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 부르는 국책 사업들
  • 왕성상 전문기자 ()
  • 승인 2007.09.03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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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이 밭에서 신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瓜田不納履 梨下不整冠)’는 속담이 있다. 오해를 살 짓이나 말을 삼가라는 뜻이다. 국민을 위해 일하는 정부나 공무원들이 특히 명심할 점이다. 기업이나 일반인들과 달리 입만 조금 벙끗해도 의혹을 사고 손가락질을 받는다. 권력과 돈에 관련된 일일수록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오해를 살 국책 사업들을 펼쳐 논란이 일고 있다. 선거용이라는 증거는 없지만 일련의 움직임들이 의구심을 증폭시킨다.
대표적 사례가 혁신도시 사업. 건설교통부 등 관계 당국에 따르면 서귀포혁신도시가 9월12일 착공된다. 전국 10개 혁신 도시 중 가장 빨리 말뚝을 박는 것으로 한국국제교류재단, 건설교통인재개발원 등 9개 기관이 이곳으로 옮겨갈 예정이다. 이어 김천혁신도시, 태안기업도시도 9월 중 첫 삽을 뜬다. 또 대구·울산이 10월, 강원·전북 혁신도시가 연내 공사를 펼친다.
그냥 보기에는 정부가 ‘혁신도시 9~10월 착공’이라는 당초 계획안대로 시행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정부의 의지를 의심할 만한 편법과 무리수가 곳곳에서 엿보인다. 혁신 도시 착공을 서두르기 위해 혁신 도시 1호 지역에 3백억원, 2호 지역에 1백억원 상당의 혜택을 주기로 한 것이다. 물론 정부는 쓰레기 소각장, 화장터 등을 유치하는 지방자치단체에 지역 숙원 사업 지원책을 펴왔다. 그러나 이런 혐오 시설과 혁신 도시는 차원이 다르다. 1백26개 공공 기관을 지방 10개 도시로 옮기는 지역발전 사업이어서 큰 혜택을 주는 것은 ‘사업 일정을 앞당기기 위한 술책이 아니냐’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한나라당 등 야당의 텃밭 격인 영남권에서 혁신도시 건설의 첫 삽을 뜬다는 점이 그렇다.
오해를 사고 있는 국책 사업은 이뿐이 아니다. 연말까지 ‘반값 아파트’를 공급하고 일부 고속도로를 대통령 선거 전에 개통할 예정이다. 반값 아파트의 경우 ‘선심성 행정’이라고 비난하는 소리가 높다. 청약저축 가입자를 대상으로 토지임대부 주택 3백89가구와 환매조건부 주택 4백15가구를 올해 중 시범 공급한다는 계획안이 나온 뒤의 일이다. 경기도 군포 부곡택지개발지구의 국민임대주택 2천7백37가구를 활용해 반값 아파트를 선보이는 것.
문제는 반값 아파트가 국민 임대 아파트와 차이가 별로 없어 정부 발표 뒤 뒷말이 많았다. 환매조건부 주택도 입주자에게 그다지 유리하지 않다. 환매 기간 중 집과 땅값 상승분을 입주자가 가져가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싼값에 내집 마련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빛 좋은 개살구와 다름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과거 정권 때 선거철만 되면 단골로 등장했던 고속도로 개통 역시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김천시~대구시 현풍면 간 62km와 전남·북, 충북 등지에서 4개 노선 2백21km가 연내 뚫린다. 도로 개통식 때 실적 자랑과 당국자들의 공치사를 늘어놓는 자리가 되기 일쑤여서 선거철에는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오해를 사지 않으려면 행사 규모를 최소화해서 조용히 하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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