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이 미래를 먹여 살린다
  • 김승욱 (고려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 ()
  • 승인 2007.05.28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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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가가치 산업 키울 '보물...농약·의약품·연료 등 다방면에 활용 가능

 
생물 자원은 다양한 바이오산업에 응용될 수 있다. 생물 자원은 살아 있는 생물체, 생물체의 유전자, 그리고 생물체에서 생산되는 기능성 물질들을 모두 포함한다. 지구상에 널리 분포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도 다양한 분야에 응용 가능한 생물체와 기능성 물질들이 무궁무진하다.
이러한 생물 자원을 효율적으로 개발하면 국가의 부를 창조할 수 있다. 특히 우리처럼 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서는 고부가가치 산업을 창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생물 자원으로는 미생물·식물·동물 자체와 그들의 유전자, 그리고 이러한 생물체들로부터 생산되는 효소 및 기능성 물질들이 있다. 이들은 농업·의약품·환경·에너지·식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 가능하다. 실제의 예를 들어보자.
첫째, 농업 분야에서는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해충들을 제거하기 위해 많은 농약을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농약의 과다 사용에 의한 환경 오염으로 생태계의 파괴도 빨라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농작물들은 제초제에 약한 단점이 있다. 또 대기오염과 지구온난화 등으로 인해 기후가 변화하면서 기존 농작물의 생산성이 감소하거나 심지어는 전혀 생산을 할 수 없게 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여러 방법들이 시도되고 있다. 작물의 유전자를 조작해 병충해 및 제초제에 강한 농작물, 냉해에도 잘 견디는 농작물, 즉 유전자 조작 작물(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을 생산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많은 논쟁이 일고 있으나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미 1994년 옥수수·콩·밀 등의 유전자 조작 작물을 승인했으며 이에 따라 미국 농가에서는 대량의 유전자 조작 작물을 생산하고 있다.
또 해충들의 천적을 이용해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해충을 공격해 죽이거나 번식 능력을 떨어뜨려 해충의 수를 감소시키는 생물들을 이용하는 방법도 활용된다. 생물 농약의 개념으로 해충에만 병을 일으키면서 인간에게는 무해한 바이러스, 선충, 미생물, 미생물이 생산하는 독소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러한 병원성 생체들이 해충에 병을 일으켜 죽게 하거나 독소에 의해 해충이 죽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생물 농약은 환경 오염을 유발시키지 않는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특정 해충에 대한 생물 농약들이 상품화되어 있으며 지금도 다양한 해충을 방제할 수 있는 생물 농약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처럼 유전자 조작 작물에 이용된 특정한 유전자, 천적, 해충을 죽이는 바이러스, 미생물, 독소 등은 중요한 생물 자원임을 알 수 있다.
둘째, 의약품 분야에서는 페니실린 발견 이후 현재까지 수많은 항생 물질들이 발견되었다. 이러한 항생 물질로부터 새로운 항생 물질들을 화학적 또는 생물학적인 방법으로 합성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항생 물질은 매우 적은 양으로 인체에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균의 성장을 억제 또는 사멸시킬 수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생물체가 생산한 물질로 다른 생물체를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인체에 관련한 질병은 수없이 많고 이러한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미생물 등도 다양하다. 이러한 병원체들로 인한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다양한 항생 물질, 항암 물질, 항바이러스 물질 등이 개발되고 있으며 이러한 물질들은 결국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 자원들로부터 기원한다.

 
한국에만 있는 생물 자원 개발하면 효과 극대화


 
특히 인체의 대사 메커니즘이 밝혀짐에 따라 적절한 단백질 치료제도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단백질 치료제는 인슐린이나 성장 호르몬과 같이 인체에 존재하는 단백질을 이용해 제조하는 치료제로서 유전자 재조합 기술에 의해 대량 생산된다. 이러한 단백질 치료제들은 생물 자원의 유전자 조작에 의한 재조합 미생물을 이용하거나 역시 생물 자원인 동물세포 배양에 의해서도 생산되고 있다.
1982년 미국 식품의약국에서 인슐린의 판매를 허가한 이후 수많은 단백질 치료제가 선보이고 있다. 앞으로도 많은 신약이 나올 것으로 기대되는데 이는 근본적으로 생물 자원에서 유래하므로 그 중요성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
셋째, 환경 오염은 대기·수질·토양에서 총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오염을 처리 또는 복구하기 위해 과거에는 주로 물리·화학적 처리를 이용했으나 현재는 생물학적 처리가 중요한 과정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대기 중에 강한 독성이 있는 성분인 다이옥신의 경우 미생물이 이 다이옥신을 분해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져 많은 기대를 걸게 하고 있다.
바다나 강에서 배가 침몰해 유류가 유출되었을 때 유류를 영양분으로 이용해 분해할 수 있는 미생물을 제조해 활용하는 것도 생물 자원의 대표적 응용이다.
뿐만 아니라 화약류를 많이 사용하는 곳에서는 주위 토양들이 TNT 등에 오염되고, 이러한 오염 물질이 분해되어 토양이 정상적으로 복구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화약에 오염된 토양을 조사해보면 화약 성분을 영양분으로 삼아 살고 있는 미생물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미생물을 분리해 미생물 제제를 제조함으로써 화약으로 오염된 토양을 복원할 수 있는 것이다.
넷째, 에너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 중인 대다수 에너지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수입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태양열, 태양광, 풍력, 지열, 조력, 바이오 에너지 등 대체 에너지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 중 바이오 에너지는 생물 자원으로부터 만들 수 있는 에너지이다. 현재 이용 중인 바이오 에너지로는 바이오 에탄올, 바이오 디젤, 바이오 가스 등이 있다. 바이오 에탄올은 전분질 또는 목재·짚·낙엽·과일 껍질 등의 섬유소 물질을 효소로 분해해 포도당을 만들고, 이 포도당을 효모에 의해 발효시켜 에탄올로 전환시킨 후 농축해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브라질에서는 사탕수수를 원료로 바이오 에탄올을 생산해 자동차 연료로 쓰고 있다. 바이오 에탄올은 가솔린과 일정 비율로 혼합해서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를 가스홀(가솔린과 알코올의 혼합어)이라고 부른다.
바이오 디젤은 생물 자원인 식물로부터 추출한 식물성 기름이나 많은 업소에서 나오는 식물성 폐유를 화학 촉매 또는 기름 분해 효소로 분해해 디젤과 비슷한 특성을 갖는 연료 물질을 만들 수 있다. 최근 많은 선진국에서는 식수원으로 쓰이는 강에서 운행하는 배들의 연료로 바이오 디젤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바이오 디젤이 강에 오염되더라도 결국은 미생물들에 의해 분해되기 때문에 환경 친화성 연료라고 할 수 있다.
또 음식물 쓰레기와 같은 유기성 폐기물을 미생물에 의해 혐기성 발효시키면 메탄가스가 생산되는데 이것이 바이오 가스이다. 바이오 가스는 천연가스와 같이 가정에서 에너지로 쓸 수 있다.
다섯째, 식품의 예를 들어보자.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기능성 식품으로 김치·젓갈 같은 전통적 발효 식품과 신기능성 식품인 올리고당 등이 있다. 김치는 숙성 과정에서 젖산균이 성장하고 기능성 물질을 분비해 다른 유해한 미생물의 성장을 억제하는 항균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인체에 들어가서도 똑같은 작용을 하므로 장 속의 환경을 좋게 하는 것이다. 젓갈 안에는 인체에 유익한 수많은 미생물이 존재하고 있는데 이러한 미생물 중에 새로운 미생물이 세계 최초로 분리되는 경우도 있어 매우 중요한 자산이라 할 수 있다.
올리고당은 인체에서 분해되지 못해 칼로리로 전환되지 않으므로 비만을 예방하고 인체의 장 속에 도달했을 때 이를 이용할 수 있는 비피더스 균이 성장해 장내 환경을 좋게 하는 작용을 하는 것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동충하초도 많은 연구가 필요한 귀중한 생물 자원 중 하나이다. 의약품, 기능성 식품, 생물 농약, 기능성 화장품 등에 고루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생물 자원 가운데는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것이 있으므로 국가적 차원에서 보호하는 것이 마땅하다. 생물 자원을 적극적으로 보존하고 응용 가능성을 극대화해 우리나라에서 고부가가치의 생물산업을 꽃피울 수 있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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