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의 바다’ 는 멀고 사공은 많으니…
  • 이명수 (자유 기고가) ()
  • 승인 2007.07.23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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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대통합 방법론 찾기 ‘미로 게임’…‘다단계’ ‘원샷’ 등 논의만 무성
 

범여권 대통합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싸늘하다. 난삽한 통합 논의가 국민들을 감동시키기는커녕 짜증을 키우고 있어서이다. 이는 전적으로 범여권 대통합을 추진하는 주체 세력들의 책임이다.
통합 구동 세력은 많다. ‘열린우리당’과 ‘통합민주당’, 제3 지대에 있는 열린우리당 ‘탈당파’와 ‘기획탈당파’, 통합민주당의 ‘대통합파’가 그들이다. 노무현 대통령 직계 조직 ‘참여정부평가포럼’과 시민사회 세력도 있다.
‘제3 지대 대통합론’이 화두로 떠올랐다. 열린우리당, 통합민주당, 열린우리당 탈당파의 통합 논의가 ‘열린우리당 해체’ 문제로 제자리걸음을 거듭하자 나온 궁여지책이다. “열린우리당을 탈당하고 소속 의원들은 개인 자격으로 대통합에 동참하라”는 통합민주당과 “당 대 당 합당 아니면 못한다”라고 버티는 열린우리당 사이에 접점 찾기가 불가능해지자 아예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을 “빼고 가자”라는 것이 이른바 ‘제3 지대 대통합론’이다. 제3 지대에 머무르고 있는 열린우리당 탈당파와 민주당을 탈당한 ‘대통합파’가 구동 세력이다. 여기에 손학규 전 지사가 참여할 전망이다.
제3 지대 통합에는 열린우리당 탈당파 43명 전원, 통합민주당의 대통합 지지파 8명 등의 가세가 필수이다. 또 대통합에 동력을 더하려면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계속 힘을 보태야 한다. 계획대로 된다면 대통합 신당은 소속 의원 60여 명의 원내 제2당으로 탄생하게 된다.
대통합의 배에 몸을 실을 열린우리당 탈당파와 민주당 탈당파는 ‘김대중 민주당’을 한 뿌리로 두고 있다. 손학규 전 지사와 최열 환경재단 대표, 정대화 상지대 교수가 주도하는 시민사회 진영의 미래창조연대 등은 새 정당을 만들어 대통합 신당에 합류할 계획이다. 그 다음에 열린우리당 주류와 통합민주당 본류를 합류시켜야만 범여권 대통합 그림이 그려진다. 그래서 다단계 통합론이 나왔다.
그런데 다단계 통합이 성공하기에 앞서 1단계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열린우리당 탈당파 중에도 반노-비노-친노가 뒤섞여 있어 이들을 화학적으로 결합시키는 일이 지난한 과제이다. 특히 문희상 전 열린우리당 의장 등은 ‘기획탈당파’다. 대통합 신당에 열린우리당을 소외시키지 않고 연착륙시키기 위한 사명을 띠고 나왔다. 반면 정동영·김근태 전 의장 등은 반노-비노다. 이들은 ‘열린우리당 해체’를 대통합의 전제로 삼고 있다. 다단계로 가기도 전에 1단계에서 주저앉을지 모른다. 친노인 유시민 의원은 “열린우리당에 10명여 명의 의원들만 남게 되더라도 열린우리당을 지키겠다”라며 대통합에 찬물을 뿌렸다. 노대통령의 의중이 실렸다고 받아들여진다.  “노무현 그림자도 비쳐서는 안된다”라며 골수 친노를 거부하는 통합민주당과의 협상이 여전히 남아 있다. 8월5일로 잡은 창당 일정이 숨 가쁘다.

 

열린우리당 버리자니 국고보조금이 아깝고
범여권 대통합을 향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압박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그 타깃은 박상천 민주당 공동대표이다. ‘열린우리당 해체-친노 배제’를 고집하는 박대표를 대통합의 걸림돌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김 전 대통령은 박대표를 동교동으로 불러 “통합민주당이 내년 총선용이 아니냐”라는 식으로 꾸중했다. 그러나 박대표는 ‘열린우리당 해체’ 주장을 거둬들이지 않고 있다. 그러자 DJ가 칼을 뺐다. 민주당 내 DJ 직계들을 움직인 것이다. 이낙연·신중식 의원, 박광태 광주시장, 박준영 전남지사 등을 내세워 ‘탈당’ 카드를 흔들며 박대표를 압박했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차남 김홍업 의원의 탈당 카드이다.
그러자 통합민주당이 흔들렸다. 김한길 대표가 박상천 대표와의 공동 대열에서 이탈했다. 상황 판단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 김대표의 이탈은 DJ의 속내를 정확히 파악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김대표의 이탈 움직임은 결국 통합민주당으로 하여금 제3 지대 대통합을 지지하도록 만드는 데 크게 작용했다. 이만하면 DJ의 압승이다. DJ는 노대통령보다 차기 정권의 향배에 더 예민할지도 모른다. 그는 ‘정권 교체’의 함의를 누구보다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사생 결단해서라도 한나라당 집권만은 막아야 한다”라는 절박함이 다단계 통합을 밀어붙이는 그의 동력이다.
그렇다면 DJ는 열린우리당의 존재를 어떻게 할 것인가. “범여권 사람을 한 사람도 빼지 말고 같이 해야 한다”라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노대통령 직계들을 배제하겠다는 민주당과 일부 열린우리당 탈당파들의 기분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감정만으로 처리할 일이 아니라는 얘기이다. 민주당 분당과 열린우리당 창당에 대해서는 김 전 대통령도 불쾌해했다. 그렇다고 ‘열린우리당 사수’를 외치는 노대통령과 친노 세력의 집착을 무시하기도 어렵다. 노대통령이 “열린우리당 후보를 밀겠다”라고 고집하는 한 대통합이든 재집권이든 물거품이 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처지이다. 그래서 중간 단계로 ‘제3 지대 대통합 신당’이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 노대통령 체면도 살려주고, 통합민주당 감정도 달래줄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결론은 제3 지대에서 대통합 신당을 출범시킨 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을 당 대 당으로 합류시킨다는 전략이다.
그런데 이부영 전 의원이 사석에서 재미있는 말을 했다. DJ가 열린우리당을 해체할 때 1백억원의 거액이 허공으로 사라지는 것에 대한 현실적인 계산도 했다는 주장이다. 열린우리당이 지금의 의석 73석을 유지하면 연말까지 받을 수 있는 국고보조금은 1백33억원이나 된다. 원내 교섭단체 배분액과 의석 수 및 총선 득표율에 따른 배분액을 합친 것이다. 이중 17대 총선에서 올린 43% 득표율에 따른 보조금은 36억원이다. 이 돈은 정당을 해산하면 지급되지 않는다. 신설 합당, 흡수 합당될 경우에는 합당한 정당에 고스란히 승계된다. 열린우리당은 원내 교섭단체인 20석만이라도 유지하면 연말까지 1백20억원을 챙길 수 있다. 최악의 경우 20석이 안 되어도 연말에 최소 60억원은 챙길 수 있다. 만약 열린우리당과의 당 대 당 합당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1백33억원이라는 거액은 공중에 뜨게 된다. 싫든 좋든 열린우리당을 안고가야 할 이유 중 하나이다. 노대통령과 친노세력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당 대 당 통합’을 포기할 수 없는 진짜 이유는 바로 돈이다. 
제3 지대 대통합파들은 참여정부평가포럼(참평포럼)과 유시민 의원을 노대통령을 상징하는 존재로 간주하고 있다. 김근태·정동영 전 의장은 참평포럼 해체를 공개 요구한 상태이다. 이들은 이 포럼을 열린우리당 보강재로 인식하고 있다. 노대통령이 퇴임에 대비해 ‘영남 신당’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그 바탕이 열린우리당과 참평포럼의 결합이라는 주장이다. 여기에 ‘노사모’도 포함된다. 포럼을 대통합의 저해 세력으로 간주하는 이유이다.
벽 높은 ‘제3 지대 대통합파’와 친노 세력
유시민 의원은 ‘인적 청산’ 대상이다. 그가 통합 신당에 가세하는 순간, 신당에 ‘도로 열린우리당’이라는 딱지가 붙는다는 것이 통합파의 믿음이다. 정동영 전 의장은 유의원에 대해 “국가보안법을 개정하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비난했다. 자신이 열린우리당 의장으로 있을 때 유의원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며 ‘개정’의 여지를 막는 바람에 폐지도 개정도 못했다는 비난이다. 통합 신당에 오지 말라는 말만 없지 ‘합류 사절’보다 더한 비난이다.
게다가 유의원은 대선 출마를 사실상 공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선 출마, 잘해보려고 준비하고 있다”라는 말이 최근 그의 입에서 나왔다. “노대통령이 출마를 만류했다”라는 얘기도 들린다. 이는 “노대통령 만류에도 불구하고 나서겠다”라는 의미일 수 있다. 신장 개업한 통합 신당 대선 후보 경선에 유의원이 뛰쳐나와 노대통령을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연설하는 그림을 반노-비노 세력이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문제는 이들이 동교동을 정점으로 범여권 대통합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데 반해 친노 세력들은 분위기를 깨는 언행을 참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정점에 유의원이 있다. 그는 지난 7월14일 “통합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오전에 각각 종합 전당대회를 갖고 오후에 신설 합당하는 ‘원샷 대통합’을 하자”라고 주장했다. 통합파들이 질색하는 참평포럼 창립대회에서 한 말이다. 그러면서 “대통합 신당 후보로 내가 될 수도, 다른 분이 될 수도 있지 않느냐”라며 아예 경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그러면서 “참여정부 5년을 부정하는 신당이라면 20명이 아니라 10명이 남더라도 열린우리당을 지키겠다”라고 천명했다.
참평포럼 이병완 대표도 같은 반열이다. 그는 7월15일 “이번 대선은 참여정부 노선을 계승 발전시키는 집권 세력과 그걸 부정하는 교체 세력 간의 싸움”이라고 규정했다. 참여정부를 비난하고 열린우리당 해체를 요구하는 세력을 정권 교체를 노리는 한나라당과 동격에 놓은 것이다. 대통합 신당 대선 후보도 “참여정부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선을 긋었다. 손학규·정동영·천정배·조순형·이인제 불가론이다. 그러면서 “우리 입장에 반하는 분을 지지할 수 없으며,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캠페인을 할 수 있다”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노대통령과 참여정부를 부정하는 대선 후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물론 ‘낙선 운동’까지 벌일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원샷이든 다단계든 범여권 대통합이 얼마나 어려울지 짐작하게 한다. 당장 박상천·김한길 통합민주당 공동대표는 “열린우리당 사수파들과는 함께 할 수 없다”라고 치고 나왔다. 그러면서 친노를 제외한 중도 진영 의원들의 탈당을 재차 촉구했다.
다단계 방문 판매는 그 조직과 상술이 매우 어지럽다. 함정도 많다. 범여권 대통합은 과연 어떤 단계를 거쳐 성사될 수 있을까. 가장 큰 걸림돌은 ‘대통합’에 국민들의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DJ의 ‘다단계 통합론’은 국민들이 이해하기에 어지럽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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