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양수산 경영권 분쟁 ‘점입가경’
  • 이석 기자 ()
  • 승인 2007.08.27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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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대표이사·창업주 대리전 소송전 돌입…“위임장 위조” “그런 일 없다”

 

오양수산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창업주인 고 김성수 회장의 장남 김명환 부회장이 지난 8월16일 고인의 법정 대리인 ㅈ변호사와 ㅊ변호사를 사문서 위조 혐의로 형사 고소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ㅈ변호사도 23일 김부회장에 대해 고소를 제기하는 등 팽팽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김부회장은 최근 “공신력 있는 문서 감정업체에 의뢰해 창업주의 신탁증서와 위임장 서명 차이를 발견한 만큼 진실은 가려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고소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ㅈ변호사는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며 발끈하고 있다. 그는 고소장을 제출하고  “내가 위임장을 직접 받았기 때문에 위조 의혹은 말도 안 된다. 그동안은 지켜봐왔지만 참을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만큼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오양수산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그동안의 분쟁 당사자는 작고한 창업주로부터 지분 35.19%를 매입한 사조씨에스와 이를 지키려는 김명환 부회장이었다. 그러나 김부회장과 ㅈ변호사 간 소송전이 발생하면서 또 다른 양상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주목되는 것이 위조 의혹이 제기된 위임장의 처리 문제이다. 오양수산 경영권 분쟁의 발단이 바로 지분 35.19%를 ㅈ변호사에게 넘긴다는 김 전 회장의 위임장이기 때문이다. ㅈ변호사는 고인의 유지에 따라 이 지분을 경쟁사인 사조씨에스에 매각했다. 사조씨에스는 이 지분을 바탕으로 오양수산 지분을 장내 매집했다. 현재는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임시주총을 소집해놓은 상태이다.
사조씨에스 관계자는 “9월14일 열리는 오양수산 임시 주총에서 김명환 부회장을 해임하고, 현 경영진에 대항하는 9명의 이사를 새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표이사인 김부회장은 지분 매각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때문에 지난 6월 외부 문서감정원에 필적 감정을 의뢰했다. 이 과정에서 고인이 작성한 위임장과 신탁증서에 서명의 차이점이 있다는 통보를 받은 것.
일단 위임장의 신뢰가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 만큼 김부회장은 강하게 대응해왔다. 사조씨에스가 보유한 오양수산 지분 전체를 다음달 임시 주총에서 의결권으로 행사할 수 없도록 하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했다. 이중 김부회장 상속분인 4.69%는 법원 허락을 받았고, 나머지 지분에 대해서도 현재 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김부회장이 창업주의 법적 대리인인 ㅈ변호사와 ㅊ변호사를 상대로 형사 소송을 제기하면서 위조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위임장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에 보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 오양수산 안팎의 시각이다. 김부회장도 이같은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그는 “사설 업체이기는 했지만, 이전에 감정을 받은 곳도 공신력 면에서는 충분히 검증이 된 곳이다. 그러나 국가기관인 국과수로부터 검증을 받기 위해 형사 고소를 제기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김부회장이 제기하는 의혹은 세 가지이다. 위임장과 신탁증서에 게재된 고인의 서명이 다른 것은 이 중 한 가지에 불과하다. 위임장에 김회장의 서명이 세 개나 있었다는 점, 위임장에 표기된 주식 수가 틀렸다는 점 등도 포괄적으로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게 김부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문서를 체결하는 데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가 틀려 있다. 형사 고소를 두고 내부적으로 이견이 있기는 했지만 진실을 밝힌다는 차원에서 고소장을 제기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형사 고소로 국과수 수사 의뢰 불가피
사정이 이렇게 되자 그동안 관망 자세를 보여왔던 오양수산이 갑자기 ‘강수’를 둔 배경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오양수산은 그동안 사조와의 경영권 분쟁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왔다.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경영권을 지키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형사 소송만은 자제해왔다. 이 과정에서 일부 강경파 직원들이 적지 않은 불만을 터뜨리기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 오양수산이 돌연 공격적인 자세로 나온 것은 분쟁 상황이 그다지 녹록치 않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사조씨에스의 경우 최근 ㅊ법무법인으로부터 35%의 지분을 매집한 이후에도 장내 매수를 통해 지속적으로 오양수산 지분을 늘려왔다. 현재는 오양수산 지분의 52%를 확보한 상태이다. 경영권 승계를 위한 요건을 모두 갖춘 셈이다.
이에 반해 오양수산의 경우 현재 지분율이 6% 대에 머물고 있다. 법원이 사조씨에스가 보유한 김부회장의 상속분 4.69%의 의결권 제한을 받아들였다 해도 승산이 별로 없는 게임이다. 그러나 국과수 조사를 통해 위임장이 위조된 것으로 나타날 경우 상황이 달라진다. 고 김성수 회장이 사조측에 넘긴 지분 35.19% 전체에 대한 의결권이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양수산이 최근 강수를 둔 것도 이같은 포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감정 결과가 나와도 대세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유족 관계자는 “감정 결과가 나와도 100% 승소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 정황을 재판부에서 판단해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ㅈ변호사도 “국과수 문제는 그쪽에서 해결할 문제이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언급하는 게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사조산업과의 경영권 분쟁, 이어 터진 형사 고소 등이 9월 열릴 임시 주총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련 업계는 물론 주주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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