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낮아진 ‘다국적 무대’
  • 김회권 기자 ()
  • 승인 2007.09.15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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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혼혈인·외국인 ‘밀물’…스포츠계는 여전히 인색

 

SBS 드라마 <황금신부>에서는 베트남 신부가 주인공이다. 베트남, 캄보디아에서 현지 촬영하고 그곳 탤런트들도 속속 등장한다. 외국인 연기자들이 안방 극장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은 새로움을 느끼고 있다. 베트남 신부를 맞이하는 결혼 현상을 사람들이 흔한 일로 받아들인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텔레비전 속에 펼쳐진 현실은 우리 사회가 단일 민족의 벽을 허물고 다민족 사회로 나가고 있음을 알려준다.
대중문화 분야에서 과거보다 혼혈인·외국인들의 출연이 늘어나고 있다. 다른 분야의 문호 개방은 진행된 지 오래이지만 방송·영화의 경우는 문을 열기가 쉽지 않았다. 언어 전달의 문제도 있지만 국내 연예인만을 고집하는 단일 민족의 빗장이 생각보다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오히려 외국인·혼혈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람은 다니엘 헤니이다. 그가 데뷔했을 때 여성 시청자들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모델로 활동하던 중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으로 얼굴을 알렸는데 우리말을 못한다는 단점을 조각 같은 얼굴로 커버했다. 최근에 <마이 파더>라는 영화를 통해 스크린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비슷한 사례로 데니스 오도 있다. 그도 모델 생활을 거쳐 방송에 데뷔했다. 두 남자는 혼혈의 장벽을 뚫고 우리 방송계에 연착륙한 대표적인 경우로 꼽힌다.
외국인 연예인의 등장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괜찮은 평가를 받게 되자 방송가에서는 스타를 발굴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요즘 외국인이 어떻게 연예인이 되는지 알고 싶다면 KBS 예능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를 보면 된다.
원래 이 프로그램은 국내에 거주하며 우리 문화를 몸소 체험한 외국인들의 눈을 통해 한국인들의 현주소를 알아보려는 기획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말 그대로 ‘미녀’들이 출연해 토종 연예인들과는 다른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반향을 끌면서 이들의 방송 진출이 본격화되었다. ‘사오리’ ‘리에’ 등은 이미 상당수의 팬을 거느리며 연예계에 깊숙이 발을 들여놓았다.
비단 방송뿐만 아니라 폐쇄적인 스포츠계에서도 단일 민족은 불문율처럼 지켜지고 있었다. 축구계에서 자주 언급하는 귀화 선수의 국가 대표 발탁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혼혈 선수조차도 우리 기억에 남아 있지 없다. 최근에야 몇몇 선수가 등장하고 있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이 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혼혈 선수와 국외에서 활동하는 혼혈 선수에 대한 인식의 차이이다. ‘우리’라는 범위가 자의적으로 사용된다. 미식축구(NFL) 스타 하인즈 워드는 흑인 혼혈이지만 ‘국위를 선양했다’는 이유로 엄청난 환대를 받았다. 하지만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귀화한 이동준 선수는 출중한 기량 때문에 자격 시비에 휘말렸고 대학 경기에 출전이 금지되기도 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지난 8월5일에 끝난 아시아 남자농구선수권대회 대표팀에서는 혼혈 농구 선수 이동준과 김민수를 볼 수 있었다. 김민수는 아르헨티나계 스페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이중 국적 선수이다. 농구팬들은 두 선수가 앞으로 우리 농구를 짊어질 기둥이라고 평가하며 높은 기대를 보이고 있다.
사실 국가대표팀에 외국인 선수를 포함시키는 일은 이미 전 종목에 걸쳐 세계적인 추세이다. 일본 축구 대표팀에는 피부색이 우리와 다른 선수가 꼭 들어 있다. 탁구 강국인 중국은 선수 수출국이다. 자국 내의 치열한 경쟁을 피해 해외로 건너가 외국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선수가 한둘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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