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DJ ‘마지막 승부’
  • 소종섭 기자 ()
  • 승인 2007.08.27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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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이명박·범여권 후보 밀며 ‘훈수 정치’ 시동

 

여야 대선전 막후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YS)과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혈투가 벌어지고 있다. 한국 현대사 최대의 정치 라이벌로 불리는 두 사람이 펼치는 마지막 전쟁에서 누가 승자가 될 것인가는 17대 대선을 읽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이다. 이런 측면에서 여야 후보는 각각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후보’와 싸우는 셈이다.
풍경 1: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지난 8월21일 서울 강남에 있는 한 음식점에서 YS와 만찬 회동을 했다.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다음날 저녁이어서 정가에서 화제가 되었다. 이 자리에 배석했던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YS가 경선 과정에서 이후보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줘 감사를 표하는 뜻에서 (내가) 식사 약속을 잡았는데, 이 소식을 들은 이후보가 흔쾌히 합류 의사를 밝혀 자리가 마련되었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우리의 목표는 정권 교체인 만큼 배전의 노력을 다하자. 나도 돕겠다”라고 말했다.
풍경 2: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지난 8월23일 동교동을 찾은 정세균 전 열린우리당 의장 등 지도부의 예방을 맞은 자리에서 “국민의 마음이 열린우리당을 떠난 것은 분당에 있다”라며 노무현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했다. 민주당 분당, 대북 송금 특검, 임동원·신건 두 전직 국정원장 구속에 대해 사과했어야 한다는 말도 곁들였다. 이명박이라는 한나라당의 강력한 후보에 맞서 민주당까지 아우르는 ‘범여권 대통합’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이 고리를 풀어야 한다는 DJ의 인식이 반영된 발언이다. 
대선전 막후에서 벌어지는 두 사람의 ‘훈수정치’는 이처럼 날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앞으로는 훈수를 넘어 직접 일선 현장에 뛰어들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 같다. 두 전직 대통령이 노구를 이끌고 대선에 개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YS의 경우를 보자. 민주계 인사만 놓고 보면 이번 한나라당 경선에서 이후보보다는 오히려 박근혜 후보를 지원한 사람이 많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 김영삼 대통령 시절 청와대 민정·사정비서관을 지낸 김무성 의원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두 사람 모두 박근혜 캠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반면 김수한 전 국회의장, 김덕룡 의원, 박종웅 전 의원 등은 이명박 캠프에서 활약했다.
이명박 후보는 YS가 발탁했다. 1992년 4월 제14대 총선에서 이후보는 민자당 전국구 25번을 받아 여의도에 입성했다. 1996년에는 이른바 ‘전략 공천’ 방침에 따라 이후보를 당시 민주당의 거물 이종찬 전 의원을 떨어뜨리기 위해 종로에 출마토록 했다. 반면 박정희 정권 당시 국회의원직에서 제명되었던 YS는 ‘박정희의 딸, 박근혜’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다.
“김현철씨 정계 진출 구상과도 맞물려”

 

정치권 일각에서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는 말도 나온다. YS의 아들 김현철씨의 정계 진출과 관련 있다는 것이다. YS가 자신의 고향인 경남 거제에 현철씨가 출마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이후보에게 ‘다 걸기’를 했다는 분석이다. 경남 거제는 한나라당 김기춘 의원 지역구인데, 그는 이번에 박근혜 의원을 지원했다.
DJ는 YS보다 더 적극적이다. 최소한 지금까지는 그렇다. 직접 대선 판도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는 대선 막판까지 1 대 1 구도를 만들기 위해 민주당을 압박하는 언급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 보아서는 직접 호남을 방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 같다. 특히 호남과 충청을 아우르는 ‘백제 벨트’를 바탕으로 수도권에서 승패를 가르는 수순을 바라보는 손학규·정동영·이해찬 후보 같은 경우 동교동계의 지원이 없다면 후보가 되는 길은 멀고 험하다. DJ는 이번에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자신의 업적이 훼손되는 것은 물론 과거 재임 시절과 관련한 후폭풍이 몰아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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