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론’ 뜨는데 표심은 잠잠하니…
  • 이명수 (자유 기고가) ()
  • 승인 2007.08.06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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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캠프 합류 인사 늘어 ‘희색’ 지지율은 답보…가상 대결도 여전히 열세

 

여권 대선 후보 경쟁에서 손학규 전 지사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밀약설’이 수그러들지 않는 가운데 동교동계 인사의 캠프 합류는 물론 참여정부를 구성한 386 정치인들의 합세도 눈에 띈다. 심지어 범여권 집합체인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이 “손학규 당 아니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손 전 지사 진영은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이 극단으로 흐르면서 한나라당 이탈 세력과의 연대를 장담하고 있다. “한나라당 경선이 끝나거나 종료하는 시점에 임박해서 정치적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큰소리친다. 한나라당 경선을 중도 포기한 고진화 의원의 탈당과 손 전 지사 캠프 합류설도 나돈다. 한나라당 내에서 유일한 친손학규파인 정문헌 의원에 대한 러브콜도 들린다. 참고 참았던 ‘손학규 대세론’을 입에 올리기 시작할 만하다.
그만큼 경쟁자들의 견제도 심하다. 그를 ‘짝퉁 한나라당 후보’라는 비난이 경쟁자들의 입에서 나왔다. 한나라당을 탈당했을 때만 해도 “용기 있는 결단”이라고 찬양했던 범여권 주자들이 ‘손학규 필패론’으로 무장하고 있다. 통합민주당 조순형 의원은 “손 전 지사는 이번 대선 출마를 포기하라”고 대놓고 요구했다. 서강대에서 함께 강의했던 손호철 교수까지 “이인제보다는 낫지만 그래도 용서할 수 없다”라고 치명타를 날렸다. 한나라당 경선 회피와 탈당의 원죄에 대한 추궁이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손 전 지사는 한국 정당사의 이완용”이라고 규정했다.
확실히 사람이 모인다. 열린우리당 출신의 김부겸·안영근·조정식 의원과 이호웅 전 의원 등이 특보단으로 참여해 있다. 이호웅 전 의원은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계보이다. 범여권 통합의 산파역 중 한 사람인 김 전 의장이 손 전 지사 편임을 암시한다. 청와대 출신과 친노 계파인 조경태 의원, 진기정 전 비서관도 합류했다. 손 전 지사 진영은 임종석·송영길·우상호 의원 등 386 세력은 물론 경제부총리를 지낸 홍재형 의원, 재선의 정장선·김효석 의원, 지병문 의원 등이 합류할 것이라고 장담한다. 우호 그룹으로는 문희상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유인태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을 꼽는다. 노대통령이 손 전 지사를 향해 “정치할 자격이 없다” “보따리 장수”라고 악담을 퍼부었어도 노대통령 핵심 측근들을 우호 세력으로 꼽는 데 망설임이 없다.
특별한 지원 그룹이 있다. 설훈 전 의원과 윤흥렬 전 청와대 비서관이다. 이 둘은 동교동계이다. 설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 스타일을 빼다박은 마키아벨리식 전략가이고, 윤씨는 김 전 대통령 사돈 집안이다. 동교동과 밀접한 인물이라는 뜻이다. 특히 설 전 의원의 합류는 ‘손학규-DJ 밀약설’의 진원이다. 설의원은 자기 입으로 “손 전 지사에게 한나라당 탈당을 건의했다”라고 털어놓았고, 탈당 종용 사실을 김 전 대통령에게 간접적으로 보고했다고도 실토했다. 그는 최근 김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박지원씨와도 접촉하고 있다는 설이 파다하다.동교동에서는 “될 만한 후보를 밀어야 하지 않느냐”라는 반응이 주류이다. 한나라당에 있을 때 현역 의원이라고는 단 한 명밖에 거느리지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 현역 의원 30명 정도로 캠프를 꾸릴 계획이라고 한다. 손 전 지사가 ‘대세론’을 거론하는 배경을 알 것 같다. 박홍섭 전 마포구청장, 정진일 전 한국정보문화센터 사무총장 등 김영삼 전 대통령 쪽 민주계 인사들의 합류는 짤막한 보도 자료로 처리되었다.
뿐만 아니라 손 전 지사 조직인 선진평화연대(선평련)가 신당 중앙위원과 실무 당직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시·도당 창당 과정에서 세력을 넓혀가고 있기도 하다. 신당 창당 실무 협의 결과 선평련은 전체 중앙위원 4백명 중 50여 명, 실무 당직자 30명 가운데 8명을 차지하게 되었다. 나머지 실무 당직자 22명의 배분은 열린우리당 출신 8명, 시민·사회단체 출신 8명, 민주당 출신 6명 등이다. 그야말로 ‘굴러온 돌’인 손 전 지사의 독주이다.
문제는 손학규 대세론이 범여권 담장 안에서만 불고 있다는 점이다. 범여권 안과 밖의 온도 차이가 너무 크다. 그의 지지율은 6월30일 TNS코리아의 조사 결과 5.3%-7월14일 7.3%(한국리서치)-7월21일 6.7%(한국갤럽)이다. 올랐다고 할 수도 없고 떨어졌다고 하기도 어렵다. 말 그대로 답보이다. ‘대세론’을 입에 올리기 부끄러운 수치이다.
다만 범여권 후보와 비교하는 경우에는 손 전 지사의 독주 체제가 뚜렷하다. 6월30일 ‘범여권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그는 16.5%로 2위인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10.7%)을 따돌렸다. 특히 7월21일 조사에서는 34.9%로 20여 일 만에 2위 정 전 의장(14.7%)을 크게 눌렀다. 그래도 범여권이라는 담장을 뛰어넘어야 할 과제가 여전히 그 앞에 놓여 있다. 며칠 전 만난 손학규 캠프의 김재목 공보팀장은 “손 전 지사가 10%만 확실하게 넘으면 범여권 후보가 될 것이 분명한데, 그게 어렵다”라고 토로했다. “솔직히 본선보다 경선이 더 어렵다. 본선은 이명박·박근혜 누구와 붙어도 자신 있다”라고 고백했을 정도이다. 

신당 내 견제·비판도 만만찮아
손 전 지사에게는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에 대한 비판 여론도 부담이다. 당 이름을 ‘열한 자’로 늘린 것 외에는 별다를 것이 없는 ‘도로 열린우리당’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고, 당에 참여한 기성 정치권과 시민·사회 진영 간의 지분 싸움도 볼 만하다. 게다가 신당 참여 대권 주자들까지 이탈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정동영 전 의장은 “지분 정치, 구태 정치로 국민에게 보이면 희망이 없다”라며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 내부의 지분 다툼을 비판했다. 천정배 의원 역시 “열린우리당이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해 신뢰를 잃었다. 대통합신당 역시 창당 과정에서 정책이나 비전에 대한 토론과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대통합신당이 ‘도로 열린우리당’이 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따가운 여론을 알고 있다는 얘기이다. 그렇다고 당장 결단을 내릴 처지들도 아니다. 이들은 이미 열린우리당에서 탈당한 마당이고, 신당이 아니고는 딱히 갈 곳도 없다. 지분 싸움은 지도부 구성, 특히 대표 선출을 둘러싼 다툼이다. 밥그릇 싸움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측은 정치권과 자신들이 1 대 1로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다툼을 보면 결국 연말 대선에서 승리해 권력을 나누기보다는 내년 4월 총선에서 의석을 어떻게 나누어 갖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인상이 짙다. 대선을 불과 4개월 앞두고 시민·사회 진영이 지분 문제로 “발을 빼니 마니” 하는 것부터가 수상하다. 기성 정치권 뺨치는 시민·사회 진영의 행태에 비추어 신당 지지율이 밑바닥을 기는 것은 너무도 당연해 보인다. 7월14일 코리아리서치 조사 결과, 국민의 54%가 ‘대통합 신당을 지지하지 않겠다’라고 했고, 23%만이 ‘대통합신당을 지지하겠다’라고 응답했다. 손 전 지사로서는 일단 대통합이라는 배에 올라타는 데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그 배가 난파선이 될지 유령선이 될지 앞날이 불안하기만 할 것이다. 지난 7월24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한나라당 박근혜 경선 후보와 손 전 지사의 가상 대결에서의 지지도를 물었다. 현 시점에서 이명박 전 시장과는 ‘게임이 안 된다’고 보고 박후보를 대입한 것이다. 그 결과 박후보 57.6%, 손 전 지사 23.6%로 박후보가 두 배 넘는 우위를 보였다. 민주당 박상천 대표가 “이명박보다 쉽다”라고 한 박후보와의 대결 결과가 이러한 것이다. 손학규 대세론은 여전히 찻잔 속에 갇혀 있을 뿐이다. 특히, 자신들의 고백대로 본선보다 경선 통과가 더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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