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포기로 기울고 있다”
  • 도쿄·임수택 편집위원 (sisa@sisapress.com)
  • 승인 2007.10.0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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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전문가 시게무라 도시미쓰 와세다 대학 교수 인터뷰/ “지도부, 미국과 정상화 원해”

 
지난 9월7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은 “한국에서 전쟁을 우리가 끝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김정일 위원장이 검증 절차 등을 통해 핵무기를 폐기해야 한다”라며 핵 포기를 전제로 한반도에 평화 체제가 들어설 가능성을 언급했다. 지난 9월23일에는 후쿠다 총리가 여덟 개 파벌의 지지를 받아 신임 일본 총리가 되었다. 10월2일부터 10월4일까지는 노무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위원장이 ‘2007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처럼 동북아 정세가 급변하는 가운데 한반도 문제 권위자인 시게무라 도시미쓰 와세다 대학 국제교양학부 교수(사진)를 만나 최근의 한반도 움직임과 북·일 관계 등의 전망에 대해 들어보았다. 1945년생인 시게무라 교수는 1979년~1985년 마이니치 신문 서울 특파원, 1989년~1994년 마이니치 신문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언론인 출신이다. 마이니치 신문 논설위원을 거쳐 2004년부터   와세다 대학 국제교양학부 교수로 한반도 문제와 미국의 아시아 정책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일본과 북한과의 정상회담 뒷얘기를 다룬 <외교 패배>(2006년, 고단샤)와 <한반도 핵 교섭>(2006년, 고단샤) 등이 있다.

9월23일 후쿠다씨가 새로운 총리로 선출되었다. 북한과 일본의 관계에 커다란 전기가 마련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
크게 변화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후쿠다 총리가 대화를 중시하고 “내 손으로 납치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라고 표명했기 때문에 북한의 경제 제재 조처를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은 기본적으로 북한에 대해 대화 노선을 견지하고 있다. 납치 문제를 제외하고 다른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 납치 문제와 국교 정상화 문제를 각각 추진할 것인가, 아니면 두 문제를 동시에 대화의 주제로 삼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납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정상화 교섭을 논의하는 것은 여론이 납득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북한과의 교섭이 실패하면 후쿠다 정권이 어렵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북·일 관계가 진전되기는 쉽지 않다는 뜻인가?
후쿠다 총리의 기본 방침은 아시아 관계를 중시하는 것이고 그것은 대화를 중시한다는 뜻이다. 그렇더라도 일본과 북한 관계가 잘된다는 보장은 없다. 납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대화도 진전되지 못한다.
후쿠다 총리 주변 인물 중에는 납치 문제와 정상화 문제를 병행해서 교섭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내년 봄에 중의원 선거에서 이기지 못할 경우 정권이 교체된다. 중의원 선거를 생각하면 후쿠다 총리가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10월2일에서 10월4일까지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 임기 말에 정상회담이 열리는 배경과 전망에 대해 말해달라?
연말 대통령 선거를 의식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그렇게 보는 시각이 많다. 그리고 일본 국민 입장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 언급해주기를 바라지만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

한국 국민들은 과거에 정상회담이나 북한과의 관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정치적 영향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렇지 않다. 정상회담 발표 후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았나. 영향이 있다. 한나라당측이 경제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는 논쟁으로 가면 여당은 이길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여당은 선거 이슈를 바꿔야 한다. 이번에는 ‘21세기 한반도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평화 정착이다, 경제 대통령보다 평화를 정착시키는 대통령이 필요하다’ 그런 대통령을 뽑는 선거라는 분위기를 만들어가려고 할 것이다.

한국에서 경제 문제는 중요한 의제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 의제 중에 경제 협력 문제가 중요한 이슈인데, 거기에 일본 기업들이 참가한다는 얘기가 있다
어려울 것이다.

그런 논의는 있었나?
일본 기업들 중에는 북한에 다녀온 사람들이 있다. 개성공단에 다녀왔고 조사도 했다. 하지만 진출하기에는 장애물이 아주 많다. 공장에서 사람을 마음대로 뽑을 수도 없고, 중국 등 동남아시아보다 공장 운영이 어렵다. 그리고 지도도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북한 당국이 감시하니까. 한마디로 일본 기업들에게는 매력이 없다.

만약 후쿠다 총리가 대화를 통해서 납치 문제나 국교 정상화 문제 등을 진전시킨다면 일본 기업들의 북한 진출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는가?
일본 기업들은 자기 돈을 가지고 들어가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아직도 리스크가 많이 있다.

일본과 북한 간의 국교 정상화, 일본 기업의 북한 진출 등의 문제를 고려할 때 북한 입장에서 보면 후쿠다 총리 시기가 가장 좋은 찬스라고 생각할 것 같다.
후쿠다 총리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납치 문제이다. 그것은 납치한 사람들을 돌려주는 것인데, 북한이 납치된 사람들을 돌려줄 리가 없다. 만약 납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한에 뭔가를 주어야 할 것이다.
북한은 돈을 요구할 것이다. 일본 국민들의 입장에서 납치는 범죄 행위인데 왜 돈을 주어야 하는가,  말이 안 된다고 할 것이다. 그래서 해결이 어렵다.

고이즈미 전 총리가 두 차례에 걸쳐 평양을 방문했을 때 주요 논제가 납치 문제 해결과 경제 지원 아니었나?
그렇다. 정상화를 약속하고 1조 엔 이상의 경제 협력을 약속했다. 그래서 북한은 납치자를 돌려주었다. 하지만 일본측에서는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고이지미 전 수상에게 두 번이나 속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 이후’의 체제가 중요한 것 같다.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아직까지 결정을 못했다는 것은 지도부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집단 지도 체제로 갈 것이다. 로열패밀리 가운데 누군가를 내세우고 실제는 군부가 관리할 것이다.

최근 미국 정부가 한반도의 전쟁 종식 선언을 하고 평화조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한 것 등이 미국의 대중국 전략과 관련이 있다는 시각이 있다.
그렇지 않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관심이 없다. 미국은 북한의 핵만 포기시키면 되는 것이다. 한국에 대해서도 과거와 시각이 많이 달라졌다. 냉전 시대와 다르게 한반도가 전략적으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핵 사찰을 하는 데 아무리 빨라도 1년은 걸린다. 사실상 부시 정권 내에 핵을 포기하고 북한과 미국이 정상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북한 내부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있지 않을까?
문제는 미국과 정상화하기 전에 북한이 핵을 포기할 리가 없다는 것이다. 즉 정상화되면 포기하는 것이 기본 방침이다. 다만, 북한이 경제적으로 아주 어렵다. 특히 석유가 많이 부족하다. 작년에 수입한 석유가 60만t 정도이다. 그 중에서 군사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20~25만t 정도이다. 즉 군대나 체제를 유지하기가 아주 어려운 입장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선택이 있다. 하나는 핵을 포기하고, 미국과 정상화를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시간을 벌면서 한국에서 원조를 많이 받아 핵무기를 계속 개발하는 것이다. 둘 중의 하나밖에 없다. 북한 지도부 내부에서 작년 가을부터 이 문제를 놓고 계속 논쟁하고 있다.

어느 쪽으로 기울고 있나?
미국과 정상화하자는 쪽이 우세하다. 원래 어느 쪽이든 지도자가 빨리 판단해야 하는데 계속 판단을 못하고 있다.

지도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인가?
그렇다. 김정일 위원장이 절대 권력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군부의 의견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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