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에서 하나 되는 지구촌
  • 이성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책임 연구원) ()
  • 승인 2007.05.07 14:0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계획 중인 해저터널들/유럽-아시아, 유럽-아프리카, 아시아-북미 연결 추진

 
20세기 세계 해저터널의 건설 추이와 최근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의 세계적 경향 등을 고려해볼 때 21세기에는 해저터널 사업이 최대 메가 프로젝트로 떠오를 전망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앞으로 중국·일본과의 해저터널 건설을 통해 한반도 종단철도(TKR),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중국 횡단철도(TCR), 만주 횡단철도(TMR) 등과 연결함으로써 아시아-시베리아-유럽을 하나의 공동체로 묶는 국제적 초대형 건설 프로젝트의 중심에 설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또한 해저터널 건설 프로젝트는 국가 경제를 활성화하는 계기도 마련해줄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지하철, 철도·도로 터널, 지하 비축기지 건설 등을 통해 세계적 수준의 터널 건설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해저터널은 바다 밑 깊은 땅속에 건설되는 만큼 길고 큰 터널을 빠르게 굴착·시공하기 위한 기술, 육지와 달리 해저 지반 조사에 많은 제약이 있는 점을 고려한 해저 첨단 조사 기술, 높은 수압에 견딜 수 있는 터널 안전 설계·시공 기술, 화재 및 누수와 같은 위험 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안전 기술 등 수많은 첨단 기술의 개발이 필요하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해저터널 기술과 경험은 전무한 실정으로 현재 공사 중인 거제시와 가덕도를 잇는 거가대교 침매터널 건설 공사에서도 외국 기술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최근 해외 건설 시장에서는 해저터널 관련 프로젝트가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와 이웃한 일본·중국 등에서도 해저터널 공사가 잇따르고 있다. 

중국 본토와 타이완 잇는 터널 건설 논의:중국이 자체 전문가들을 동원해 설계한 최초의 해저터널로 푸젠(福建)성 샤먼(厦門)에 건설 중이다. 2005년 5월에 착공했다. ‘샤먼 동통도(東通道) 해저터널’이라고 불리는데 2010년 완공 목표이다.
이 터널은 아모이 섬 서쪽의 산악로와 접해 있다. 동쪽 5개 선착장에서부터 내륙의 샹안구까지 연결되고 샹안 터널과 인접해 있다. 전체 터널 길이는 9km이며 그 가운데 해저 부분은 5.95km이다. 해저터널 구간 중 가장 깊은 곳은 수심이 70m이다. 
총 건설비는 약 33억 위안(약 4천9백20억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터널 안에는 시속 80km로 달릴 수 있는 왕복 6차선의 자동차 전용도로가 만들어진다. 양쪽 출입구의 입체 교차로는 일반 고속도로와 연결된다. 아모이 대교에서 하이창(海滄) 대교까지 아모이 섬을 출입하는 차량의 30%를 소화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해저터널이 완공되면 진먼(金門)~다덩(大嶝)~동통도~샤먼다오(厦門島)~하이창으로 이어지는 황금 여행 노선이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터널식 굴착 방법이 대외 교통을 전천후 보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일대 해역의 활유어 등 희귀종을 보호할 수도 있다. 고압선 관리에도 유리하다고 밝히고 있다.
중국 정부는 또 중국 본토와 타이완을 연결하는 해저터널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1998년 11월 중국 푸젠성 샤먼에서 미국·프랑스·일본·싱가포르의 터널 전문가 70여 명이 모였다. 이 자리에서 중국과 타이완을 연결하는 ‘타이완 해협 해저터널 건설’ 방안을 논의했다. 노선은 북선과 남선 2개 안으로 북선은 푸젠성~푸칭~핑탄~타이완 신주에 이르는 길이 1백30km의 터널이다. 남선은 샤먼~진먼~펑후~타이완 자이를 연결하는 길이 2백10km의 터널이다. 북선을 채택할 경우 건설 비용은 1조4천4백억 위안, 건설 기간은 16년으로 추산됐다.

 
지브롤터 해협을 터널로 잇는다:유럽과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지브롤터 해저터널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스페인과 모로코는 지난 3월 양국 사이에 놓인 지브롤터 해협을 잇는 터널을 건설하기로 합의했다.
2025년 완공 목표로 스페인 카날레스~모로코~시레스 간 42.7km(해저터널 구간 27.7km)에 건설된다. 일본의 혼슈~홋카이도를 연결하는 세이칸 터널(53.9km)과 프랑스~영국을 잇는 유로터널(50.4km)에 이어 세 번째로 길다. 터널은 양방향 철로용 콘크리트관 2개와 그 가운데 놓일 서비스용 콘크리트관 1개 등 모두 3개의 관으로 이루어진다.
최대 수심은 3백20m, 해저면에서 100m 밑에 터널이 위치한다. 셔틀 열차로 승객과 화물·차량 등을 수송한다. 최고 속도는 시속 1백20km이다. 공사는 2단계로 시행되며 1단계는 2045년까지 1개의 터널을 건설한다. 설계는 스위스의 공학기술자 지오바니 롬바르디가 맡았다.
양국 정부는 대륙 간 철도 이용자가 연간 1천만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간 경차량 1백58만 대와 중차량 46만 대, 1천6백만명의 여객을 수송할 전망이다.
터널이 완공되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모로코의 탕헤르까지 4시간대에 갈 수 있다. 하지만 1백30억 달러(약 1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공사비를 어떻게 충당할지는 미지수이다.
터키 해협에 지하철이 달린다:이스탄불에서 터키 해협(보스포러스 해협)으로 갈라져 있는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잇는 세 번째 연결로가 될 보스포러스 해저터널 지하철 공사가 2004년 5월 착공되었다. 이 터널은 총 13.7km 길이로 이 중 1.4km가 해저에 위치한다. 내진 설계로 시공될 이 터널은 약 55m 수심의 해저를 지나게 되어 있으며 지하철과 연결될 것이다. 공사비는 총 20억~25억 달러 규모로 예상되고 있으며 일본 국제협력은행 차관 자금으로 일본-터키 컨소시엄이 프로젝트를 시행해 2008년 완공할 예정이다.
시베리아와 알래스카 연결:러시아도 해저터널 건설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검토 중인 해저터널은 극동 사할린 섬과 본토인 하바로프스크 주를 철로가 깔린 해저터널(7km)로 연결하는 것이다. 다시 사할린과 일본 홋카이도를 잇는 해저터널(42km)을 건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러시아 대륙 동쪽 끝 시베리아와 북미 대륙 알래스카 사이의 베링 해협 85km를 해저터널로 잇는 계획도 논의되고 있다. 약 2백조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사업이다. 기초 설계를 위해 자료 조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 자바~수마트라 간 쌍둥이 터널 추진:
인도네시아는 총 1백50억 달러를 들여 자바~수마트라 간 해저에 33km 길이의 트윈 터널을 추진하고 있다. 2018년 개통 목표이다. 순다 해협(Sunda Strait) 해저 약 40m 깊이에 높이 8.5m, 너비 6.5m의 터널을 만들어 하루 1만5천 량의 전철 객차를 운행할 예정이다.
이 해저터널이 만들어지면 인도네시아가 계획 중인 ‘아시아 루트(발리 섬-베이징)’와 ‘ASEAN 루트(발리 섬-말레이 반도)’의 일부분으로서 역할을 하게 된다.
해저터널은 이제 대륙을 하나로, 세계를 하나로 만들고자 하는 인류의 노력을 실현하는 수단의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인류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초대형 프로젝트로서 국가 간 이해도 민감하게 얽혀 있다.
하지만 해양의 자연 환경을 보전하고 해상의 통행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안전이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에 첨단 건설 기술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을 잇는 해저터널 건설 논의가 일고 있는 만큼 하루빨리 기술 개발과 축적에 나서야 할 것이다.
해저터널은 국가·지역 간 인적·물적 교류 활성화를 위해 매우 유용한 수단이자 매력적인 사업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