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조네스' 뜨자 탈세범들 '벌벌'
  • 왕성상 편집위원 ()
  • 승인 2007.03.12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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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여성 조사 드림팀 신설...최우수 인력 6명 포진

 
제41회 조세의 날(3월5일)을 맞아 국세청에 눈길을 끄는 이색 세무조사팀이 탄생했다. 여성 관련 업종을 전문적으로 추적 조사하는 ‘여성 조사 드림팀’이 그것이다.
‘아마조네스(여전사)’라는 별칭이 붙은 이 팀은 시대 흐름을 타고 1966년 3월 국세청 개청 이후 처음 만들어졌다. 여성을 상대로 한 법인 기업체와 개인 업소들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신설되었다는 얘기다.
과거 국세청 조사국은 이따금씩 벌어지는 험악한 조사 환경과 장기 출장에 따라 사실상 ‘금녀(禁女) 영역’으로 알려져왔다. 더러 조사국에 근무하더라도 여성 직원들에게 맡겨는 업무는 조사 대상 여성의 소지품 검사 등에 국한되었다.
그러나 여성 세무공무원 수가 날로 느는 상황에서 이들 인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절실해져 팀 발족에 나서게 되었다는 것이 국세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세무사·미국 공인회계사 자격 등 갖춰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에 배속된 이 팀은 6명으로 구성되었다. 한숙향 사무관(5급), 김정순 조사관(6급·주사)이 팀장과 반장을 맡았고 나머지 요원들은 주사보(7급)·서기(8급)들이다. 팀장과 조사관은 20년 이상 경력의 베테랑 세무공무원이며 팀원들 역시 5년 이상 된 중견으로 세무 조사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조사 요원들은 9급(서기보) 공무원 공채에서 출발해 오래도록 조사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워온 공무원들이다. 특히 팀원 4명은 모두 세무대학 출신으로 세무사, AICPA(미국 공인회계사), 조세범조사전문요원, 국제조사전문요원 자격을 갖춘 최우수 인력이다”라고 강조했다. 아마조네스라는 별칭도 그래서 붙었다고 한다.
팀장으로 임명된 한사무관은 네덜란드 국제기구에 3개월 동안 파견되어 일한 뒤 조사팀이 본격 가동된 3월 초에 합류했다. 어학 실력을 갖춘 데다 다양한 세무 경력까지 쌓아 아마조네스 리더로서 손색이 없다.
이 팀은 무엇보다도 여성 특유의 꼼꼼한 조사 기법을 이용해 남성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사업체를 중점 대상으로 삼아 탈세를 잡아낸다. 남성 접근 금지 구역이나 여성 전용 업소 및 사업체를 조사하는 국세청 산하 특별 세무 조직인 셈이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여성 조사 드림팀과 비슷한 조직을 갖추고 있었으나 우리나라에는 없던 차에 몇 년 전부터 필요하다는 얘기가 거론되면서 이번에 결실을 보게 되었다.
팀원들은 우수 여성 세무공무원 선발과 교육을 거쳐 지난 2월28일 국세청 직원 정기인사 때 발탁되었다. 2월6일 국세공무원교육원에서 국세청 개청 이래 처음 열린 ‘국세청장 주관 국세청 여성공무원 연찬회’도 그같은 흐름에서 이루어졌다. 
여성 조사 드림팀의 주 활동 반경은 서울 지역. 여성들이 이용하는 업소나 관련 기업들이 주 대상이다. 웰빙 바람을 타고 성업 중인 △여성 피부관리실·미용실 △여성 스파·대형 사우나탕·스포츠 클럽 △여성 고급 의상실·전문 음식점 △패션 업체·의류 회사 △여성 전문 성형외과·피부과·산부인과 등이 해당된다. 서울 강남구·서초구·송파구를 비롯해 부유층이 많이 사는 지역의 탈세 혐의 사업체를 우선 선정해 조사할 예정이다. 또 필요할 경우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를 비롯한 연관 지역에까지 조사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중부·경인·부산·대구 등 전국 지방국세청과 해당 행정관청의 협조 및 공조 체제도 갖춘다. 


서울지방국세청 별동대로 뛸 수도


이들 요원은 여성 전용 스파나 사우나탕처럼 남자 조사 요원들이 근접하기 곤란한 업소 등에 직접 들어가 각종 조처들을 취한다. 시설 규모 및 입장객 확인, 매출액 파악 등 탈세 조사에 필요한 각종 자료들을 확보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대표나 실무 관계자를 국세청으로 불러 조사한다. 대질·추적·입회 조사 등 다양한 조사 기법이 동원되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여성 조사 드림팀원들은 조사 업무를 효율화하기 위해 수시로 모여 조사 기법 개발, 정보 수집 및 교환, 자료 분석 작업을 벌인다. 국세청 본청에서 내려오는 조사 지침과 서울지방국세청의 조사 실행 계획에 따라 별동대처럼 뛸 가능성도 없지 않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 관계자는 “이 팀은 여성 공무원 배려 차원이 아니라 여성들에게 적합한 업무 분야를 맡겨 잠재 역량을 최대한 발휘토록 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만큼 팀원들이 여성 특화 분야 조사 업무에 아주 열성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전군표 국세청장이 인사 때 여성 조사 드림팀원들을 따로 불러 ‘엄정 조사’를 강조해 관심을 끌었다. 전청장은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과 섬세함으로 납세자 입장도 헤아리는 따뜻한 조사를 하되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한 세무 조사를 벌여줄 것을 주문했다.
여성 조사 드림팀은 4~5월 중 1차 조사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 조사기획과 관계자는 “팀의 성과를 보아가며 다른 지방청에도 이같은 조직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우수한 성과를 올리는 여성은 특별 승진 등을 통해 ‘미래 국세청’을 끌고 갈 핵심 리더로 키울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팀 운영에 걸림돌도 적지 않다. 조사 대상 지역과 업소에 비해 전담 인원이 너무 적고 여성 전문 조사팀 운영 노하우가 그렇게 많지 않다는 점이다. 또 탈세 유형과 수법이 다양화하면서 국제화 바람을 타고 국내외를 넘나드는 조세 포탈범이 설치는 것도 뛰어넘어야 할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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