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가 현장, 브리핑룸 왜 가나”
  • 김회권 기자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07.10.08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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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통상부 출입기자 대표 류신모 기자 인터뷰

 
류신모 기자(경향신문)는 취재지원선진화방안 문제를 두고 가장 첨예한 대립을 띤 외교통상부 ‘출입 기자 대표’이다. 그는 “기자들이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마치 대변하는 것 같아 무척 조심스럽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자실 통폐합 문제를 이야기하는 그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남북정상회담 취재로 무척 바쁜 10월3일 개천절에 류기자와 e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최근 외교부 기자단의 반대 때문에 국정홍보처가 남북정상회담 이후까지 기자실 이전을 연기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6자회담 취재차 베이징에 가기 전에 홍보처 안영배 차장이 간사단을 만나자고 해서 만났더니 “9월27일~28일 사이에 공사를 시작할 수 있도록 협조를 해달라”라고 요청을 했다. 그래서 그냥 기자들에게 전달하겠다고만 했다. 외교부 출입 기자들의 의견은 과거에 물어본 적이 있었고, 대부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인 것을 확인했다.
홍보처에서는 “기자들도 기자실 통폐합 목적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밝힌 적이 있던데?
김창호 홍보처장이 그렇게 말했다는데 아직 내 주변에는 그런 사람이 없다. 잘못된 보고를 받았거나 거짓을 말하는 것이다. 청와대에도 그렇게 보고해왔을지 모른다. 취재 관행의 잘못은 우리도 잘 안다. 그래서 개선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정부가 하겠다는 것은 어이없는 발상이다.
기자실 통폐합 작업이 진행되면서 외교부 기자들의 활동에도 어려운 문제가 많을 것 같다.
일하는 데 매우 방해가 된다. 또 브리핑 장소로 외교부와 골치 아픈 일이 발생하니 본업에 집중할 수가 없다. 외교부도 곤혹스럽다. 홍보처와 우리 사이에 껴서. 홍보처가 요즘은 마치 부처 위의 부처 같다. 실제로 국정홍보처가 이 일을 추진하고 난 뒤 외교부에서 이루어지던 그 많은 브리핑이 싹 사라졌다.
기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기자실 이전을 강행한다는 홍보처 얘기도 있었는데.
응하지 않겠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그동안 홍보처와 여러 가지 논의를 진행했지만 홍보처는 기자들의 의견에 반응도, 참고도 하지 않는다. 그냥 ‘개는 짖어도 행렬은 간다’라는 식이다. 그래서 지금은 ‘정부는 정부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서로 제 갈길 가자’라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그래도 결국 통합 브리핑룸으로 옮길 수밖에 없지 않겠나?
정부가 하는 일을 우리가 막을 수는 없다. 강제로 몰아내면 나가게 되겠지만 동의도 할 수 없고 따를 수도 없다. 지금 사용 중인 기자실을 강제로 폐쇄해도 정부의 의도대로 1층 통합 브리핑룸으로 내려갈 기자는 아마 거의 없을 거다. 내려가는 기자도 있겠지만 그건 각 언론사와 기자의 판단에 달린 것이다.
인터넷 언론 등은 기존 기자실의 문제를 지적하며 메이저 언론을 비판하기도 한다.
맞는 지적이다. 그러나 선후가 바뀌었다. 취재 관행의 문제는 언론계도 고민하고 있다. 오히려 정부의 시스템은 그 문제들을 더 악화시키는 것이다. 간섭해서는 안 된다. 언론계의 작은 자성의 목소리마저 뭉개버릴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부가 반성하고 개선해야 한다. 정부의 투명성이 낮은 우리나라에서 정부가 변하지 않고 취재 관행을 정부가 편한 대로 바꾼다면 밀실 행정을 감시할 수 있는 기능은 마비된다. 기자실을 떠나 현장으로 가라는 사람도 있는데 우리에게는 정부 부처가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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