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은 부족하고 외침은 공허하네
  • JES ()
  • 승인 2007.03.12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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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까지 이 영화가 코미디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박정우 감독)
지난 3월6일 <쏜다>(시오필름) 시사회장에서는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들었던 영화사와 감독 간의 불협화음이 터져나왔다. 영화사와 감독이 <쏜다>의 장르를 놓고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나니 감독의 말에 밑줄을 긋고 싶어졌다. <쏜다>는 박감독이 시나리오 작가 시절 집필한 여러 전작들이 연상되는 비빔밥 같은 영화였다.
성격과 됨됨이가 천양지차인 두 남자(차승원·이성재)의 좌충우돌이라는 점에서 보면 <신라의 달밤>이 연상되고, 마이너리거(이성재·유오성·강성진·유지태)의 세상에 대한 한판 뒤집기라는 점에서는 <주유소 습격사건>이 떠오른다. 또 가슴속 응어리를 억누르고 살던 한 남자(김승우)의 폭발을 그렸다는 점에서는 <라이터를 켜라>가 겹쳐진다.


방향 잃고 헤매는 ‘도심 소란극’


 
하루아침에 구청에서 정리 해고된 공무원 만수(감우성)가 홧김에 저지른 노상 방뇨 때문에 파출소 신세를 지게 된다. 조용히 과태료 고지서만 받아 갔으면 좋으련만 이곳에서 전과 15범 철곤(김수로)을 만나 말을 섞게 되면서 일이 꼬여버린다. 철곤은 “남은 수갑 없냐. 빨리 채워달라”며 경찰서를 찾아온 막무가내 인생.
여기에 의욕 넘치는 경찰 동철(강성진)까지 가세해 이들의 일탈에 기름을 붓게 된다. 결국 소시민 만수와 철곤은 본의 아니게 도심의 평화를 위협하는 테러범으로 오인되는 상황을 맞는다. 특히 정리 해고도 모자라 이혼 위기에까지 몰린 만수는 생애 최악의 순간에 직면하게 된다.
아쉬운 것은 <쏜다>의 매력이 딱 이 지점까지라는 사실이다. <쏜다>는 위에 열거한 세 영화들의 장점들을 살리지 못하고 중간에 길을 잃고 만다. 세 전작들은 웃음과 군더더기 없는 설정 및 깔끔한 마무리로 관객들을 사로잡았지만 <쏜다>에서는 확실한 웃음도, 잔재미도, 그렇다고 작은 울림도 찾아볼 수 없다.
결정적으로 <쏜다>는 코미디라고 하기에는 웃음이 부족하다. 굳이 장르를 따진다면 ‘도심 소란극’ 정도. 모범 시민과 전과 15범이 세상을 향해 ‘맞장 뜬다’는 설정은 흥미롭지만 소재에 갇히고 만다. 충분히 흥미로울 수 있었던 버디 무비는 오히려 영화가 전개될수록 그 매력을 상실하고 만다.
또 불필요한 설명이 자주 개입하다 보니 캐릭터는 명확해지지만 다음 장면이 뻔해져 몰입을 방해한다. 대사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배우의 연기와 내러티브에 대한 몰입은 급격히 약해질 수밖에 없다. 엇나가기 시작한 만수의 언행과 철곤의 정치인 피습 장면이 와닿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적당한 생략과 말줄임표를 활용했더라면 더 세련된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감독은 만수가 윤리 교사로서 원칙주의자였던 아버지 때문에 스스로 마음의 감옥을 짓고 살아야 했고, 철곤의 막가파식 인생도 파렴치한 정치인의 잘못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공허할 뿐이다.
두 남자의 거침없는 일탈과 그 과정에서 겪게 될 코믹한 좌충우돌을 기대했던 관객이라면 갑자기 끼어든 진지한 드라마가 생뚱맞고 부담스럽게 느껴질 것 같다. <바람의 전설>에 이은 박정우 감독의 연출 재기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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