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대선판 흔들까
  •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 ()
  • 승인 2007.10.01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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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의 대표적인 특성 가운데 하나는 역동성이다. 새로운 것을 찾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그래서 오늘의 전망이 내일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선이 3개월도 남지 않았지만 누구도 대선 전망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한국 정치의 불가측성 때문이다. 따라서 대선 승부의 향배에 영향을 미칠 여러 변수들을 나열하는 방법이 가장 안전한 예측 방법이다.
그렇다면 12월19일 대선 승자를 결정할 변수들은 어떤 것일까? 나아가 남북정상회담은 대선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게 될까? 2007년 대선 승부의 분수령은 ‘여권 변수’ ‘한나라당 변수’ 그리고 ‘전통적 변수’로 구분할 수 있다. 전통적 변수는 수도권과 30~40대 부동층의 향배, 영남과 호남 지역의 응집도 그리고 충청 지역을 둘러싼 지역 연대의 성사 여부 등이다. 한나라당 변수는 이명박 후보 재검증과 박근혜 전 대표의 협조 여부 등이 대표적이다. 마지막으로 여권 변수는 범여권 당파별 후보 선정 결과와 후보 단일화 여부 그리고 한나라당에 맞선 의제 설정력 등이다. 특히 주목되는 것이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여권이 국민에게 내놓을 ‘한반도 평화 담론’이다.
선거 결과는 일반적으로 누가 어떤 의제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크게 좌우된다. 유권자들은 몇 가지 중요한 의제를 중심으로 지지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가 계속해서 50% 전후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도 시대적 필요를 반영한 국민적 의제와 관련 있다. 한나라당이 제시한 경제 살리기 이슈가 국민적인 공감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흔히 ‘북한 변수’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북한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사건을 말한다. 남북정상회담은 2000년 총선에 이어 두 번째로 주목되고 있다. 그동안 북한 변수는 한국 선거에 영향을 주어왔다. 한때는 ‘북풍’이라 불리며 유권자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데 이용되기도 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1987년 KAL기 폭파 사건, 1992년 방북 및 간첩 사건 그리고 1996년 판문점 무력 시위 등이다. 이 경우들은 집권 세력이 정치적 지지층을 규합하고 야당의 선거 승리가 가져올 수 있는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는 소재가 되었으며, 결과적으로 집권 세력이 선거에서 승리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2000년 총선이다. 투표를 3일 앞두고 전격적으로 남북정상회담 개최 사실이 발표되었지만 기대만큼의 효과는 얻지 못했다. 그래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민주당이 얻었던 의석은 사상 최대인 96석이었다.
그렇다면 ‘2007년 남북정상회담’은 두 달여 후의 대선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게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선거의 향배를 결정할 정도의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영향이 있다 하더라도 진보와 보수 진영 각각의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정도에 머무를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남북정상회담이 대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과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절반 정도로 비슷하다. 앞으로 지지 후보를 결정할 판단 잣대로 활용될 수도 있지만 아직은 아니라는 것이다.

범여권은 대항 의제 제시할 계기 마련
더 나아가 영향을 미치려면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성과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이 쉽지 않다. 한반도 비핵화, 경제 공동체 그리고 평화 체제 등이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이다. 남북 관계의 특성상 남북 간의 합의만으로 성과를 내기 어려운 주제들이 많다. 결국 정치적 수사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현재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하지만 남북정상회담의 성공 여부에 따라 범여권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도 13%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범여권에서 한나라당이 주도해온 ‘경제 살리기’ 전선에 맞설 수 있는 나름의 정치적 의제를 선거판에 제시할 ‘계기’를 마련한 것은 최대의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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