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 독도·이어도가 떨고 있다
  • 감명국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07.10.15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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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어업협정 수역’에서 해상 영토 ‘전쟁’ 중…EEZ 경계 획정에 ‘빨간불’

 

세계의 유수한 석학들은 이미 21세기가 ‘해양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대한민국으로서는 그만큼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이 열려 있는 셈이다. 하지만 현실은 과연 그러한가. 불우하게도 우리 바다의 현주소는 지금 희뿌연 안개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영토가 명확히 표시된 지도는 미완성인 채로 남아 있다. 영토에는 영해가 포함된다. 영해란 해상 영토를 말한다. 물론 우리의 영해는 분명하게 설정되어 있다. 유엔 국제법이 정한 기준대로 기선으로부터 12해리(22.2km)까지가 우리의 영해가 된다. 단, 대한해협의 경우는 부득이 한국과 일본 양국이 각각 3해리씩으로 제한하고 있다. 국제 해협이라는 성격상 통항을 할 수 있는 공해를 중간에 남겨두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 해상 영토의 개념은 달라지고 있다. 비단 영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배타적경제수역(EEZ)이 사실상 영해를 대신해서 새로운 해상 영토의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EZ는 기선으로부터 200해리 이내를 포함하는 수역이다. 해양자원의 개발 탐사 및 보존에 관한 권리와 당해 수역에서의 인공섬의 설치 사용, 해양 환경의 보호 보존 및 과학적 조사의 규제에 대한 배타적 관할권을 행사하는 수역을 말한다.
김현수 해군대학 해양법규실장은 “엄격히 따지면 EEZ는 영해도 공해도 아닌 중간적 개념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최근 국제 관례에 비춰볼 때 EEZ는 영토와 다름없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진다. 즉 ‘해양 영토화’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세계 각국들이 소리 없는 해상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 모두 이 EEZ 경계 획정에 따른 갈등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현재 일본, 중국 등 주변국과 EEZ 경계 획정을 확정짓지 못한 채로 있다. 동해상이나 서해상 모두 그 폭이 400해리가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양국 간의 협상에 의해 중간선을 설정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심각한 난관에 봉착해 있다. 
이미 해양 강국의 이미지를 확고히 하고 있는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최근 중국 역시 후진타오 주석이 ‘21세기 해상 실크로드 개척’을 주창하고 나서는 등 해상 영토 확장에 대한 욕심을 노골화하고 있다. 여기에 북한의 NLL 폐지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 “대한민국은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게 아니라 3면이 공동수역으로 둘러싸여 있다”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오고 있다. 동해와 남해상에 설정된 ‘한·일 중간 수역’과 서해에 설정된 ‘한·중 잠정 조치 수역’을 두고 하는 말이다.

 
여기에 이번 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로 서해상 북방한계선(NLL) 인근의 ‘남북 공동어로 수역’까지 더해졌다. 그 용어만 제각각일 뿐, 사실상 모두 공동수역이라는 한 개념으로 통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대한민국은 이제 일본과 중국, 북한 등 주변국과의 해상 관계에서 모두 3면에 걸쳐 공동수역이라는 애매한 분쟁의 불씨를 갖게 되는 셈이다.

‘남북 공동어로 수역’도 분쟁 불씨 안고 탄생
공동수역은 말 그대로 양국이 협의 하에 중간 지역에 있는 일정한 수역을 공동으로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이 공동수역 설정의 남발이 향후 EEZ 경계 획정이라는 해상 경계선 확보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분란의 단초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이것의 정확한 개념과 의미를 두고 우리 내부에서조차 논란이 분분하다.
우선 가장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서해 NLL 지역의 남북 공동어로 수역을 살펴보자. 10월4일 남북한은 정상 간 합의 선언문에서 ‘서해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해 공동어로 수역을 지정하고 이 수역을 평화 수역으로 만들기로 한다. 이 방안을 협의하기 위해 11월 평양에서 남북 국방장관회담을 열기로 한다’라고 명시했다. 문제는 공동어로 수역의 설정 위치가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등거리 등면적 원칙에 의해 NLL을 중간선으로 하는 공동수역 설정이 필요하다”라는 목소리와 “어차피 NLL이 해상경계선이 아닌 만큼 지나치게 고집해서는 안 된다”라는 주장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정태욱 인하대 교수는 “그동안 NLL은 우리의 일방적 주장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향후 협상에서 우리 국방부가 다소 유연한 입장 변화를 보일 필요가 있다. 등거리 등면적 원칙을 적용할 경우 자칫 북한 해안 연안까지 그 범위가 미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북한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본다. NLL을 지나치게 고집하기보다는 우리의 양보가 요구되는 사안이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김찬규 경희대 명예교수는 “공동어로 수역의 설정은 사실상 기존 NLL의 공동화(空洞化)를 야기시킬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되면 협력보다는 경쟁이 격화되고 자칫 어민 보호라는 구실 아래 군사력이 출동하는 상황도 올 수도 있다. 불안정한 우리 수역에서 또 하나의 분쟁 지역을 만드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김실장은 “여러 가지 가능성을 종합해볼 때 결국 공동수역 설정은 북한의 주장을 상당 부분 반영해줄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기존의 NLL 이남의 우리 관할 수역에서 북한에게 조업권을 내주는 형태가 되는 셈인데, 기왕에 50년 동안 관습적으로 굳어져 있던 우리 바다 영토라는 국민 정서를 감안할 때 큰 반발이 우려된다”라고 전망했다.

 
명확하지 않은 공동수역 설정에 따른 비판은 1998년 한·일 간에 체결된 ‘신한·일어업협정’과 2001년 한·중 간에 체결된 ‘한·중어업협정’ 때에도 불거졌다. 
신한·일어업협정 체결의 결과물이었던 한·일 중간 수역은 그 안에 독도가 포함되자 “사실상 독도의 영유권을 우리가 포기한 것”이라는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신용하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협정 체결 전까지만 해도 국제법과 국제 사회에서는 독도를 배타적 한국 영토로 인정해왔으나, 이 협정으로 독도는 한·일 간의 공동 소유로 전락해버렸다”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어업협정과 EEZ 경계 획정은 엄연히 별개”라는 원칙론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김실장 역시 “중간 수역은 어업상의 문제에만 국한할 뿐, EEZ 경계 획정과는 법적으로 아무런 상관 관계도 없고 또 없어야 한다”라는 정부의 주장에 동의하고 있다. 그러면서 일본의 의도에 대한 경계심 또한 표명하고 있다.
그는 “물론 일본의 불순한 의도를 충분히 의심해볼 수 있다. 원칙적으로 어업협정은 EEZ 경계 협상과는 별개이지만 어차피 중간 수역에 EEZ 선이 그어지는 만큼 전혀 영향을 안 미친다고 단정지어 말할 순 없다. 그래서 일본은 어떤 그림으로든 쉽게 독도를 우리에게 내주는 모양새는 취하지 않으려 했을 것이고, 어장 확대라는 실리적 이익을 얻는 방향으로 가져갈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한·중 잠정 조치 수역 또한 향후 분란의 불씨를 남겨놓기는 마찬가지이다. 이어도 문제가 그것이다. 지난해 9월 중국은 외교부 공식 브리핑을 통해 “‘쑤옌자오’(이어도의 중국식 이름)를 한국의 영토로 인정할 수 없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한·중어업협상에서 이어도를 우리 수역에 포함시키지 않고 한중 잠정 조치 수역 바로 하단의 ‘기타 일부 수역’으로 방치한 데 그 원인이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타 일부 수역이란 한·중어업협정에서만 등장하는 특이한 경우로 사실상 공해나 다름없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처럼 비난 여론이 비등하자 당시 반기문 외교통상부 차관은 국회 답변에서 “이어도는 공해로 남긴 것이 아니고 어업에 관해서만 인정되는 공동 조업 수역이기 때문에 어업협정으로 인해 이어도의 영유권 문제는 침해받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정부의 미봉책이 더 큰 혼란 부를 것” 비난도
하지만 이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갖는 전문가들은 “정부가 순간적인 책임을 면하기 위한 변명에만 급급할 뿐, 향후 엄청난 논란을 야기시킬 수 있는 뇌관을 만들어버렸다”라고 비난했다. 신용하 석좌교수는 “어업협정에 관한 수역은 배타적 어업수역을 뜻하는 ‘EFZ’라는 용어가 엄연히 따로 있음에도 정부는 당시 협정문에 EEZ를 명시하고 있다”라며 정부 입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실제 두 건의 협정문을 확인한 결과 거기에는 각각 ‘이 협정은 대한민국의 EEZ와 일본국의 EEZ에 적용한다’(신한·일어업협정문 원문 1조)와 ‘각 체약 당사자는 과도 수역에서 점진적으로 EEZ 제도 실시를 위해 적절히 조치를 취해야 한다’(한·중어업협정문)라고 명시하고 있다. 해석에 따라서는 논란의 여지가 충분히 남아 있는 셈이다.
신한·일어업협정과 한·중어업협정으로 생성된 중간 수역과 잠정 조치 수역. 그리고 이 수역의 설정으로 야기된 독도와 이어도의 영유권 논란은 이미 한·일, 한·중 간에 심각한 영토 분쟁으로 비화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로 또 하나 생성된 공동어로 수역도 또 다른 영토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김실장은 “EEZ 경계 획정은 전세계적으로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현재 이와 관련된 협상 건수가 전체 약 4백30여 건이 있는데 그중 해결된 것은 1백50여 건밖에 안 된다. 우리의 경우를 포함해서 나머지 약 65%가 현재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다”라고 밝혔다. 우리의 경우, 이왕에 설정된 공동수역인 만큼 국민적 합의를 따른다는 대원칙 아래 한·일, 한·중 그리고 남북 간의 대화에 흔들림 없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드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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