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민심도 DJ 정치 개입에 비판적”
  • 소종섭 기자 ()
  • 승인 2007.08.20 10: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범여권 대선 후보 조순형 의원 인터뷰/ “대통령은 분열의 리더십 반성해야”

  정가에서 ‘쓴소리!’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민주당 조순형 의원이다. 국정감사 때나 상임위 회의 때 그가 말할 차례가 되면 공직자나 동료 의원들은 귀를 쫑긋 세운다. 그가 ‘할 말은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런 그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서자 평소 그를 아는 사람들도 놀랐다. 국회도서관을 자주 이용해 정치권에서 ‘선비’로 통하는 그가 대선 후보에 도전하다니!
하지만 출마 선언 이후 그의 지지도는 단숨에 몇 계단 뛰어올랐다. 민주신당, 열린우리당을 포함해 범여권 대선 후보들 가운데 지지도 3~4위를 달리고 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이다.
지난 8월14일 오후 3시, 존폐의 갈림길에 선 민주당의 ‘희망’으로 떠오른 조의원을 국회도서관 의원열람실에서 만났다. 그는 “민주신당은 복제 정당이다”라며 “여권 후보들은 참여정부와 운명을 같이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최근 발언 강도를 높이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정치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라며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선비’ ‘쓴소리’ 이미지와 ‘대통령 후보’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징발 당했다고나 할까. 한때 자의반 타의반이라는 말이 유행했는데, 나는 자의반도 아니고 거의 타의에 의해서 출마하게 됐다.
타의라면?
지금 민주당이 완전히 파도에 휩쓸렸다. 정체성이라고 할까, 이런 것도 유지하기 어렵게 되었다. 당세가 약해서 그런지 언론이나 국민의 주목도 못 받고 있다. 지난 4년간 국가 근본이 많이 흔들려 간간히 고민해왔는데 당에서 출마를 강권해 결심했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가 약한 것 아닌가?
권력 의지? 물론 중요하다. 솔직히 얘기하면 욕심인데 나는 본래 권력 의지가 없다. 하지만 대통령에 출마하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최고의 정치 행위이고 당과 국민에 대한 약속이기 때문에 책임과 의무를 다하려고 한다. 이것은 권력 의지와는 별개다. 권력 의지만 갖고는 안 된다.
최근 민주신당과 열린우리당 후보까지 포함한 여론조사에서 3위에 오르내린다. 이런 결과를 예상했나?
예상 못했다. 내게는 과분한 결과다. 출마 선언이나 활동한 결과에 힘입은 것은 아닌 것 같다. 정치에 입문한 지 21년 되었고, 6선 의원인데 내가 살아온 길에 대한 평가가 반영되어 나타난 지지도라고 생각한다.
이인제 의원은 보수 언론과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만들어준 지지도라고 깎아내렸던데.
한나라당 지지자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가. 정치인이나 정당은 자기 고정 지지 기반만 가지고 있으면 안 된다. 다른 당을 지지하는 국민의 지지도 받아야 한다. 그래야 성공한다. 그게 좋은 것이다. 다른 후보 지지율을 분석할 시간이 있으면 자기 선거 운동이나 열심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이른바 범여권 대통합과 관련해 조의원은 어떻게 생각하나.
통합은 멀어졌다. 민주당은 독자 노선을 가기로 확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신 적절한 시기에 민주신당과 열린우리당이 합당해 선출한 후보와 민주당 후보가 단일화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다른 것은 차이가 있더라도 한나라당이 집권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공통 분모가 있기 때문에 범여권은 한 명의 단일 후보를 내야 한다. 정당끼리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단일 후보를 내야 한다.
범여권 단일 후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보나.
반한나라당이라는 입장이 같기 때문에 대선 전략상으로 단일화가 가능하다. 결국 민주당 후보로 단일화가 될 것이다.
후보를 단일화하면 조의원이 비판하는 참여정부와 공동 운명이 되는 것 아닌가.
단일화했다고 해서 현 정부의 공과를 민주당이 승계한다고 볼 수는 없다.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은 적어도 국정 실패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 자유롭다. 그것이 민주당의 강점이고 명분이다.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민주당은 중도개혁 노선을 표방하고 있다. 시대 상황 등 여러 측면에서 보았을 때 한나라당이 집권하는 것보다는 민주당이 중심이 된 범여권이 집권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한나라당 지지도가 50%를 넘는다.
야당 지지도가 50%를 넘고, 야당 대선 후보들의 지지도가 70%가 넘는 이런 예는 우리나라 정치 역사상 없었다. 초유의 사태이다. 집권당이 붕괴했다는 이야기다. 참여정부가 국정에서 총체적으로 실패했기 때문이다.
국정 실패? 좀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우선 민주당이 집권당인데 분당시킨 것부터 잘못되었다. 열린우리당은 현직 대통령이 자기의 정치적 편의를 위해서 급조한 정당이다. 집권당으로서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대통령이 국정을 잘못하면 야당 못지않게 여당이 견제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또 대통령이 헌법도 잘 지키려고 하지 않고, 법률도 위반하려고 했다. 대통령이 국민을 통합하는 관용과 포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데, 언제나 갈등과 분열의 리더십을 발휘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잘못은 대통령이 자신의 잘못을 잘못이라고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때로는 잘못을 인정하고 비판도 받아들여야 하는데 얼마 전까지 ‘경제도 이만 하면 잘하지 않았느냐’는 식이었다.
그 때문인지 민주신당 창당을 놓고 ‘도로 열린우리당’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그 말이 맞다. 민주신당은 열린우리당의 복제 정당이다. 당헌이나 정강 정책도 시간이 없어서 열린우리당 것을 그대로 베꼈다고 하던데 정당으로서 기본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대선 때문에 급조하면 수명이 오래 못 간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최근 범여권이 대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적극 움직이고 있다.
그 분과 민주당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하지만 옳지 않은 것은 따를 수 없다. 대통합이라는 것은 현실 정치 문제이다. 전직 대통령은 조언하거나 충고하는 데 그쳐야 한다. 전직 대통령 몇 분이 있는데 그동안 이런 전통이 유지되고 정착되어왔다. 김 전 대통령이 유난히 대통합에 관해서 집착하는데 전통과 어긋난다. 지금은 정치에 개입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제 그쳐야 한다.
DJ가 왜 나서는 것일까?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자신의 업적이 도로아미타불이 될 것이라는 위기 의식에서 이것을 막아야 한다고 보는 것 아니냐. DJ는 노벨평화상을 받은 만큼 국내 정치가 아니라 평화나 인권 등 국제 차원에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
DJ를 비판한 조의원에 대해 당내에서 반대하는 흐름은 없나?
얼마 전 광주와 목포에서 강연했는데 각각 약 2천여 명이 모였다. 모두들 내 말에 크게 공감하며 박수했다. 이것이 호남의 민심이다.
여권 대선 후보들은 다들 동교동을 방문하는데 조의원은 DJ를 찾아갈 생각이 없나?
대선 주자들이 줄을 서서 계속 가니까 그분이 정치에 개입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 아니냐. 가지 말아야지. 아무리 어렵더라도 우리끼리 하면 된다. 나는 그렇게 안 할 것이다. 대선 후보로 선출되면 모르겠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찾아갈 생각이 없다.
DJ를 찾아가는 것 자체에 비판적인가?
그렇다. 그런 행동이 전직 대통령이 정치에 개입하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전부 다 예비 후보들 아닌가. 아직 경선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찾아갈 명분이 뭐가 있나.
조의원은 이번 대선의 시대 정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라의 근본이 흔들렸다. 근본을 되찾고 기본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사람이 누구냐 하는 것이다.
8월28일부터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
회담이 성립하려면 상호 간 의제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일을 거꾸로 하고 있다. 이미 하기로 한 이상 핵 폐기 문제나 북한 인권문제 등을 논의해야 한다. 회담도 정례화할 필요가 있다. 한나라당이 내 입장과 비슷하던데 나는 개의치 않는다. 나는 얼마나 손해를 볼지는 몰라도 할 말은 하고 살아왔다. 손해도 보고 불이익도 보지만 정치인의 본분은 할 말은 하는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