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익부 빈익빈, 강익강 약익약
  • JES ()
  • 승인 2007.03.12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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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구단 '스타, 전력 양극화' 극심..."성남, 수원, 울산, 대포팀보다 세다"

 
신자유주의는 이제 세계를 움직이는 새로운 질서로 자리를 잡았다. 신자유주의가 주창하는 무한 경쟁은 효율을 극대화하지만 동시에 양극화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계층 간 소득 격차는 물론 교육 기회마저 양극화하는 등 사회 전반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같은 추세는 스포츠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3월3일 성남 일화와 전남 드래곤즈전으로 막이 오른 2007 프로축구에도 스타 편중에 따른 구단 간 전력의 양극화 바람이 거셀 전망이다.
지난해 K리그 챔피언에 등극한 성남 일화는 가장 화끈하게 실탄을 쏘아대는 구단이다. 정규 리그 우승팀 자격으로 올 시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따낸 성남은 이번 시즌에 대비해 알토란 같은 선수 4명을 영입했다. 울산 현대의 최성국, 러시아 프로축구에서 기량을 업그레이드한 신세대 스트라이커 김동현, FC 서울의 전도 유망한 공격수 한동원, ‘제2의 홍명보’로 꼽히는 조용형이 그들이다. 성남 일화는 계약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축구계에서는 이들 4명을 영입하는 데 이적료와 연봉을 합쳐 80억원 정도가 들어갔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 돈은 대전을 비롯해 자금 사정이 취약한 구단들의 1년 예산에 달하는 금액이다.


수원 삼성 주전들, 대부분 다른 구단 출신


지난해 정규 리그 챔피언 결정전에서 성남에 무릎을 꿇으며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2등’에 머무른 수원 삼성 역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수원 삼성의 스쿼드를 살펴보자. 지난 시즌 중반 여름 이관우·백지훈 등 국내 정상급 미드필더를 영입한 수원은 올해 안정환에게 푸른 유니폼을 입히며 스타 군단으로서 명성을 높였다. 2004년 K리그 MVP를 거머쥐었던 나드손과 독일 분데스리가를 누빈 특급 공격수 에두 등 거물급 용병을 영입하기도 했다. 여기에 김남일·송종국·김대의·조원희 등 기존의 초호화 멤버가 흔들림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놀라운 것은 지금껏 언급한 수원 선수들이 모두 다른 구단 출신이라는 점이다. ‘비싼 값을 주더라도 검증된 스타를 스카우트한다’는 것이 수원의 정책이다.
울산 현대도 만만치 않다. 울산은 차세대 대표팀 골키퍼 김영광과 ‘제2의 김남일’로 평가받는 올림픽 대표팀의 특급 미드필더 오장은을 영입했다. 또 정경호가 광주 상무를 제대하고 복귀했으며, 러시아 프로축구로 진출했던 현영민이 친정으로 돌아왔다. 이 밖에도 우성용·최성용 등 노장을 영입하며 탄탄한 전력을 구축했다. 성남과 수원에 비교하면 다소 무게감이 떨어지지만 잉글랜드 진출에 실패한 이천수가 제 몫을 다해준다면 충분히 우승을 노릴 만한 전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 시즌 프로축구 3강으로 꼽히는 성남·수원·울산의 전력은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손색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특급 용병까지 포함되어 있고 오랜 시간 함께 훈련하며 짜임새 있는 조직력을 갖춘 이들 세 팀은 객관적 전력에서 이미 대표팀을 능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력 양극화는 약인가 독인가


 
날로 강해지는 팀이 있다면 날로 약해지는 팀도 있기 마련이다. 그 대표적인 구단이 인천이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지난 시즌 팀의 주축으로 활약했던 최효진·김치우·이요한·이근호·김한원 등을 이적시켰다. 인천은 이전에도 최태욱·이정수 등 프랜차이즈 스타를 팔아 팬들로부터 적지 않은 원성을 들었다. 대구 역시 이상일·오장은·윤주일 등과 이별했고, 대전은 배기종·박충균을 떠나보내야 했다.
이같은 프로축구 전력의 양극화는 긍정적 면과 부정적 면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긍정적 면은 하늘과 땅의 구분이 없던 혼돈의 카오스를 지나 K리그에도 진정한 빅 클럽 탄생의 싹이 트면서 흥행 요소가 늘어났다는 점이다. 사실 상위권 클럽에 우수한 선수들이 편중되는 것은 유럽 축구에서 이미 일반화한 현상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첼시·맨체스터 유나이티드·아스널·리버풀이 빅4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이들 빅4는 자국 내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인기를 선도하는 것은 물론 축구 시장을 전세계로 넓히는 전도사 구실까지 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AC 밀란·인터 밀란·유벤투스가 3강으로 꼽힌다. 올해는 유벤투스가 승부 조작 파문으로 세리에 B로 강등되면서 리그의 인기가 떨어진 느낌이다. 스페인에서는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가 라이벌 체제를 구축하며 프리메라리가의 품격을 높이고 있다. 빅리그뿐만 아니라 네덜란드에서도 PSV 아인트호벤·아약스 암스테르담·페예노르트로 짜여진 3강 체제가 뿌리 깊다.
뻔한 승부가 예상되어 흥미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이들 팀과의 대결은 마이너 팀들에 대해서도 팬들의 관심을 끌어모으는 흥행 카드다.
강팀은 우승을 다투고, 그 아래에 있는 팀들은 반란을 꿈꾸며, 하위권 팀들은 하위 리그로 떨어지지 않기 위한 생존 경쟁을 펼치며 구단 간의 뚜렷한 전력 차에도 불구하고 흥밋거리가 떨어지지 않고 발생한다. 또 마이너 팀들은 유능한 선수를 키워서 빅 클럽에 팔아 구단의 운영 수익을 거두며 공생 관계를 유지한다.
부정적 면은 K리그의 선수 영입이 유럽의 프로리그와 달리 구단의 만성적 적자 구조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가장 큰 적자 원인은 구단 전체 운영비의 70~80%에 달하는 선수들의 비싼 몸값이다. 자력 갱생을 도모하기보다는 모기업에 의존해 구단을 운영하며 우승만을 지상 과제로 삼기 때문에 선수들의 몸값이 적정선 이상으로 치솟고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빅 클럽이 선수단의 몸값을 부추기고 이것이 한국 축구의 근간을 흔든다”라고 걱정했다. 천문학적 금액으로 스타를 영입하면서도 그 이상의 수익을 내는 유럽의 명문 클럽과 비교하면 K리그 빅 클럽의 행보에는 불합리한 점이 존재한다.
스타 양극화와 전력 양극화가 흥행 폭발과 K리그의 전체적 성장이라는 선순환으로 이어질지, 구단 적자 증가와 K리그 기반 약화 및 팬들의 관심 저하라는 악순환을 불러올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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