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 확인 서비스가 효자여"
  • 최만수 프리랜서 기자 ()
  • 승인 2007.06.11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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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S · LBS 성능 · 서비스 좋아져...치매 노인 · 실종 어린이 찾기에 큰 도움

 
영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주인공 윌 스미스가 열심히 뛰어보지만 ‘독 안에 든 쥐’이다. 그의 옷과 구두에는 위치를 알려주는 칩이 들어 있어, 어디에 숨더라도 요원들의 모니터를 벗어날 수 없다. 요원들은 인공위성을 이용한 위치정보시스템(GPS)을 통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GPS가 감시하는 이상, 도망갈 곳은 어디에도 없다. 이제 GPS는 택시 안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다.
GPS(Global Positioning System)를 우리말로 풀면 위성 항법 장치이다. 원래 미국 국방부의 주도로 개발되어 군사용으로 쓰였다. GPS 수신기로 3개 이상의 위성을 통해 정확한 시간과 거리를 측정해 현재의 위치를 계산해주는 시스템이다. GPS는 현재 단순한 위치 정보 제공에서부터 항공기·선박·자동차의 자동 항법 및 교통 관제, 유조선의 충돌 방지, 대형 토목공사의 정밀 측량, 지도 제작 등 광범위한 분야에 응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GPS와 이동통신망을 통해 사용자의 위치를 즉시 파악해주는 LBS(Location Based Service), 즉 위치기반서비스가 각광을 받고 있다. 어린이나 노약자 등 보호가 필요한 대상의 현재 위치나 이동 경로를 보호자에게 알려주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LBS 시스템으로 치매 노인 1시간 만에 구조
서울 신대방1동에 사는 이영자씨는 치매 증상을 앓는 아버지(74)가 네 시간째 집에 들어오지 않자 걱정이 앞섰다.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고 온 가족이 거리를 찾아 헤매었던 지난해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씨는 아버지가 지니고 있는 한국위치정보의 단말기를 추적하기 위해 컴퓨터 전원을 켰다. 인터넷을 통해 위치를 확인해보니, 걸어서 한 시간쯤 떨어진 노량진 동작구청 부근에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씨는 한국위치정보에 전화해 비상 출동 서비스를 요청했다. 실종자의 위치 정보와 인상 착의는 곧바로 비상출동 관제센터에 전달되었다. LBS 시스템으로 치매 노인을 구조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한 시간. ‘마이폴’ 서비스는 1월 초 서비스를 시작했고, 지금까지 치매 노인 4명을 구조했다. 2005년 경찰 통계 자료에 따르면 실종된 치매 노인은 2천8백86명이며 이 중 87명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치매 노인이 늘어남에 따라 정부는 이들을 위한 사회 안전망 구축을 고려하고 있다. 그 중심에 LBS 시스템이 있다. 정보통신부 이윤숙 사무관은 5월17일‘2007 LBS산업협의회 춘계 워크숍’에서 “LBS는 긴급 구조·재난 관리·보행 안내 등 사회 안전망 구축을 위한 기본 인프라로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 이달부터 치매 노인·정신지체인·시각장애인 등 사회 소외 계층을 대상으로 LBS 기반의 사회안전망 구축 시범 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서비스가 제공될 전망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휴대전화와 GPS를 통합한 ‘GPS-1’ 솔루션을 개발했고, 긴급 상황 발생 때 911에서 활용하고 있다.
레미콘 회사들도 LBS 기반의 위치 추적 시스템을 사용해 영업력을 강화하고 있다. 모바일 솔루션 개발 업체 ‘썸넷’은 레미콘 차량과 출하 업무에 대한 맞춤형 관제 시스템을 개발했다. 레미콘은 빨리 굳기 때문에 공사 현장까지 신속하게 운반되어야 한다. 업체들은 차량에 위치 추적 시스템을 장착해 차량의 이동과 정보를 공장에서 한눈에 파악한다. 이제 최적의 배차와 효율적 운영을 하는 데 LBS 시스템은 필수이다. 썸넷은 레미콘 차량 관제솔루션을 아주레미콘의 전국 10여 개 공장에 상용화했다. 썸넷의 오종욱 과장은 “이 솔루션은 생산성 향상과 유류 절감 측면에서 각광받고 있다. 앞으로 사업 활동을 냉동 식자재 운반 회사 및 긴급 출동 차량에도 확대해나갈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사생활·인권 침해 문제 해결해야
지난해 12월 ‘전자팔찌법’의 법무부 법률 수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다. 성폭력 범죄자들에게 전자 팔찌를 채우고 감시하는 것도 GPS이다. 전자 팔찌는 성범죄자의 위치와 심장 박동수를 감시하고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 경찰에 즉각 통보된다. 미국의 일부 주와 영국·프랑스 등에서는 이미 GPS를 통해 죄질이 나쁜 성폭력 범죄자들을 감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흉악한 성범죄가 극성을 부림에 따라 전자 팔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의 모든 택시는 범인 잡는 ‘순찰차’다. 성남시는 내년까지 34억원을 들여 성남시의 모든 택시에 GPS를 장착할 방침이다. 최근 각종 범죄 사건의 검거에 GPS 활용이 각광을 받았기 때문이다. 택시 기사가 비상 단추를 누르면 경찰서 상황실에 차량 위치가 곧바로 나타난다. GPS는 승객들의 편의에도 큰 도움을 준다. 콜택시의 경우 종합관제소에서 고객의 위치를 파악해 5분 내로 가장 가까운 곳의 택시를 배차해준다. 서울시도 오는 9월부터 GPS를 장착한 새 브랜드 콜택시를 운행할 계획이다.
위치 확인 서비스에는 개인의 사생활 침해와 인권 문제가 항상 따라다닌다.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의 주인공처럼, 자신의 위치가 고스란히 노출되는 상황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GPS가 조지 오웰의 <1984>에서 등장하는 빅 브러더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전자 팔찌 문제는 국내에서 인권과 관련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미국의 경우에도 고용자들이 GPS를 이용해 노동자들을 감시하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위치 확인 서비스가 활용 영역을 더 넓혀가기 위해서는 기술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사생활 침해와 인권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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