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의 위업이냐, 첼시의 기적이냐
  • JES 제공 ()
  • 승인 2007.04.23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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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컵·프리미어리그·챔피언스리그 '3대 우승 놓고 숙명의 맞대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가 축구사에 또다시 위업을 달성하려 하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맨유는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결승,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올라 있어 한 시즌에 동시에 3개의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는 트레블 달성의 9부 능선에 올랐다. 1999년 실현한 트레블의 영광을 8년이라는 짧은 시간 만에 다시 한번 이루려는 것이다.
트레블이란 한 시즌에 3개의 우승컵을 얻는 일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자국 리그 우승, 축구협회(FA)컵 우승,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또는 UEFA컵 우승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다. 축구 역사상 트레블을 이룬 클럽은 단 네 팀에 불과할 정도로 위대한 업적으로 꼽힌다. 지난 1967년 셀틱(스코틀랜드), 1972년 아약스(네덜란드), 1988년 아인트호벤(네덜란드), 1999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가 트레블의 영예를 안았다. 특히 셀틱은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스코틀랜드컵·스코틀랜드 프로리그컵·UEFA 챔피언스리그를 휩쓸어 쿼트레블(4관왕)에 오른 유일한 팀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보통 다른 팀보다 경기 수가 1.5배가량 늘기 때문에 FC 바르셀로나(스페인) 등 수많은 명문 팀이 고지 바로 앞에서 주저앉을 정도로 험난한 여정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유럽 각 클럽들 간의 실력 차가 줄어들고 있어 트레블 달성은 요원하기만 하다. 올 시즌 맨유의 질주는 그래서 더욱 값진 행보로 평가된다. 참고로 국내 팀의 트레블은 K리그 우승·FA컵 우승·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동시에 달성하는 일이 될 것이다.


‘부상 병동’ 살린 퍼거슨 감독의 지도력


 
맨유의 트레블 달성 가능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올 시즌 맨유는 웨인 루니·크리스티아누 호날두·루이 사아·박지성·리오 퍼디낸드 등 물오른 젊은 세대와 폴 스콜스·라이언 긱스·솔샤르 등 풍부한 경험으로 무장된 노장들이 어울려 최강 팀으로 거듭났다. 물론 이들을 조화롭게 이끌고 있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지도력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특히 주전 상당수가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는 요즘 맨유는 퍼거슨 감독의 용병술에 기대야 할 처지이다. 맨유는 박지성·루이 사아 등이 부상으로 빠져 다양한 옵션의 공격력이 무뎌져 있다. 수비진은 더욱 처참하다. 주장 게리 네빌·네만야 비디치·미카엘 실베스트르·리오 퍼디낸드 등 성한 선수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만약 경고 누적 등으로 결장 선수가 생길 경우 구멍은 더욱 커진다. 퍼거슨 감독은 앨런 스미스·에인세·대런 플레처·솔샤르 등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며 자칫 무너질 수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대승을 이끌며 시즌 막판에 다시 타오르고 있다.
맨유의 트레블 달성에 가장 큰 난관은 바로 자국 리그의 신흥 강호 첼시다. 트레블의 길목마다 첼시를 넘어서야 하는 필연의 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4월17일 현재 첼시는 23승6무3패(승점 78)로 프리미어리그 2위에 자리하며 1위 맨유(25승3무4패)를 승점 3점 차로 쫓고 있다. 첼시는 지난 시즌까지 리그 2연패를 달성했고, 올 시즌도 안드리 셉첸코(우크라이나)·미하엘 발라크(독일) 등 스타급 선수들을 거액을 들여 영입하며 전력 강화를 꾀해 독주가 예상되었다. 하지만 맨유의 벽 앞에 첼시는 도전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나란히 여섯 경기씩 남아 있는 양팀은 오는 5월10일 첼시의 홈 스탬퍼드 브리지에서 운명의 맞대결을 펼친다. 만약 맨유가 이 경기에서 패하면 리그 우승의 꿈은 안개에 빠지게 된다. 남은 경기를 모두 이겨야 첼시와 승점이 같아 골 득실로 우승을 겨루는 상황이 닥치기 때문이다. 호사가들 사이에 “진정한 챔피언이 아니다”라는 비아냥이 나올 수 있어 최소한 무승부 이상을 거두어야 한다. 또 맨유와 첼시는 오는 5월19일 런던 뉴웸블리 구장에서 열리는 FA컵 결승전에도 나란히 올라 있다. 양팀 선수들은 로마 시대 검투사처럼 또 하나의 우승컵을 들기 위해 다시 한번 처절한 사투를 치러야 한다.


첼시는 쿼트레블 달성 노려


 
뿐만 아니다. 양팀은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만날 확률도 높다. 맨유는 AC 밀란(이탈리아)과, 첼시는 리버풀(잉글랜드)과 4강전을 치르지만 축구 전문가들은 맨유와 첼시의 우세를 점치고 있다. 맨유는 홈 구장인 올드트래퍼드에서 열린 8강 2차전에서 AS 로마(이탈리아)를 7-1로 대파한 기세를 몰아 AC 밀란에 화끈한 복수극을 꿈꾸고 있다. 맨유는 2004~2005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AC 밀란에 0-1로 지며 분루를 삼킨 바 있다. 첼시도 2004~2005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리버풀을 넘어 결승 고지를 노린다. 맨유와 첼시는 오는 5월24일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리는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또 한번의 맞대결로 지구촌 축구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꿈에 부풀어 있다.
맨유는 세 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패할 경우 리그의 신흥 라이벌 첼시의 쿼트레블(4관왕·칼링컵 우승 포함) 달성의 제물로 전락하게 된다. 맨유로서는 이보다 더한 굴욕이 없을 터이므로 처절한 사투가 예상된다. 물론 첼시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5월10일부터 24일까지 15일간의 여정이 영예의 꽃길이 될지, 거친 가시밭길이 될지는 오직 ‘축구의 신’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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