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노무현 탄생할 것인가
  • 이명수 (자유 기고가) ()
  • 승인 2007.07.02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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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월 초 사퇴 후 4월 총선 출마설 나돌아

 
노무현 대통령은 내년 2월25일 퇴임하면 일단 고향인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로 내려갈 것이다. 봉하마을에는 노대통령이 기거할 사저 신축 공사가 한창이다. 노대통령도 부근을 지날 때면 가끔 현장을 찾아보곤 한다. 그만큼 애착을 느낀다는 얘기다. 노대통령의 귀향을 기다리는 형 건평씨도 노대통령이 언젠가 “마, 나도 촌에 가 포클레인 하나 사서 일하고 싶다”라고 말했다는 기억을 되살리며 “여기 오면 농촌 생활에 상당히 심취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대통령이 고향에서 유유자적할 것으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노무현 기념관’도 준비 중이고, 지금은 잠잠해졌지만 ‘노무현 정치 스쿨’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버린 것 같지도 않다. “민주주의 완성이란 역사적 과제가 남아 있는 한 노사모는 끝날 수 없다”라며 “나도 임기가 끝나면 노사모가 될 것”이라고 퇴임 후 정치 활동의 지평을 저만치 넓혀놓았다. 퇴임 후 드러내놓고 현실 정치에 뛰어드는 ‘최초의 전직 대통령’이 나올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청와대, 대통령 총선 출마설 적극 부인


 
열린우리당 기획통인 민병두 의원이 “내년 4월 총선에 노무현 대통령이 출마할 것”이라고 전망해 흥미를 끌었다. 그는 “미국에서도 두 명이나 선거에 나간 적이 있다. 공무원은 선거 60일 전에 사퇴를 해야 하기 때문에 2월 초 (대통령직을) 사퇴하고 4월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승리를 위해, 지역주의 극복을 내걸고 출마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놀라운 발상이다.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 국회의원을 하기 위해 임기 중 사퇴한다는, 상상을 초월하는 시나리오다. 민의원은 “그간 노대통령 발언이나 여러 정치 스타일을 보면 대개 2012년쯤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지 않을까 하는 게 그동안의 관측이었다. 가끔 언론에 그런 것이 비춰지기도 했는데, 이게 좀 빨라질 수 있는 그런 상황이 예상된다”라고 강조했다.
노대통령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꼭 집어 말하지는 않았지만 정대철 전 열린우리당 상임고문도 비슷한 전망을 내놓았다. 정 전 고문은 얼마 전 “난 대통령 그만두면 정치는 안 하는 건 줄 알았다. 노무현 대통령 언행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도 서로 전제가 달랐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노대통령이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한 것이나, 느닷없이 4년 연임제 개헌을 들고 나온 것, 범여권이 영입에 공을 들인 고건 전 국무총리·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등 예비 주자들을 깎아내려 낙마시킨 것 등이 모두 퇴임 후 구상과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다.
퇴임 후 자신을 정치권의 ‘상수’로 설정하고 대선 후보들을 관리하고 정치 질서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노대통령이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두 차례나 감옥을 오가며 산전수전을 겪은 5선 정치인 정대철 고문의 상식을 깬 것이다. “노대통령은 총선이나 선거에 남다른 의욕을 갖고 있다”라는 것이 그가 내린 결론이다.
청와대는 노대통령의 내년 4월 총선 출마설을 부인했다. “말도 안 되는 얘기” “0.1%의 가능성도 없는 소설”이라고 일축하며 “깨끗하지 못한 말을 들으면 귀를 씻는다고 하는데, 귀를 씻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더 이상의 단호한 부인이 없을 듯싶다. 대통령이 임기 중 자리를 내던지고 출마하는 가상 상황을 어찌 인정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헌법도 대통령 연임만 금지했지 국회의원 선거에 나가든,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선거에 출마하든 아무런 제약이 없다.
노대통령이 18대 총선에 출마한다는 추론은 추측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노대통령이 어떤 형태로든 정치에 발을 들여놓을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별로 없다. “(노대통령이) 나이도 아직 젊고… 고향 뒷산의 숲 가꾸기나 환경운동만 하며 지내기야 하겠느냐”라는 김병준 청와대 정책특보의 반문은 이심전심일 것이다. 형 건평씨도 노대통령에 대해 “누구보다 의욕이 강하니까. 또 불의는 그냥 못 보고…”라고 말했다.
노대통령은 지난 6월2일 참여정부 평가포럼(참평포럼) 특강에서 한나라당 집권을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다. 임기를 9개월 남긴, 대선을 공정 관리해야 할 행정부 수반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발언이다. 한나라당 집권 가능성은 여전히 높아 보인다. 그럼에도 범여권 통합은 지난하고, 열린우리당의 와해는 계속되고 있다. 이해찬·한명숙·김혁규 등 열린우리당 대선 주자들을 띄워보지만 지지율은 고작 2% 안팎이다. ‘보따리 장수’라고 비난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범여권 후보 1위다. 이대로 주저앉으면 정말 끔찍한 일이 현실로 다가올 수도 있다. 노대통령이 이런 상황을 그대로 방치할까.
노대통령은 참평포럼 연설에서 “(범여권) 통합이 안 되면 열린우리당으로 그대로 가야 한다. 나는 열린우리당이 선택된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찬·한명숙·김혁규 등 친노 대선 주자 중 한 사람이 열린우리당 후보로 지명되면 그를 적극 지원해 대통령으로 ‘당선시키겠다’는 의지가 내포되어 있다.
노대통령의 시야는 대통령 선거 그 이후까지로 확대되어 있다. 노대통령은 자신의 정치 활동 무대를 노사모와 참평포럼으로 이미 지정했다. 5월 중순 열린 노사모 총회 영상 메시지에는 그 대답이 다 들어 있다. 노대통령은 “노사모를 믿고 옳은 일이라면 과감하게 맞섰고, 부당한 저항에 대해서는 정면 돌파했고 언론에도 맞설 수 있었다”라며 “나도 임기가 끝나면 노사모가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 완성이라는 역사적 과제가 남은 한 노사모가 끝날 수 없다”라고 했고, “정치 개혁, 복지 개혁, 언론 개혁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대통령 퇴임 후 노사모로서 정치와 언론 간의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선언이다. 참평포럼 연설에서 노대통령은 “참평포럼이 노사모로 통합되는 과정으로 갈 수 있지 않느냐”고 한 것으로 미뤄 팬클럽 수준인 노사모와 참여정부 골수 세력이 정치 결사체로의 탈바꿈을 시작했음을 느끼게 한다.
노대통령에게도 퇴임 후는 불확실한 미래일 수 있다. 역대 대통령들이 퇴임 후 감옥을 갔거나, 유배당하고, 측근들이 줄줄이 엮여가는 모습을 보았다. 권력이 집중된 대통령 중심제의 속성상 피할 수 없는 운명일지 모른다. 노대통령의 대선 주도와 퇴임 후 정치 활동이 가능할지, 가능하다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이 정치판에 뛰어드는 것을 ‘금기’로 여겨온 우리 풍토에 비추어볼 때 유추하기 쉽지 않다. 다만 김대중 전 대통령이 둘째 아들까지 국회의원을 만드는 모습까지 보아야 했던 국민의 처지에서 더 이상 돌발 상황도 못 겪을 것은 없지만 말이다.
내년에 대한민국 국민들은 어쩌면 대통령 노무현을 국회의원 노무현으로 다시 만나야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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