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콜드 게임 당하게 생겼다"
  • 오윤환 (자유 기고가) ()
  • 승인 2007.06.11 09:4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열린우리당 · 제 3 지대 신당 · 통합민주당으로 3분..."필패 구도 탄생" 걱정 태산

 
범여권 대통합 시간표는 6월 중 통합신당 창당 선언→7월 신당 창당→ 8월 이후 오픈 프라이머리를 통한 대선 후보 선출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열린우리당이 범여권 통합 시한으로 정한 6월14일까지 어떤 형태로든 그림이 그려져야 한다. 공직선거법상 경선 관리를 중앙선관위에 위탁할 경우, 신청 마감 시한은 8월 말이다. 또 선거운동 개시일(11월28일)로부터 30일 전인 10월28일까지 당내 경선을 마무리해야 한다. 경선 기간을 30일로 잡으면 9월29일쯤 경선을 시작해야 한다. 선관위에 30일 전 신청해야 하는 규정을 감안하면 8월30일 경선 신청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45억원의 경선 비용 가운데 선관위가 부담하는 2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의 통합 작업은 궤멸 상태이다. 6월14일은 이미 무의미해졌다. 분당의 파열음만 넘쳐난다. 정동영·김근태·문희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제3 지대로 뛰쳐나가 범여권을 아우르는 정당 창당을 모색키로 했다. 3인 가운데 정동영·김근태 두 사람의 친노 세력에 대한 반감도 만만치 않다. 친노들을 배제할 가능성도 있다. 최악의 경우, 열린우리당에는 ‘20여 명의 친노 세력’만 옹기종기 남게 될지 모른다.
이미 민주당은 민주개혁통합신당과 소통합에 합의했다. ‘중도통합민주당’이다. 이들은 열린우리당과의 통합 얘기만 나오면 질겁을 한다. 노무현 대통령 그림자만 비치면 모든 선거에서 참패했던 쓰라린 경험이 있어서다. 대통합이 물 건너가면 범여권은 열린우리당·제3 지대 신당·통합민주당으로 3분된다. 필패 구도이다. 그래서 “콜드 게임 당하게 생겼다”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탈당파 자극한 노대통령의 후보 단일화론
이런 와중에 노대통령의 ‘후보 단일화론’이 결국 사고를 내고 말았다. 후보 단일화 모색이 ‘대통합 반대’로 읽혀지면서 대통합을 바라는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물론 노대통령 연설이 있기 전에도 탈당 기류는 있었다. 정대철 상임고문과 김덕규 전 국회부의장 등 10여 명의 의원이 6월15일 집단 탈당하겠다고 연판장을 돌린 것이다. 또 통합이 부진하고, 통합민주당 합당이 급류를 타자 문희상·유인태 의원 등이 ‘기획 탈당’을 추진 하기도 했다. 민생정치준비모임 천정배 의원이 “열린우리당 사수를 위한 탈당”이라고 비난했다.
그런데 판이 커졌다. 성격도 변하고 있다. 노대통령의 후보 단일화 발언이 나온 지 3일 만에 정동영·김근태·문희상 전 의장이 “제3 지대에서 대통합을 위한 전진 기지를 만드는 데 동참해달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른바 ‘제3 지대파’다. 열린우리당 밖으로 나가겠다는 얘기다. 정대철 고문도 동행할 태세이다. 이렇게 되면 탈당파는 50명을 넘을 수 있다. 이들의 목표는 제3 지대에서 열린우리당·통합민주당, 나아가 시민·사회 단체와의 결합에 있다. 그러나 이것도 간단치 않다. 정동영·김근태 두 사람은 이미 노대통령으로부터 상처를 입을 대로 입었다. 이들은 노대통령과 친노 세력과는 ‘못한다’고 못 박았다. 반면 문희상 전 의장은 열린우리당도 흡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제3 지대에서 통합의 전진 기지를 만들어 통합에 나서겠다고 의지는 천명했지만 장애물이 한두 가지가 아닌 것이다. 무엇보다 노대통령과 친노 세력이 여전히 걸림돌이다. 친노 그룹인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가 통합신당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어디까지나 “통합이 되면”이라는 전제를 달고 있다. 따라서 노대통령과 친노 세력은 후보 단일화에 열중하는 한편으로 탈당파들이 통합에 몰입하면 시계 바늘은 더 꼬이게 되어 있다.
게다가 통합민주당과의 협상은 더 힘들다. 이들은 노대통령과 친노 세력에 대한 거부감이 더 노골적이다. 노대통령과 그 측근들을 ‘국정 파탄자’라고 딱지 붙인 박상천 대표가 버티고 있다. ‘살생부’를 접었다지만 그 속을 누가 알겠는가? 국정 파탄자의 범주에는 통합을 이끈다는 정동영·김근태 두 사람도 포함되어 있고, 김 전 의장에게는 ‘과격 좌파’라는 꼬리표까지 붙여졌다.
당장은 오히려 제3 지대파와 통합민주당이 서로 경쟁하는 모습이다. 통합민주당은 열린우리당 탈당파들의 합류를 기정 사실화했다. 김한길 통합신당 대표는 “열린우리당 내 많은 중도 개혁 의원들이 합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봉균 통합신당 통추위원장도 “중도 개혁에 동의하는 열린우리당의 상당수 의원들이 합류할 것”이라고 바람을 잡기도 했다. 그러자 제3지대파들은 민주당 내 통합파, 즉 ‘반박상천, 반김한길파’들을 상대로 이삭 줍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낙연·신중식 의원과 장상 전 대표 등이 포섭 대상이다.
김근태·정동영·문희상 전 의장과 정대철 고문 외에 재선 그룹과 초선 모임인 ‘처음처럼’ 등이 가세해 40여 명이 집단 탈당할 경우, 후속 탈당이 이루어지면서 열린우리당에는 사실상 비례대표들과 친노 의원들만 남게 된다. 기껏해야 20여 명선이다. 만약 통합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추가 탈당파가 시민·사회 세력과 연대하는 ‘제3 지대 그룹’이 만들어질 경우 범여권에서 친노 진영은 고립되고 만다. 2차 집단 탈당 규모를 최소화시키기 위해 안간힘이지만 역부족이다. 결국 노대통령의 후보 단일화론은 큰 악재가 되고 만 것이다.


노대통령, 대역전 노림수 있다?
아예 떠날 사람 보내고 핵심만 남아 열린우리당을 지키자는 기류도 있다. 경쟁력 있는 친노 후보를 준비해 노대통령의 생각대로 후보 단일화를 유인하자는 것이다.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와 김혁규 의원, 유시민 전 복지부장관 중에서 단일화를 이룰 경우 범여권 지지 세력 중 상당 부분을 끌어올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김형주 의원은 “국회의원 100명 있는 데가 아니라 대통령 될 사람이 있는 데가 여당이 되는 것”이라며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 등 1~2명으로 후보를 압축해서 지지율을 높이는 방안도 있다”라고 주장했다. 참여정부 평가포럼이 친노 후보를 적극 뒷받침하는 정치 세력화를 꾀할 가능성도 있다. 참평포럼과 노사모를 일체화시킨 노대통령의 발언도 이같은 마지막 상황을 고려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나가려는 쪽은 마음이 편한가? 대통합 기류에 휩쓸려 열린우리당을 해체해봐야 이들의 미래도 순탄치 않아 보인다. 김근태 전 의장이 노대통령과 박상천 통합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두 분은 각자 정당을 만들어 후보 단일화를 하자고 주장한다”라며 노대통령과 박대표 중심 그룹을 대통합에 참여시키기는 어렵다는 주장을 폈다. 이른바 ‘역 배제론’이다. 노대통령으로부터 수없이 망신당하고, 박대표로부터는 ‘무능 좌파’라는 손가락질을 받은 그가 작심하고 한 얘기로 들린다. 김근태 전 의장의 말은 듣기에 따라서는, 여기저기서 천덕꾸러기가 될 바에야 차리라 ‘노-박’ 빼고 초가집이라도 지키는 게 편하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지금껏 탈당의 변죽만 울렸지,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한 그의 우유부단한 정치 행태로 볼 때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이 지점에서 친노 세력은 나가려는 세력을 향해 ‘약점’을 물고 늘어질 것이다. “나가 봐도 별 볼일 없다”라고 보는 것이다.
극단적인 경우 후보 단일화 경쟁에서 밀려도 ‘노무현 당’은 살아남을 수 있다. 대통합 대신 후보 단일화가 되고, 그 후보가 다른 정파에서 나와도 열린우리당은 농밀한 조직력에서 앞설 수밖에 없다. ‘노무현’이라는 ‘중심’이 있어서다. 범여권 정권 장악에 결정적 기여를 할 수도 있다. 참평포럼 결성 등 이미 준비가 끝나가는 상황 아닌가? 노대통령은 한나라당 집권을 “끔찍하다”라고 말했다. 지리멸렬한 범여권 진용, 그리고 불투명한 진로 등을 감안할 때, 어떻게 ‘끔찍한’ 상황을 면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범여권 주자들은 “7회 콜드 게임 당하게 생겼다”라고 비명인데, 노대통령의 역전 노림수는 무엇일까?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