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몸’들의 거침없는 외침
  • 이재명 편집위원 ()
  • 승인 2007.05.14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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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회 국제현대무용제, 6월1일 개막…<태양의 먼지> 등 21편 무대에

 
국제현대무용제 <MODAFE 2007>이 무대에 오른다. 올해로 26번째 행사이다. 한국을 비롯해 프랑스·일본·캐나다·벨기에·영국 등 6개국에서 출품된 21편이 소개된다.
한국현대무용협회(회장 안신희) 주최로 열리는 이번 무용제의 주제는 ‘댄스 비스타- 몸·철학·움직임·생동’이다. 오는 6월1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아르코 예술극장, 서강대 메리홀, 대학로 마로니에 야외무대 등에서 진행된다. 주최측 반주은 이사는 “이번 무용제는 주제에서 알 수 있듯이 세계 무용계의 흐름에 시선을 돌려 우리 시대의 춤을 고찰하게 해줄 것이다. 무용의 한계에 관해 실험을 거듭해온 세계 무용계는 이제 행위하며, 생각하며, 살며, 기뻐하며 춤추는 욕망을 가리키는 ‘움직임과 철학’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무용제에서는 공연 외에 작가와 관객의 만남의 자리, 워크숍, 마로니에 공원 야외무대에서의 오프 스테이지, 조너선 버로의 포럼 등이 함께 진행된다. 주요 작품을 소개한다.

 
<태양의 먼지>:개막 공연 작품. 프랑스 국립 오를레앙 무용단 예술감독인 조셉 나주는  2000년 10월 <소매 속의 시간>이라는 작품으로 한국 무용계에 선풍을 불러일으켰던 인물이다. 마술과 같은 광경, 기묘한 옷차림, 큰 상자, 기발한 대조의 효과, 가면, 춤의 제스처와 움직이는 연극 등은 80분간에 걸쳐 관객들을 놀라움과 독특한 세계로 안내한다. 
<Both Sitting Duet>:전세계 17개 페스티벌에 초청되었던 작품으로 한국에서는 최초 공연이다. 영국의 안무가 조너선 버로와 작곡가 마테오 파르지옹 두 사람이 의자에 앉아 1시간 동안 스무 개 손가락과 팔놀림을 중심으로 연기를 한다. 이들은 1988년부터 추구해온 ‘움직임을 소리로, 소리를 움직임으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실감나게 해준다. 관객들은 이들의 손가락 움직임과 소리에 매료되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빠져든다.
 
<끝나지 않는 광란>:캐나다의 브누아 라샹브르는 이 작품에서 비디오 이미지를 통해 자신과 마주하면서 자아의 정체성을 해체시키도록 강요받는 인간의 다중적 본성을 잘 표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Modify>:1997년 창단된 벨기에의 주 댄스 컴퍼니는 구성원 모두가 무용수이자 공동 창작자로 멤버 대부분이 베시 어워드를 수상한 유럽의 역량 있는 무용가들이다. “‘설명’할 수는 없어도 ‘알’수는 있다”라는 테마를 다루면서 세계적으로 드문 퓨어 댄스의 진수를 보여준다.
<D.D.D>:가와구치 다카오와 야마가와 후유키의 작품. 특히 야마가와는 ‘소리와 영상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표현하는 예술가’로 꼽힌다. 그는 ‘배음’이라는 자신만의 독특한 발성법으로 기타와 융합시켜 ‘호메이’라는 신비한 음향 세계를 선보인다.
D.D.D는 마약(Drug)·추락(Drop)·헌신(Dedication)을 뜻한다.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로 큰 록 사운드와 함께 사각의 링 위로 흰 가면의 레슬러가 달려나와 자신의 움직임과 호흡을 통해 근육의 움직임과 심장 박동수를 조절하고 위장 내시경으로 몸속을 탐험하는 동작을 보여준다.
 
<기억 세포>:프랑스에서 10년간 활동하면서 유럽 최고의 무용수로 꼽히는 김희진과 프랑스의 뤼도빅 갈방의 공동 작품이다. 계획하지 않았던 작은 동기들로 인해 기억 세포가 시간과 공간을 넘어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게 된다는 전개로 지나간 시간들에 대한 잔영을 그리고 있다. 
<Don’t (with shadow)>:일본 현대 무용계에 한류 바람을 일으킨 김성용과 일본 가네타 아유코, 미나가와 마유무의 춤, 그리고 최영주가 이끄는 고양 앙상블 팀의 라이브 음악, 일본 최고의 비디오 아트가 어우러진 작품이다.
<꿈꾸는 몸>:박영준과 미국에서 영화감독으로 활동하는 한국인 2세 존 권의 공동 작품이다. 자신의 깊은 곳에서 숨쉬면서 몸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인간의 모습과 마음을 다루고 있다.
<전시장 안의 사람들>:루멘 팬터마임 시어터 단장인 방희선은 2006년 올해의 무용가 상과 2005년 이사도라 상을 수상한 안무가. 나티 음악 밴드의 폭발할 듯한 라이브와 함께 파격적인 춤을 선보인다.
<A Triangle>:도심의 한복판에서 ‘첫눈에 반한 사랑’, 그리고 ‘다시는 못 올 것 같은 그 순간’이 되풀이되고 또 다른 만남이 시작된다. 인간의 욕망과 심리를 다룬 대구시립무용단 상임 안무가 최두혁의 작품.
<이브의 제안>:‘정말 뜨겁게 춤을 잘 춘다’는 지구 댄스 시어터의 작품. ‘아담과 이브가 열매를 먹은 뒤 그들이 가리고 싶었던 것은 그들의 육체뿐이었을까?’ 하는 물음에서 출발해 오늘날에도 인간은 ‘그 무엇’을 가리기에 여념이 없다는 인식을 갖게 한다.
<Waiting!>:댄스 컴퍼니 더 바디 대표 류석훈의 작품으로 꿈꾸는 미래에 대한 기다림, 사랑에 대한 기다림, 시간에 대한 기다림으로 반복되는 삶을 다루고 있다.
<그늘에서 추다>:‘춤추지 않을 때는 불안하다. 그래서 쉬는 것 또한 춤을 추는 것이다’라고 춤을 정의하는 이윤정의 작품. 팔과 다리, 머리가 사방으로 흩어져 감각의 촉수가 되고 드럼 비트는 심장 박동과 함께 온몸으로 퍼져 움직임의 원동력이 된다. 
<오셀로 증후군>:지난해 MODAFE에서 신인상을 수상한 이영찬은 의처증·의부증을 나타내는 오셀로 증후군을 소재로 ‘서로를 어디까지 믿어야 하며 어디까지 믿지 말아야 하는가’ 하는 물음으로 인간 관계에 대한 성찰을 풀어나간다. 무용극처럼 극적인 면을 강조해 관객들이 이해하기 쉽게 전개된다.
<링 반데룽>:무용수와 안무가로서 재능을 인정받고 있는 댄스 시어터 대표 정훈목의 작품. ‘링 반데룽’은 산을 오를 때나 넓은 고원 등에서 방향감각을 잃고 같은 장소에서 맴도는 현상을 말하는 용어인데 더 좋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려 하지만 큰 변화 없이 같은 자리를 맴도는 인생을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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