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 <택시4>
  • JES 제공 ()
  • 승인 2007.07.02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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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는 '다운' 코미디는 '업'

 
전편을 뛰어넘는 속편이 나오기 힘들다는 영화계의 속설은 여전히 유효하다. <택시 4>는 속편의 속편의 속편 격이다. 그만큼 신선도 면에서는 관객을 자극하기 어렵다. ‘택시’ 시리즈가 가지고 있는 화려한 볼거리와 주인공들의 엽기적인 코미디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되느냐에 따라 흥행 여부가 판가름날 수 있다.
영화의 시작은 화려하다. 프랑스 축구대표팀의 주전 공격수이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의 스타 지브릴 시세가 카메오로 출연한다. 전편보다 훨씬 변신이 민첩해진 다니엘(새미 나세리)의 택시에 그가 손님으로 탑승하는 것이다. 자선 경기에 참가하기 위해 마르세유 경기장으로 향하는 길이다. 킥오프 8분 전. 다니엘은 유감없는 드라이브 실력으로 시세를 경기장 잔디밭 안까지 안전하게 데려간다. 세계적인 축구 스타의 출연, 경기장까지 이어지는 스피드 액션이 실감난다.


푸조 407의 스피드 액션 적어 아쉬움


 
뒤이어 이어지는 ‘덩지’ 지베르 경찰서장(베흐나흐 파흐씨)의 어수선한 코미디도 비교적 잘 먹힌다. 덩지가 ‘산’만한 그는 엉뚱하지만 개성 있는 리더십으로 범죄와의 전쟁을 지휘한다. 코끼리도 한 방에 잠재운다는 마취제를 결국 자신의 발에 잘못 쏴서 동면하는 곰처럼 곯아떨어질 때는 실소가 나오지만 그래도 쉴 새 없는 속사포 대사가 극의 속도감을 높인다.
하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는 사고뭉치 형사 에밀리앙(프레데릭 디팡탈)의 이번 실수는 너무 어처구니가 없다. 53건의 무장 강도와 1백22건의 살인 및 살인미수를 저지른 특급 살인마 반덴보시를 범죄자들의 간단한 트릭에 휘말려 순순히 풀어준다. 어리바리 캐릭터라지만 좀 심하다.
특급 살인마 반덴보시의 캐릭터도 공포보다는 코미디에 가깝다. 철창과 갑옷에 갇혀 있을 때는 다소 궁금증을 불러일으키지만, 그 흔한 물 호스 바꾸어 끼기 사고로 드러난 실체는 코웃음의 대상이다. 살인마가 수다스럽고 호들갑을 떠는 것이 영 그렇다.
무엇보다 번쩍번쩍하고 잘빠진 푸조 407 택시의 스피드 액션을 많이 볼 수 없다는 게 제일 아쉬운 대목이다. 어차피 스트레스 해소용 코미디 영화이고 보면 멋진 자동차의 스피드 레이싱을 좀더 보여줬어야 했다. 업그레이드가 되었다고 하는데 어디가 어떻게 된 것인지 그 기능을 좀더 자랑했어야 했다.
대신 에밀리앙의 능력 있는 상관이자 매혹적인 아내 페트라(엠마 스요르베르)의 섹시미가 한층 강력해졌다. 남편이 저질러놓은 사고를 수습하는 것도 그녀의 몫이다. 다운된 택시 스피드의 공백을 메우는 것은 그녀의 각선미와 액션이다.
 
‘택시’ 시리즈는 1998년에 시작되었다. <레옹> <제5원소>로 잘 알려진 세계적인 거장 뤽 베송 감독이 제작과 각본을 맡아 화제를 낳은 작품이다.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거침없는 촬영 기법과 놀랄 만한 액션으로 많은 팬의 눈을 사로잡았다. 2편과 3편은 프랑스에서 무려 1천6백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해 경이적인 흥행 신기록을 세웠다. 4편은 지난 2월 개봉 후 4백50만명이 들었다.
메가폰을 잡은 제라르 크라브지크 감독은 2편 이후 줄곧 택시 시리즈를 만들어왔다. 1편의 보조 연출을 하면서 뤽 베송 감독의 눈에 띄어 본격적으로 참여한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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