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합작’으로 살길 찾는다
  • 반도헌 기자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07.10.15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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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가능성 타진…3개국 참여하는 <연애합시다>는 알찬 성과

 
부산국제영화제가 올해 신설한 것 중 하나가 ‘코프로덕션 프로’이다. ‘아시안 필름 마켓’의 한 부분으로 기획된 ‘코프로덕션 프로’는 ‘스타 서밋 아시아’와 함께 아시아 합작 영화 프로젝트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실제로 기획하기 위해서 만든 행사이다. 올해는 비록 한국, 중국, 홍콩이 합작하는 김성수 감독의 <연애합시다> 한 편의 성과에 그쳤지만 합작 영화 제작은 아시아 영화의 큰 흐름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이번 영화제에서도 비록 ‘코프로덕션 프로’를 통해서는 아니지만 오우삼 감독의 파트너로 유명한 프로듀서 테렌스 창이 <첩혈쌍웅>의 리메이크에 대해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컷 런스 딥>의 이재한 감독에게 연출을 맡기고 한국 배우를 기용해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아시아 합작 영화의 제작은 주로 다국적 배우의 기용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한국, 일본, 중국의 영화들이 아시아 전역에 걸쳐 개봉해 성공을 거두게 되면서 다른 나라에서 어필할 만한 요소를 찾기 위해 골몰했다. 그 방법 중에 대표적인 것이 다른 나라에서 티켓 파워가 있는 배우들을 기용하는 것이다.
중국에서 촬영한 김성수 감독의 <무사>는 현지 스태프들을 활용하면서 중국 여배우 장쯔이와 홍콩의 우영광을 기용했다. 흥행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작품의 완성도나 한국이 주도가 된 성공적인 합작 프로젝트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중국의 거장 첸 카이거가 감독하고 홍콩의 사정봉과 장백지, 한국의 장동건, 일본의 사나다 히로유키가 주연한 <무극>은 중국에서는 큰 성공을 거두었으나 한국에서는 별 성과를 얻지 못했다. 장동건이라는 스타 배우가 출연하고 저명한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고 흥행이 보장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각국의 대표급 배우·감독·스태프 ‘합심’
중국을 배경으로 한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홍콩 배우 유덕화가 주연을 맡고 안성기, 최시원 등이 출연한 <묵공> 역시 평가에 비해 한국 흥행에서는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감독을 중심으로 한 합작 프로젝트도 있다. 홍콩의 진가신, 한국의 김지운, 태국의 논지 니미부투르 감독이 만든 세 편의 작품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묶은 <쓰리>는 새로운 시도로 평가받았다. 작품성 면에서도 각국을 대표하는 감독이 만들어내는 세 편의 다른 영화가 하모니를 잘 이루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쓰리>의 후속 프로젝트인 <쓰리, 몬스터>도 합작 영화로서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국의 박찬욱, 홍콩의 프루트 챈, 일본의 미이케 다카시 세 명의 감독이 각각의 에피소드를 연출했다.
아시아 합작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고 있고 필요성에 대해서도 다들 인정하지만 어려움도 많이 있다. 아시아는 다양한 문화와 언어를 사용한다. 당장 동북아를 대표하고 합작 영화의 주 대상인 한국, 중국, 일본도 각각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문화적 정서와 역사적 배경에서도 차이가 있다. 이런 점이 아시아 합작 영화가 각국에서 고르게 흥행하지 못하는 이유이다. 테렌스 창은 합작 영화의 어려움에 대해 “한국과 일본, 중국이 참여했더라도 일본에서는 한국 감독이 만들면 자국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국에서는 일본 대사가 나와서 중국 영화라고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부산영화제에 개막작으로 상영된 <집결호>는 한국의 <태극기 휘날리며>를 제작한 스태프가 대거 참여한 합작 영화이다. 또한 현재 오우삼 감독이 만들고 있는 초대형 블록버스터   <적벽> 역시 아시아 각국의 자본이 투입된 합작 프로젝트이다. 앞으로도 합작 영화가 기획되는 흐름이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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