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의 눈’으로 이야기를 본다
  • 조 철 (출판 기획자) ()
  • 승인 2007.05.21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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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가지 이야기 100가지 상식> 시리즈/부모와 함께 읽는 어린이 교양서

책을 읽는 목적이 단순히 지식을 쌓는 것이라고만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유아 그림책만 해도 그렇다. 아이가 글자를 읽지 못해도 “책을 읽고 있다”라고 말할 수 있다. 이를테면 힘겹게 글자로만 책을 읽는 초등학교 1학년생보다 그림만 보고도 책을 이해한 다섯 살짜리 어린이가 즐거움도 크고 독서 효과 또한 훨씬 나을지도 모른다.
<어린이와 그림책>을 쓴 세계적인 아동 도서 전문가 마쓰이 다다시는 “책을 읽는 것은 글자를 읽는 것과 명백히 다르다”라고 지적한다. 다시 말해 책에 쓰인 내용을 이해하고서야 책을 읽었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을 읽기 위해서는 ‘글자 읽기’라는 기본 수단 외에 다른 능력이 필요하다는 말인데, 초등학교 4~5학년이 되어도 독서력이 없는 경우를 설명할 수 있는 지적이다.
마쓰이 다다시는 글자를 몰라도 귀로 듣는 독서를 하는 경우도 예를 든다. 이야기에 몰입해 선생님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아이는, 사실 선생님을 쳐다보는 것이 아니다. 시선은 선생님을 향하고 있지만 아이가 보는 것은 다른 것이다. 바로 마음속에 떠오르는 영상이다.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주인공의 행동·사건·장소 등이 명확한 그림으로 마음속에 그려지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세계 명작 이용해 다양한 교양·지식 제공


 
그림은 상상력의 질을 결정한다. 어른들은 흔히 어린이의 상상력이 타고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아 교육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자라면서 직·간접으로 체험함으로써 발전하는 것이다. 체험의 기회를 풍부하게 해주는 것 중 괜찮은 매개체 하나가 바로 그림이다. 아이들은 그림을 보면서 상상하고 이해하며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간다. 그림이 들어간 책이라고 다 좋은 책은 아니다. 책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림 또한 예술적으로 뛰어난 것이 아이에게 더 좋은 영향과 상상력을 줄 것이다.
그런데 논술을 잘하게 하려고, 폭넓은 지식을 쌓게 하기 위해 등등 부모들은 자녀에게 책을 주면서 책 읽는 목적을 앞세운다. 정서 함양이나 재미를 주기 위한 목적은 뒷전이다. 앞서 마쓰이 다다시의 지적처럼, 그래서는 책을 이해하기도 어렵지만 결코 좋은 책 읽기가 아니다. 논술을 앞세우고 강요하기만 한다면 아이들은 시험 볼 때 긴장하듯 책 앞에서 언제나 주눅이 들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책을 읽을 때는 자유로운 분위기에 있어야 한다. 마음에 맞는 친구와 노는 것처럼 좋은 책과 신나게 놀 수 있어야 한다.
<1가지 이야기 100가지 상식> 시리즈는 어린이들에게 세계 명작을 이용해 다양한 교양과 지식을 배우게 하는 책이다. 제1권 <80일간의 세계 일주> 편은 쥘 베른의 유명한 모험 소설로 꾸몄다. 어른들에게도 친숙한 이야기로 어렵지 않게 아이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입체적으로 꾸민 책은 부모와 아이가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까지 만든 셈이다.
이 책은 필리어스 포그와 그의 하인 파스파르투의 모험이라는 흥미진진하고 탄탄한 명작의 스토리 구조를 따라가면서, 두 주인공이 방문하는 나라의 역사적·문화적·지리적 정보도 동시에 배울 수 있게 했다. 팝업 지도를 넣고 접지를 해서 관련 정보를 다루는 등 톡톡 튀는 개성을 가진 등장 인물들처럼 지루하지 않게 집중할 수 있는 구성이 눈길을 끈다. 재미와 감동, 그리고 지식을 한 권에 모두 아우르는 책이라 하겠다. 책 끝머리에 3쪽에 걸쳐 책의 의도를 보여주는 ‘통합 논술을 위한 준비’와 ‘통합적 사고를 위한 연습’ 란도 두었다. 이것은 군더더기라는 생각이 든다. 굳이 이런 배려를 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충분히 이 책으로 즐겁게 통합적 사고를 하고, 자연스럽게 논술 준비를 하리라 본다.

포그와 함께 모험의 세계로!
<1가지 이야기 100가지 상식:80일간의 세계 일주> 줄거리

영국 런던에 살고 있는 필리어스 포그는 철저히 베일에 감추어진 생활을 하는 신사이다. 그의 유일한 취미는 매일 개혁 클럽에 나가 신문을 읽거나 클럽 동료들과 어울리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포그는 클럽의 동료들과 엄청난 내기를 하게 된다. 바로 80일 내에 세계를 여행하고 돌아오면 2만 파운드를 받고, 실패하면 자신의 총재산 2만 파운드를 클럽 동료들에게 나눠주는 것이었다. 그날 밤, 포그는 프랑스 출신의 용감하고 쾌활한 하인 파스파르투와 함께 여행길에 오른다. 그런데 포그가 여행을 떠나기 얼마 전 은행에서 절도 사건이 발생했다. 단순하고 책임감 강한 형사인 픽스가 거액의 돈을 갖고 여행길에 오르는 포그를 은행 강도로 오해하고, 몰래 그들의 여행길을 미행하게 된다. 픽스 형사는 포그가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며 그를 체포하려 하지만 번번이 체포영장이 제때 도착하지 않아 실패하게 된다. 포그는 이런 사실도 알지 못한 채 여행을 계속한다.
인도를 여행하던 중 포그 일행은 우연히 아우다라는 아름다운 인도 여인에게 도움을 주게 되는데 그 후 아우다도 이 여행에 동참하게 된다. 포그 일행은 온갖 교통수단을 이용해 영국에서 프랑스로, 수에즈를 거쳐 인도로, 인도에서 다시 중국·일본을 거쳐 태평양을 건너 미국으로, 다시 대서양을 건너 영국으로 향한다. 포그는 날짜에 맞추기 위해 여러 가지 교통수단을 동원한다. 철도가 끊겨 코끼리를 타고 가거나 기차를 놓쳐 썰매를 타기도 한다. 또 연료가 없어 배를 부숴 불을 때기도 하고 미국에서는 인디언의 습격을 받기도 하면서 온갖 모험과 위험을 이겨내며 여행을 계속한다.
여행 경비로 가져간 2만 파운드가 거의 바닥이 날 무렵 아슬아슬하게 제 날짜에 맞춰 영국에 도착한 포그는 끈질기게 그를 추격해온 픽스 형사에게 체포되어 몇 시간 동안 감옥에 갇혀 있다가, 사흘 전에 범인이 잡혔다는 사실이 밝혀져 풀려난다. 하지만 그 바람에 약속 시간에 단 5분이 늦어 내기에서 지게 된다. 그래서 포그는 자신의 전 재산을 잃게 될 처지에 놓이고 만다.
그런데 다음날 아우다와 결혼식을 올리기로 결심을 굳힌 포그가 주례를 부탁하기 위해 파스파르투를 교회의 목사에게 보냈다가 깜짝 놀랄 만한 사실을 알게 된다. 과연 어떤 일일까? 포그가 전 재산을 잃지 않고 내기에서 이길 수 있는 일이 생긴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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