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2시간 벽’ 누가 깰 것인가
  • JES 제공 ()
  • 승인 2007.04.03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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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브르셀라시에·완지루, ‘인류의 꿈’에 가장 근접한 선수로 꼽혀
 
2시간4분55초. 인류가 마라톤이라는 육상 종목을 만들고 난 후 이룬 최상의 기록이다. 케냐의 폴 터갓이 2003년 9월 베를린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하며 세운 이 기록은 4년 가까이 요지부동이다.
마라톤 세계 기록은 1908년 런던 마라톤(이때부터 42.19km로 거리가 확정되었다)에서 2시간55분18초를 기록한 이후 약 100년간 50분23초를 단축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2년에 얼추 1분씩을 단축한 셈이다. 그러나 초창기 빠른 속도로 기록 단축을 계속하던 마라톤은 2시간대에 가까이 진입할수록 피로한 기색을 보이기 시작한다.
1925년 앨버트 미첼슨(미국)이 2시간29분1초로 20분대에 진입한 후 1953년 10분대 진입(2시간18분40초)까지 28년이 걸렸다. 그리고 1967년 데릭 클레이턴(오스트리아 2시간9분36초)이 다시 10분대 벽을 깨기까지 걸린 시간은 14년. 이후 32년간은 6~9분대를 전전하다 1999년 하누치가 5분대 진입에 성공했다. 5분을 단축하는 데 32년이 걸린 셈이다.
그러나 불가능할 것이라던 마의 5분 벽도 인류의 집요한 도전 앞에서는 정복을 허락해야 했다. 2003년 폴 터갓은 베를린 마라톤에서 경쟁자인 코리르와 함께 4분대에 진입했다. 이후 마라톤의 진화 속도는 주춤했다.
폴 터갓은 올해 38세로 스피드에서 뒤지는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고 역대 10위 기록 리스트에 3회나 자신의 이름을 올린 현역 최고의 마라토너인 하누치(미국) 역시 36세의 나이로 전성기를 지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해는 ‘트랙의 신화’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34·에티오피아)가 2시간5분56초를 기록한 것이 최고 기록이었고, 2위는 새미 코리르의 2시간6분38초였다.
올해는 국제마라톤 대회가 본격 개막하기 전이기는 하지만 이봉주가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서 세운 2시간8분4초가 시즌 최고 기록이다.
그러나 마라톤 기록이 또 한번 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프 마라톤에서 무서운 신예가 등장했고, 완숙기에 접어들고 있는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가 풀코스 기록을 다시 쓰겠다며 의욕을 불태우고 있어 올해는 4년간 묵은 기록 경신에 대한 기대가 어느 해보다 크다. 4년간 불황의 사이클을 뚫고 재도약을 모색하는 시점이 왔다는 얘기다.
마라톤 왕국 케냐에서도 혀를 내두르는 신예는 바로 사뮈엘 완지루. 1987년생으로 이제 20세의 약관인 완지루는 인류의 ‘서브 투’(42.195km를 2시간 내에 뛰는 것)에 근접할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는 지난 3월18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포티스시티 하프 마라톤(21.0975km)에서 58분35초로 세계 기록을 세웠다.
자신이 불과 한 달 전 세운 기록을 18초 앞당긴 것. 완지루 이전에 하프 마라톤 기록(2006년 1월 58분55초)은 게브르셀라시에가 갖고 있었지만 완지루는 이를 거푸 깨버렸다. 마라톤의 절반 지점까지 세계에서 가장 빨리 달리는 사람은 완지루라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완지루는 하프 마라톤에서 각 5km 구간을 평균 13분대에 계속 뛰면서 경이적인 심장과 철각을 갖고 있음을 입증했다. 58분35초 기록은 100m를 16초6대에 계속 뛴 것으로 끝까지 이를 유지한다면 ‘서브 투’ 실현도 꿈은 아니다. 물론 마라톤의 진정한 실력이 후반부에 있지만 완지루의 스피드는 놀랄 만하다.
게브르셀라시에도 약관의 완지루에게는 하프 기록을 내주었지만 풀코스 경험에서는 완지루를 능가한다. 가장 최근에 5분대를 기록했다는 점도 그에게 기록 단축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하프 마라톤 기록을 그대로 풀코스에 대입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완지루를 주목해야 할 이유는 여러 가지다. 케냐의 폴 터갓도 하프 마라톤을 바탕으로 풀코스에 도전했고 게브르셀라시에 역시 1만m→하프 마라톤→풀코스로 차근차근 도전하는 절차를 밟았다.
마라톤이 스피드 경쟁의 양상을 띠면서 처음에는 트랙 장거리에서 스피드를 기르고 난 후 지구력을 차차 보완하며 풀코스에 도전하는 식이다. 지구력을 강화하면서 스피드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완지루 “12월에 풀코스 도전하겠다”
완지루가 처음 풀코스에 도전하는 무대는 12월 일본 후쿠오카 마라톤 대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완지루는 3월18일 하프 마라톤 세계 신기록을 수립한 후 가진 인터뷰에서 “나는 지금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있다. 8월 오사카 세계육상선수권 대회에서 1만m 세계 기록에 도전한 후 9월 로테르담 하프 마라톤에서 다시 내 기록을 바꿔놓겠다. 그 후 후쿠오카 마라톤에서 생애 첫 풀코스에 도전하겠다”라고 밝혔다.
운동생리학자들은 인간이 깰 수 있는 마라톤 기록은 2시간대라고 말해왔다. 한 마라토너가 최적화된 신장·폐·근육의 기능을 갖고 있을 경우 2시간 벽은 충분히 깰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최대 1시간50분대 초반까지도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물론 여기에는 주변 여건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져야 한다. 신발·운동복 등 장비의 첨단화는 물론이고 날씨, 평탄한 코스, 페이스 메이커라는 세 가지 부수적 요건도 받쳐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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