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 눌려 신음하는 아시아 '공공의 힘'
  • 조홍래 (자유 기고가) ()
  • 승인 2007.06.25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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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자유 악화 국가’ 상위권에 6개국이나 포함

 

 
아시아 국가들은 그동안 언론에 많은 자유를 주었다. 자유를 얻은 언론은 권력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언론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권력은 다시 언론을 옥죄려고 한다. 이 또한 권력의 속성이다. 언론과 권력의 숙명적 갈등이 가장 상징적으로 표출되고 있는 곳이 파키스탄이다. 파키스탄 정부는 비판 언론을 규제하려다 전국적으로 항의 시위가 일어나자 한 발짝 물러섰다. AP통신에 의하면 아시아의 언론 자유가 크게 신장된 것은 1986년 필리핀에서 일어난 ‘국민의 힘’(people’s power) 저항 이후이다. 이를 고비로 민간 신문·TV, 인터넷 뉴스 사이트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기자보호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언론 자유가 악화되고 있는 세계 10개국 중 파키스탄과 태국이 상위를 차지했다. 그 밖에 필리핀·미얀마·라오스·싱가포르에서도 언론 자유가 개선되지 않았다. 파리에 본부를 둔 ‘국경 없는 기자회’의 아시아 데스크 빈센트 브로셀은 언론 자유는 일단 빼앗기면 다시 회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번 획득한 자유는 한사코 지키려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언론 자유는 특히 그렇다.
언론 탄압은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가장 최근의 탄압 사례는 베네수엘라와 짐바브웨에서 목격되었고 러시아에서는 푸틴 대통령 집권 이후 줄곧 탄압이 자행되었다. 퇴임을 앞둔 블레어 영국 총리도 언론을 “잔혹한 야수”라고 비난했다. 언론 자유로 인해 아시아가 유난히 시끄러운 것은 이 지역에서 개방 경향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정치 기상이 안정되면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슈가 터지면 논란이 가열되고 정부를 비판하는 소리가 커지다가 급기야 시위까지 벌어진다. TV와 신문의 헤드라인이 정부 비판 기사로 채워지면 위기를 느낀 정부는 언론을 탄압하기 시작한다. 언론 탄압은 정부가 위기에 빠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쿠데타로 집권한 파키스탄의 무샤라프 대통령은 권위주의적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한때 언론에 상당한 자유를 주었다. 그러나 3월9일 대법원장을 해임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는 항의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5년 임기의 두 번째 집권을 준비하는 무샤라프의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했다. 그는 TV 방송사에 시위 장면을 생중계하지 말라고 명령했다. 언론 윤리 규정도 고쳐서 언론사를 폐쇄하거나 종전보다 10배나 많은 벌금을 물릴 수 있도록 했다. 기자들은 검열과 협박에 항의하고 시위 중계를 금지한 정부 지시를 묵살했다. 정부는 2백명을 입건했다. 항의 시위는 국회 기자실로 확산되었다. 정부가 후퇴했다. 개정된 기자윤리법을 취소하고 언론인들에 대한 입건도 철회했다. 파키스탄 기자협회는 정부의 조처가 일시적 회유책이라며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다짐했다.


 
기자 피살되고 언론사 폐쇄되기도
필리핀의 아로요 대통령은 2006년 2월 쿠데타 음모가 적발된 후 선동적 보도를 하는 언론사를 폐쇄할 수 있는 권한을 정부 기관에 부여했다. 경찰은 비판적인 신문사를 수색하고 2개 TV 방송사에 군대를 배치했다. 필리핀에 민주주의가 회복된 1986년 이후 88명의 기자들이 피살되었다. 마르코스의 독재기간 14년 동안 피살된 숫자의 두 배이다. 기자연맹은 2001년 아로요 집권 이후 50명의 언론인이 살해되었다고 밝혔다. 타밀 반군의 분리 독립 투쟁이 오랫동안 계속되고 있는 스리랑카에서도 언론 통제가 계속되는 중이다. 9명의 기자가 피살되고 3개 신문사가 문을 닫았다.
방글라데시에서는 1997년 이후 정치적 폭력, 부패, 조직 범죄를 보도했다는 이유로 기자 11명이 피살되고 수십 명이 부상했다. 군부의 지지를 업은 정부는 1월부터 비상 사태를 선포하고 기자들을 정보기관으로 불러 기사 작성 지침을 하달했다. 정부의 위협이 워낙 무서워 기자들 간에는 기사를 스스로 검열하는 풍조마저 생겼다. 태국에서는 지난해 9월 쿠데타 이후 인쇄 매체들의 자유가 추방된 탁신 총리 시절보다 약간 나아졌으나 인터넷 미디어에 대한 규제는 강화되었다. 군부 쿠데타를 추인한 왕실을 비판한 인터넷 매체들의 기사들은 수시로 삭제되었다. 그러나 인터넷 미디어는 잘 통제되지 않고 있다.
탈레반 붕괴 이후 아프가니스탄 언론은 개화기를 맞았다. 민주주의 정착이 성공한 사례의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언론을 통제하거나 폭력을 사용하는 일들이 빈번해졌다.
지난 3월 미 해병대가 민간인에게 무차별 사격을 가한 사건을 취재한 외신 기자들의 필름은 미군들에 의해 삭제되었다. 미군 당국은 기자들이 군의 조사를 받지 않는 조건으로 필름 삭제에 동의하는 타협을 했다고 주장했다. 지난주 아프가니스탄 북부에서는 라디오 방송사 여사장이 군인 3명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으며 여기자 1명도 자택에서 사살되었다. 오랜 언론 탄압 전통을 가진 중국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외신기자들의 취재 자유는 대폭 허용하면서 국내 언론과 인터넷 미디어에 대한 규제는 강화하고 있다. 당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자유로운 언론이 공산당의 권위를 손상시키는 것이다. 언론 자유가 만발한 곳도 있다. 인도·호주·뉴질랜드 언론들은 보도와 비판의 자유를 마음껏 누린다.
브로셀 국장은 부처 기자실을 없애려는 한국 정부의 조처를 조심스럽게 평가했다. 그는 한국 기자들이 기자실에서 외신 기자들이 나간 후에 독점적 브리핑을 받고 기자 상호 간에 유대 관계를 형성해 경쟁력을 약화시킨다고 보고 있다. 그는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는 일본도 한국의 예를 따르기를 희망했다.
6월27일 퇴임하는 블레어 영국 총리는 선진국 지도자로서는 이례적으로 언론을 야수에 비유하면서 언론의 과열 경쟁이 정부의 신뢰를 훼손하고 국론을 분열시킨다고 비난했다. 그는 일부 언론이 특정 기사를 담합해 보도한다며 이는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0년간의 재임 중 그는 언론과 계속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언론 개혁을 주장한 점에서는 노무현 대통령과 인식이 비슷하다.
다만 노대통령이 언론 개혁의 이유를 언론의 ‘특권’에서 찾은 데 비해 블레어는 과열 경쟁에서 찾은 것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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