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쩐의 전쟁' 발발했다
  • 이명수 (자유 기고가) ()
  • 승인 2007.06.11 09:4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근혜측, '가차명 재산 1조원 · 김경준 비리 관련설' 등 필살 카드 꺼내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대한 박근혜 전 대표 진영의 후보 검증 공세가 마침내 핵심을 찌르기 시작했다. ‘MB 재산’이다. 이어 이 전 시장과 교포 사업가 김경준, 그의 누이 에리카 김, 그리고 김씨의 투자자문회사 BBK 간의 해묵은 의혹도 터져나왔다.
아직까지 박 전 대표측이 제기하는 이 전 시장의 ‘치명적 결함’은 ‘의혹’ 수준이다. ‘가차명 재산 1조원’도 “내가 들은 재산 이야기”(곽성문 의원)에 근거하고 있다. 김경준씨의 투자 자문화사 BBK와 이 전 시장 관계도 주간지 보도 내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 방’ 수준에 이르려면 아직 멀었다.


월급쟁이 출신 이명박 ‘재산의 진실’
이 전 시장으로서는 한반도 대운하를 지키랴, 재산 문제를 해명하랴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다. 특히 재산은 치명적 결과를 몰고 올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긴장하고 있다. 박 전 대표측이 ‘숨겨놓은 재산’과 ‘부동산’을 들고 나오고, “김대중 정권 때부터 MB 엑스파일이 있다더라”고 흘리는 의도가 ‘이명박 대선 후보 불가론’을 전파하기 위한 것으로 여겨 분노하고 있다. 또 재산 문제에서 한 점이라도 의문이 발견되면 노무현 정권에서 심화된, ‘양극화’의 한쪽 변방으로 내몰린 서민들의 정서를 크게 자극할 것이 뻔하다. 사생결단하고 달려드는 박 전 대표 진영에 대해 ‘사즉생’의 각오로 임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이다. ‘쩐(錢)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이 전 시장 재산의 골격은 땅이다. 이 전 시장이 서울시장에 부임하던 2002년 8월31일 공개한 재산 목록에 따르면, 서초구 서초동 1717-1 상가 8백33.99㎡, 1709-4 근린생활 시설 5천7백95.91㎡, 서초구 양재동 12-7 근린생활 시설 2천7백45.79㎡, 강남구 논현동 29-13 주택 6백73.4㎡ 등 4곳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웬만한 사람이라도 서울시 도시 계획 도면을 놓고 골라보라고 해도 이렇게 족집게처럼 노른자위를 고를 순 없다.
이 전 시장은 이때 서초동 1717-1, 1709-4, 양재동 12-7, 논현동 29-13을 각각 46억6천6백46만원, 62억8천7백69만원, 43억1백81만8천원, 18억3천3백57만6천원이라고 각각 신고했다. 그 부동산 자산 총액만 1백70억8천9백54만4천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에서 이 전 시장 재산은 두 배로 늘어났다. 부동산 폭등 때문이다. 건설교통부가 5월28일 발표한 전국 표준지 공시가에 따르면 2002년 신고한 부동산 총액이 약 3백40억원으로 늘어났다.
이 전 시장은 1993년 9월, 14대 국회의원으로 재산을 신고할 당시 서초동은 해외 공사수주 특별상여금으로 1977년 구입했고, 양재동 땅은 1972년 현대 상무로 재직하면서 만기가 된 서울시 지하철 공채 3백40만원을 현금 대신 체비지로 받았으며, 논현동 땅은 회사 영빈관으로 사용 중 자신에게 양도되었다고 각각 밝혔다. 신고가액 1백78억원을 인정한다 해도 그 가운데 1백64억원이 부동산이다. “공직자가 웬 땅이 이리 많으냐”는 시비에 휘말려도 할 말이 없는 처지다.
박 전 대표측 주장처럼 이 전 시장이 친인척 이름으로 재산을 숨겼는지는 알 수 없다. 1970~1980년대 축재한 지도층 사이에 가차명에 의한 재산 빼돌리기가 관행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그럴 개연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 전 시장은 단호하다. “은닉 재산을 찾아내면 그 사람에게 그 재산을 주겠다”라고 말하고 있다.
김대중 정권 때인 1999년 당시 박태준 총리가 갑자기 낙마했다. 숨겨놓은 가차명 재산이 들통났기 때문이다. 박총리 부인이 그 몰래 부동산을 이리저리 빼돌려 관리해온 사실이 자세한 목록과 함께 언론에 공개되었다. 박총리의 대권욕을 견제하려는 동교동계 작품이라는 설이 나돌았다. 박총리도 당시 동교동계 실세 ㄱ씨를 겨냥해 “두고 보겠다”라고 별렀다.
박 전 대표 진영의 착안도 이것이다. 이 전 시장의 가차명 재산만 찾아내면 단번에 낙마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일리가 있다. 실제로 박 전 대표 진영의 법조계 출신들의 당면 목표도 “명의는 다른 사람이지만, 각종 세금은 이 전 시장 계좌에서 빠져나간 부동산 목록을 찾아라”이다.
한때는 고려대 출신으로 참여정부 실세 중 한 사람이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을 찾아가 ‘이명박 대세론’을 설파하자, 박회장이 이 전 시장 인척이 보유했던 어마어마한 강남 땅을 언급하며 ‘불가론’을 폈다는 설도 나돌았다. 박 전 대표측이 이 소문을 찾아 사방을 수소문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1990년대 굴지의 기업에 팔린 이 땅은 강남의 마지막 노른자위였다.


 
“이명박, 도곡동 땅 1천여 평 은닉” 주장도
한 월간지는 서초동 꽃마을(현재의 법조타운)에 대한 투기를 보도하기도 했다. 꽃마을은 내로라하는 재력가들이 투기로 땅을 확보했지만 땅을 점거한 화훼 농가들이 퇴거를 거부해 철거반원들과 격렬한 충돌이 일어났고, 이 과정에서 분신 자살자가 나온 ‘더러운 부자들의 투기장’이었다. 이 전 시장은 투기로 이곳 땅을 사들였고, 빌딩 두 채를 지어 이곳에서 문제의 BBK 사업을 김경준과 동업했다는 의혹에도 휘말려 있다.
또 도곡동에 1천 평이 넘는 땅도 은닉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 전 시장측은 “도곡동 주변에 이 전 시장 친인척 땅이 있는지 모르지만 이 전 시장과는 무관하다”라고 해명했다. ‘친인척 명의’라는 말이 다소 묘하다. 불똥은 이 전 시장뿐만 아니라 그의 친형 이상득 의원과 처남에게도 튀었다. 유승민 의원이 “이 전 시장의 형과 처남 소유로 된 엄청나게 큰 비상장 회사인 (주)다스 문제”를 입에 올렸다. 이 회사의 이익금이 실제로 이 전 시장에게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 진영이 그 흔적을 찾기 위해 눈에 불을 켠 것은 당연하다.
이 전 시장측은 필사적으로 부인하지만, 지금까지 나타난 것만 보아도 이 전 시장과 BBK, 김경준과는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미모의 여변호사까지 얽혔다. 가차명 재산 뺨치는 스캔들이 될 경우 이 역시 치명적이다. 이 전 시장은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김경준에게 당했다”라는 것이다. 그러나 점점 BBK 의혹에 빠져드는 불길함을 감출 수 없다. 이 전 시장과 김씨와의 관계가 하나하나 밝혀지고 있고, 미국에서 구속된 김씨가 언제 서울로 송환되어 ‘폭탄 선언’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사실이든 아니든 선거에 임박해 이 전 시장을 ‘낙마’시키기 위한 ‘폭로전’이 벌어지면, 입도 벙긋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야 할지 모른다. 그런데 본선에 가기도 전에 한나라당 경선에서 유탄을 맞았다.
재미교포 김경준씨는 1999년 서울에 BBK를 설립한 뒤 공금 3백80억원을 빼돌려 미국으로 도망갔다. 이때는 이 전 시장이 공직 없이 쉴 때였다. 이 전 시장의 서초동 개인 사무실이 BBK 사무실로 통한 때가 있었다. 박 전 대표측이 “이 전 시장과 김씨가 BBK 공동 대표였다”라고 몰아붙이는 것도 일리가 아주 없지는 않다.
이 전 시장은 또 김씨의 누나 에리카 김의 출판기념회에도 참석했다. 그 모습이 사진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현지에는 이 전 시장과 에리카 김이 술집에서 함께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도 있다는 설이 구체적으로 나돌고 있다. 열린우리당 실세들이 문제의 사진을 확보했다는 말도 뒤따른다.
아무튼 김씨는 투자자들로부터 2001년 고소당했다. 이 전 시장과 함께였다. 김씨는 위조 여권으로 미국에 도주했고, 이 전 시장에 대해서는 검찰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이 전 시장측이 박 전 대표 캠프의 공세를 막는 것도 ‘무혐의’라는 검찰 수사 결과를 들고서다. “BBK는 김경준씨가 나를 만나기 전에 설립한 회사”라면서 “함께 회사를 설립하려 했으나 도중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중지했다. BBK는 나와는 직접이든 간접이든 관계가 없다. 이는 검찰과 금융감독위원회 조사에서 밝혀진 사실”이라는 것이다. 김씨와 사업을 논의했다는 사실만은 실토한 셈이다.
실제로 이 전 시장과 김씨가 평범한 관계 이상이었다는 증언은 많다. 로스앤젤레스 특파원 출신 박영선 열린우리당 의원은 “이 전 시장이 하버드 출신의 차익 거래 전문가라며 김씨를 소개했다”라고 밝혔다. 에리카 김과 이 전 시장 관계에 대해서도 “두 사람이 가까운 사이라는 것은 교민 사회에선 다 알려진 사실”이라는 것이다. 이 전 시장이 “BBK 주는 단 한 주도 없다”고 주장하지만 뭔가 축축한 의혹이 느껴진다. 뿐만 아니라 김경준이라는 ‘뇌관’은 사실상 노무현 정권이 쥐고 있다. 그의 송환을 요청해놓은 상태이기도 하다. 원할 때 뇌관에 불만 붙이면 된다. 이 전 시장 진영에 비상이 걸린 것도 무리는 아니다.
박 전 대표 진영이 뼈대도 살도 제대로 붙지 않은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명박 필패론’을 당원과 국민들에게 각인시키겠다는 것이다. 증거를 찾으면 좋고 못 찾아도 상관없다는 투다.
곽성문 의원의 술자리 발언을 들어보자. “내가 들은 재산 이야기는 18~19명의 친척들에게 신탁해놓은 재산이 8천억~9천억원이 된다는 소문이다. 1조원에 가깝다. 그쪽(범여권)의 얘기는 후보가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하는 수준이 아니라 형사 입건될 수 있다는 것이다”가 전부다. 증거를 확보했다는 흔적은 없다. 오직 범여권만이 엄청난 이 전 시장 X파일을 확보하고 있고, 그 내용은 이 전 시장이 후보가 된 후, 후보를 사퇴시킬 정도로 위력적이라는 주장이다. 후보 사퇴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이 전 시장이 감방에 갈지 모른다는 뉘앙스도 풍긴다.


필살의 공격, ‘이명박 면죄부’로 끝날 수도
곽의원은 이런 어마어마한 내용을 털어놓고 다음날 행방을 감췄다. 동시에 박 전 대표가 곽의원의 폭로를 나무랐다는 뉴스가 나왔다. 그러나 박근혜 캠프에서는 ‘1조원’ 의혹이 가라앉기도 전에 BBK를 꺼내들었다. 그러면서 유승민 의원을 내세워 “BBK는 (주)다스로 이어지고 그러면 1조원 가까이 될지 모른다”라고 바람을 잡았다. ‘1조원’의 골격은 유지하면서 BBK 의혹을 장식해 이 전 시장을 ‘끝장’내겠다는 의도이다.
진위가 어떠하든 이 전 시장은 지금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려 있다. 한반도 대운하 주가가 폭락하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 필패론’ ‘이명박 불가론’으로 판세를 뒤엎으려는 벌떼 공격이 맹렬하다. “그동안 당의 화합을 위해 많이 참아왔으나 같은 당내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을 보면서 비통함을 금할 수 없다”라며 비장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명박 죽이기’가 통할까? 아니면 “민간 기업에서 20여 년간 CEO를 했다. 재산을 남의 이름으로 속일 이유가 없다. 현재 땅 한 귀퉁이도 남의 이름으로 숨겨놓은 것이 없다”라는 이 전 시장의 해명이 입증되어 이 전 시장에게 오히려 날개를 달아줄 것인가? 박 전 대표 진영의 사활을 건 공격은 자칫 ‘이명박 면죄부’가 될 수도 있는 위험한 승부수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