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들, 스포츠 마케팅에 '올인'
  • 왕성상 편집위원 ()
  • 승인 2007.06.11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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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이미지 향상· 홍보 도구로 적극 활용... "대선 앞둔 보험용 "분석도

기업들의 스포츠 마케팅 경쟁이 뜨겁다. 유명 선수들과의 스폰서십 계약, 차량·경기복 지원, 경기장 건립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구단 운영은 기본이고 체육단체장을 맡는 총수들도 있다. 삼성·SK·LG 등 그룹 상당수가 사장급 스포츠 담당 임원까지 두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공식 후원사 37곳 중 언론사를 뺀 25곳이 기업들인 점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재벌 그룹 중 스포츠 분야 마케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삼성그룹.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이건희 회장이 스포츠 분야를 직접 챙긴다. 이회장은 평소 잘 나서지 않는 스타일인데도 동계올림픽 유치 현장을 찾는 등 관심을 쏟고 있다. 지난해 건강 악화로 외출을 삼갔으나 올 2월 평창까지 달려갔다. IOC 평가단이 현지 답사를 앞두고 있을 때였다. 이회장은 보광휘닉스파크에서 평가단을 맞으며 스키도 즐겼다. 몇 해 전 발목을 다쳐 골프도 치지 않았던 그가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이다. 또 그룹 내 전담 조직도 운영하고 있다.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는 7월4일 과테말라에서 열릴 IOC 총회 때 결정된다.
이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도 스포츠에 관심이 높다. ‘한국의 양키스’로 불리는 삼성 라이온즈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그는 가끔 야구 경기를 관람하는 모습이 언론 카메라에 잡힐 만큼 스포츠팀 사랑이 남다르다.


 
삼성은 스포츠 마케팅 ‘절대 강자’
삼성의 스포츠 분야 지원은 국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IOC의 경우 톱 스폰서가 바로 삼성이다. 삼성전자의 강점인 스포츠 마케팅은 매출 확대의 일등 공신이다. 지난해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 후원을 맡아 세계 최대 스크린 LED 플래카드에 삼성 MVP상 로고를 선보여 수억 명의 아시아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또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때부터 공식 후원사가 된 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2004년 아테네 올림픽,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을 잇달아 지원해 삼성 브랜드를 알렸다. 삼성은 나아가 2016년 하계 올림픽까지 IOC 공식 파트너로 활동한다. 지난 4월23일 중국 베이징에서 계약을 맺은 삼성은 IOC 톱8 후원사로 코카콜라 사와 함께 세계를 대상으로 ‘올림픽 활용 마케팅’ 권리를 갖는다.  
정몽구 회장이 이끄는 현대·기아 자동차그룹도 스포츠단을 운영 중이다. △프로축구단 전북 현대 △프로야구단 기아 타이거즈 △실업 여자축구단 현대제철 △자회사인 현대캐피탈과 현대모비스의 프로배구단 및 프로농구단 등 다양하다. 정회장은 지난해 WBC(국제야구대회) 4강 주역 중 팀 소속 선수들에게 격려금을 주며 관심을 나타냈다. 1985년부터 1997년까지 양궁협회장을 맡아 양궁을 올림픽 금메달 효자 종목으로 일구기도 했다. 또 정회장의 외아들 정의선 기아차 사장은 대한양궁협회 회장과 아시아양궁연맹 회장직을 맡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프로축구단 울산 현대와 실업축구단 울산 현대미포조선을 운영하고 있다.
두산그룹 역시 스포츠 마케팅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룹 사령탑에 앉았던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이 단연 선두에 서 있다. 그는 ‘민간 스포츠 외교관’으로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국내외 스포츠 현장을 누빈다. IOC로부터 자격 정지를 받았지만 쌓아온 스포츠계 인맥을 통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또 지난해 10월 쿠바에서 열린 국제 스포츠 행사, 11월 남미 유도연맹총회, 12월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 개막식과 유도 시상식, 유럽 올림픽위원회 총회에도 빠짐없이 참석했다.
탁구단·프로배구단을 두고 있는 한진그룹 또한 조양호 회장을 중심으로 스포츠 마케팅에 앞장서고 있다. 지원 규모 면에서는 삼성·현대에 밀리지만 해외 영업망 숫자에서는 우위에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고문으로서 그룹 내 전담팀을 구성해 운영 중이다. 대한항공 기내에서 영상물 방영·기내 소식지를 통한 동계올림픽 홍보에 나서고 있다.
한화그룹도 예외가 아니다. 평소 스포츠 팬인 김승연 회장이 전면에 나서면서 그룹 차원의 지원을 펼치고 있다. 김회장은 3월 말 그리스를 방문해 미노스 기리아쿠 IOC 위원 등을 만나 동계올림픽 유치 지원 활동을 펼쳤다. 그는 대구육상세계선수권대회 유치를 위한 해외 출장에도 나서 각국 체육계 인사들에게 협조를 부탁했다.
LG그룹·SK그룹·GS그룹·코오롱그룹 등도 스포츠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LG그룹 구본무 회장은 1990년 LG 트윈스 창단 시절부터 야구단에 강한 애정을 보여왔다. 매년 선수단을 진주 생가로 불러 단합 대회를 갖기도 했다. LG그룹에서 분리된 GS그룹은 신생 그룹으로 출발하면서도 프로축구 FC 서울을 운영해왔다. 허창수 회장은 해외 출장 때도 FC 서울 경기를 인터넷으로 확인한다. 박주영 선수 영입 때 허회장이 나섰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마라톤팀을 운영 중인 코오롱그룹은 황영조·이봉주 등 유명 선수를 배출하기도 했다.
중견 기업들의 스포츠 마케팅도 활발하다. 종목은 참가자가 급증하는 골프. 해태음료는 최근 골프 대회를 열어 호응을 얻었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지원한 여성 소비자 100여 명과 배우 박중훈 등 연예인이 참가해 화제가 되었다. 소년소녀 가장 돕기 모금 행사도 겸해서 연 해태는 이 대회를 확대할 예정이다.
SK텔레콤·LG전자와 양주 회사인 디아지오도 골프 대회 후원 등 골프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데 골프보다 더 좋은 마케팅 수단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제약·건설·유통·의류 업계 등도 선수단 운영, 경기 후원으로 스포츠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음료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주 고객층인 고급 소비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가 골프로 나타났다. 이같은 대회가 잇따를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그룹 총수들이 스포츠 마케팅에 올인하는 속셈은 무엇일까. 스포츠가 좋아서 그런 점도 있지만 경영 차원에서 접근하는 면이 강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올해 대선과 맞물려 있고, 각종 사건들에 얽혀 있어 ‘보험용’ 성격이 짙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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