨 제도 도입에 대비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국제 협상에 변협이 적극 참여하는 길도 트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변협 회장이 되면 재임하는 동안 상근으로 일하면서 로펌과 개인 변호사들 간의 의견 수렴을 위한 대화의 장을 만들 예정이다. 이 밖에 전문 직능 단체로서의 변협 기능을 강화하고 서울 또는 수도권에 변호사 연수원 설치, 변협 인재풀 축적·운용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변협 회장 직선제 추진’이라는 캐치 프레이즈를 내건 강변호사의 공약은 대체로 논리적이다. 무엇보다도 구술변론주의·공판중심주의 활성화에 무게중심을 두겠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변호사들의 부당한 대우가 사라져야 한다는 견해다. 매년 한 번 ‘변호사 부당대우 백서’를 발간하고 법정 제자리 찾기 운동도 벌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변호사들의 이미지 향상도 중요하다고 보고 소외 계층에 눈을 돌려 따뜻한 정이 흐르는 변호사상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 △회장 직선제도 정착 △소액 사건 취급 제도 전국 확대 도입 △부가가치세 폐지 및 변호사 업무 관련 세율 인하 △변호사 업무 영역 확대 △서울지방변호사회 5개 분할 등에도 발 벗고 나서겠다고 공약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변리사·공인회계사·세무사·법무사 등 다른 전문 자격사 단체들처럼 회원 직선으로 회장을 뽑아야 정통성도 서고 지지 기반이 확고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든 선거 흐름이 직선제로 가고 있어 50여 년 동안 간선제를 채택하고 있는 변협도 시대 흐름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이를 위한 변호사 회원들의 뜻을 묻는 절차가 절실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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