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관련 주식 힘 안 들이고 띄울 수 있다”
  • 이석 기자 (is@sisapress.com)
  • 승인 2007.10.0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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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작전 투자자가 털어놓은 주가 조작 세력의 실체와 수법

 
'엔터테인먼트 주식을 움직이는 작전 세력의 수법은 그다지 정교하지가 않아요. 그럼에도 투자자들이 유명 연예인의 등장에 쉽게 현혹되는 것 같습니다.”
지난 10월5일 만난 한 작전 투자자의 귀띔이다. 최근 몇 년간 유명 연예인을 등에 업은 엔터테인먼트 주가 증시의 ‘귀하신 몸’으로 떠올랐다. 엔터 주는 보통 유명 연예인을 전면에 내세워 호재성 공시를 띠우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쉽게 동요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같은 작전 세력의 농간에 말려들 경우 자칫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 이 투자자의 설명이다. 최근 관심을 모았던 팬텀엔터테인먼트나 ‘주식회사 이영애’ 파문이 그런 예이다.
이같은 상황은 비단 팬텀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사저널>이 만난 작전 투자자에 따르면 현재도 제2, 제3의 팬텀이 시장에서 암약 중이라고 한다. 그의 입을 통해 엔터 주 작전 세력의 실체와 수법을 들어본다.
‘행동조’‘지원조’‘자금조’로 역할 나눠 행동
엔터테인먼트 주의 경우 연예인을 내세우기 때문에 다른 종목에 비해 작전이 수월한 편이다. 주가 조작 수준도 그다지 높지 않다고 한다. 코스닥 등록사인 ㅎ사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 회사는 한때 유명 연예인인 ㄱ씨가 투자해 이목을 끌었다. 현재 주가는 1천원 대에 머물고 있지만 한때 1만원 가까이 치솟기도 했다. 이 과정에는 작전 세력의 철저한 계산에 따른 개입이 있었다는 주장이 나온다. 물론 작전을 위해서는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한다. 본격적인 작전은 주식 매집 이후부터 시작된다.
“통상적으로 장내 매집을 하게 되면 시간이 많이 걸리게 된다. 그러나 감자 이후 증자 과정에서 전환사채(CW)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배정받을 경우 비교적 낮은 가격에 필요한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 때문에 작전 세력은 제3자 배정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필요한 물량이 확보되면 본격적으로 작전이 시작된다. 이들은 각자의 임무를 철저하게 배분한다. 적절한 타이밍에 주식을 매집·매도하는 ‘행동조’, 허위 공시 등을 통해 분위기를 띠우는 ‘지원조’, 주가 조작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을 만회해주는 ‘자금조’로 구분된다. 행동조의 경우 주가를 띄우는 것이 목표이다. 
각 조가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면서 ㅎ사는 불과 몇 개월 만에 주가가 10배 가까이 치솟았다. 물론 첫 작전은 실패로 끝났다. 계속되는 입질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꿈쩍도 하지 않았던 것. 그러자 지원조가 나섰다. 이들은 ㅎ사가 ㄱ씨 소속사와 제휴를 맺었다는 식의 공시를 내보냈다. 전략은 주효했다. 행동조의 계속되는 입질에도 꿈쩍하지 않았던 주가가 서서히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작전을 하다 보면 주도 세력으로부터 언제 호재성 공시가 나가니까 팔지 말라는 귀띔을 받는다. 공시를 보면 대다수가 연예인과 관련된 회사와 제휴했거나, 또 다른 연예인이 제3자 배정에 참여했다는 식이다.”
이후 과정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세력이 돌아가면서 쳐준 뒤 소액 주주가 따라오면 되파는 식으로 수익을 챙기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들은 매일 아침이나 전날 저녁에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짠다. 투자자들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것이다.
“작전 세력의 징후는 주가 차트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거래량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불규칙적으로 거래량이 급증할 경우 일단 작전 세력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특히 이같은 회사는 감자와 증자를 적절히 섞어가면서 진행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피해를 당하기 십상이다. 실제로 ㅂ사의 경우 최근 몇 년간 두 차례나 감자를 단행했다. 이후 어김없이 증자를 한다. 이로 인해 이
 
회사의 호재성 공시만 믿고 투자한 상당수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어야 했다.
한때 유명 연예인 ㄷ씨가 투자해 이목을 끌었던 ㅇ사도 비슷한 방법으로 단기간에 주가를 끌어올린 경우. 이 회사도 한때 주가가 1천원 대에 머물렀다. 그러나 ㄷ씨가 투자한다는 소식에 주가가 몇 개월 만에 1만원 이상 치솟았다. 이같은 주가 급등에는 소액 투자자들의 참여가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 그러나 소액 투자자들을 조정해 주가를 끌어올린 장본인은 결국 작전 세력이었다. 
작전 중 발생한 손실은 현금으로 보상
물론 작전을 주도한 세력이 매번 큰돈을 만지는 것은 아니다. 주가가 10배 가까이 올랐다고 해도 작전을 주도한 세력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
지나치게 주가가 급등하거나 급락할 경우 작전이 들통날 수 있기 때문에 때로는 손해를 보더라도 주식을 홀딩하기도 한다.
여기서 입은 손해는 모두 보상을 해준다. 요컨대 이들은 목표가를 정해놓고 도달하면 적게는 30%, 많게는 50%까지 현금으로 보상해준다. 이 비용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작전 세력의 수익은 주로 절반 이하로 한정된다. 관련 업계에서 이같은 방식을 ‘머니 세일’이라 부르는 것도 이런 점 때문이다. 
“기관 투자가도 작전 세력에 가담”
“손해 보상은 주식을 되사거나 계좌로 입금하기보다는 현금을 선호한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 팀이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이같은 일이 가능한 것이다.”
놀라운 사실은 이같은 주가 조작에 증권회사 직원은 물론이고 기관 투자가까지도 일부 개입되어 있다는 점이다. 주가 조작은 그동안 일부 부도덕한 세력을 주축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왔다. 그러나 기관 투자가까지 작전 세력에 동참한다는 사실은 놀랍다.
“사실 주가 조작은 기관 투자가나 증권회사 도움 없이는 쉽지가 않다. 상당수 작전에는 일부 기관 투자가와 같이 움직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투자자들은 이들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면서 투자할 필요가 있다.” 작전 투자자의 충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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