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운, 대선에 달렸다
  • 박태우 (타이완 국립정치대학 객좌교수) ()
  • 승인 2007.09.10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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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전세계의 많은 국가들 중에서 우리처럼 정치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하고 관심을 표명하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국제정치경제학자로서 그리고 한때 외교부 경제통상 부서에서 일하면서 방문한 30여 개 국가들 중에서 분단으로 인해 한국처럼 정치가 경제 및 기타 분야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나라도 드물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 국민들이 유독 정치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이런 지정학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결과라고 보는 것도 무리가 아닐 듯싶다.
무한 경쟁 시대를 살아가는 21세기의 도전적·응전적 격랑의 물결이 한반도의 분단 체제에도 어김없이 몰아치고 있다. 특히 북핵 문제를 둘러싼 6자회담, 그리고 올해 대선은 이런 시대적 환경과 맞물려 한국인들의 삶에 깊숙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한민국 민주 정치의 발전 과정은 산업화·근대화·민주화, 그리고 정보 통신 시대를 여는 후기 산업화 시대를 지나오면서 나름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성숙한 민주주의로 가는 길목에서 지역 감정으로, 이념으로, 그리고 계층 간 갈등으로 인해 국론이 분열되어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현실은 무척 안타깝다.
도약의 시대에 필요한 리더십
올해 대선은 그런 점에서 역사적으로,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많은 과제를 던지고 있다. 어떠한 지도자를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국가 운영의 방향과 미래가 확연하게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이번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어떤 유형의 리더십에 유념해야 할 것인가.
한반도 분단의 아픔을 극복하고 세계사적 조류를 잘 소화해가는 경제 선진 부국이 되는 것이 점진적이고 평화로운 한반도의 통합을 이루는 지름길이라는 데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실제로 지금의 경제를 서독이나 일본 수준으로 격상시키고 그 기반 위에서 분단으로 고통받는 북한의 낙후된 경제 시스템을 적극 도와주는 점진적 접근법 이외에 분단문제를 순조롭게 해결할 다른 방도는 없다. 따라서 기존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동맹 관계와 안보 문제를 다시 시대 정신에 맞게 잘 추스르고 정립하는, 합리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가진 리더가 필요하다. 이는 여권이든 야권이든 정당에 상관없이 우리 국민들로 하여금 누가 진정한 지도자인지를 가늠할 수 있게 해주는 주요한 잣대라고 여겨진다.
한반도 총체적으로 조망할 식견 지녀야
이번 대선에서는 지구 전체가 하나로 이어지고 국경 없이 돈이 흘러다니는 통합과 화합의 시대가 펼쳐지고 있는 상황에 맞게 열린 사고를 바탕으로 한 실용주의적 리더십을 선택해야 한다.
남북 문제도 원칙과 순리에 따라 위기와 갈등을 원만히 조절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인물이어야 제대로 대처할 수 있다. 4강을 중심으로 한 외교 구도를 우리의 국익에 맞게 합리적으로 이끌게 하려면 외교 대통령으로서의 유연한 자질과 지혜가 절실히 요구된다. 오는 10월로 예정된 남북정상회담이 항간의 우려대로 여권의 대선 지원용으로 흐지부지 끝나게 될지, 아니면 남북 관계의 모멘트로 여길 만한 성과를 남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새 대통령은 한반도를 총체적으로 조망하는 식견을 지닌 입체적인 지도자여야 한다.
이번 대선은 국운을 가를 만큼 중대하다. 모두 소명 의식을 갖고 과연 누가 역사적 변혁기를 돌파할 적임자인지 심사숙고해 선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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