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신당 밖에서 웃는 사람들
  • 김행 편집위원 ()
  • 승인 2007.10.2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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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선출에 이명박·문국현·이수성 등 ‘미소’…정후보 ‘11월 위기설’도 나돌아

 
천신만고 끝에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가 대선 후보로 확정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신당 쪽 분위기는 썰렁하다 못해 한기가 느껴질 정도이다. 정동영 후보와 친하다는 신당의 한 중진도 “답이 안 나오는 선택을 했다”라고 토로했을 정도이다. 왜 이럴까?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신당 정동영 후보가 맞붙으면 ‘비호남 대 호남’으로 선거 구도가 재편되기 때문이다. 즉, 다른 이슈는 모두 묻히고 달랑 지역 대결만 남게 되기 때문이다. 얼떨떨하기는 한나라당 쪽도 마찬가지. 지난 경선 때 박근혜 캠프에서 상임고문을 맡았던 한 중진은 “예상 밖이다. 이해찬 후보가 될 줄 알았다. 이명박 후보가 천운이 따르는 모양”이라고 허탈해 했다. 그는 내심 이명박 후보의 낙마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었다. “이명박 후보가 전북 출신인 정동영 후보와 싸우게 되면 어떤 검증도 이후보를 강타하지 못할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이렇게 되자 통합신당 밖에서 미소 짓는 세력들이 눈에 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후보는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이다. 그의 지지율이 심상치 않다. 지난 10월18일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그의 지지율은 11.8%로 뛰었다. 이틀 사이 3.1%포인트가 움직였다. 같은 조사에서 20%를 넘었던 정후보는 3.1%포인트가 빠져 17.2%를 기록했다. 정동영-문국현 두 사람의 격차가 5.4%포인트로 좁혀졌다. 민주당의 이인제 후보도 지지율이 7.6%로 후보 확정 전보다 4.3%포인트 상승했다. 이래저래 정후보는 사면초가이다.
그래서인지 정후보는 후보 단일화에 일단 소극적이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민주당 이인제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해 “통합신당 의원이 하나가 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정후보측 민병두 의원도 “후보 단일화를 지금부터 서두르면 상대방 몸값만 올리게 된다”라고 경계했다. 그러나 미소 짓는 쪽은 또 있다. 신당을 창당한 이수성 전 총리도 “10월 중순이면 가시적 성과가 있을 것”이라며 자신만만해 한다. 그는 본인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김혁규 전 의원, 김병준 청와대 정책수석, 김원웅 의원, 강운태 전 내무부장관을 염두에 두고 있는 눈치이다. 이들 중 김혁규 전 의원만 이수성 전 총리와의 연대 가능성을 강력 부인하고 있다.

범여권의 고민, ‘비호남 대 호남’ 대결 구도

 
그렇다면 참여정부평가포럼과 노사모의 선택은 무엇일까? 이들은 경선 승자인 정후보를 버리고 딴 살림을 차릴 것인가. 이들은 경선이 끝난 후 아직까지 침묵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선 당시 이해찬 후보를 도왔던 한 의원은 “이후보가 당을 떠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 아니냐. 경선 불복으로 비춰질 것이다. 차라리 내년 1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겨냥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참정포럼과 노사모는 자유로운 정치적 결정을 할 것이다”라며 여운을 남겼다.
정동영 후보의 위기는 그가 ‘호남 후보’라는 것에서 출발한다. 결국 단일화의 압박에 시달릴 것이다. 범여권 각 진영이 보는 후보 단일화 시점은 11월 초부터 중순까지이다. 적어도 선거일인 12월19일의 30일 전에는 단일 후보가 나와야 이명박 후보와 붙어볼 만하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정후보는 11월 초까지 지지율을 20%선에서 안정시키고 30%를 넘거나 육박하는 저력을 보이지 못할 경우 ‘수평적 후보 단일화’ 압력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 ‘수평적 단일화’는 정동영-문국현-이인제 누구에게도 프리미엄을 인정하지 않는, 말 그대로 백지 상태에서의 단일화 협상을 의미한다. 2002년 당시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굴러떨어지면서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후단협)가 만들어져 노무현 후보를 흔들었던 것을 상기하면 된다.
정후보가 20%를 넘기기는 어렵지 않아 보인다. 우선 호남이 뭉치기 시작했다. ‘20 대 80’의 계층 간 대결 구도도 꺼내들었다. 개성 방문을 시작으로 ‘북풍’에도 기댈 눈치이다. 골수 반(反)한나라당 세력을 결집하면 20%는 기본이고 30% 선에 접근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그는 지난 5년간 대권만 준비해왔고, 국민 인지도도 이명박 후보 다음으로 높지만 2년 가까이 3~4% 지지율로 바닥을 기었다. 그에 대한 ‘비호감’이 만만치 않다는 증거이다. 신당의 한 386 초선 의원은 “10월 말~11월 초에 문 전 사장이 의미 있는 성장을 하면 우리 후보를 희생시킬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질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후보 단일화 성공의 두 가지 조건

신당 소속이지만 문국현 후보 지지를 선언한 이계안 의원은 더 노골적이다. “12월19일 승리하기 위해서는 통합신당 내 역량뿐 아니라 밖의 세력을 아웃소싱해서라도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라며 ‘문국현 중심 단일화’를 주장했다. 그는 ‘정동영 중심 단일화’에 대해 “인지도 95%에 지지도 10% 내외인 후보와, 인지도 50% 미만에 지지도 5~6%인 후보 중 누구에게 가능성이 더 열려 있는가에 주목해야 한다”라고 반박했다. 정후보의 아픈 곳을 여지없이 찔렀다. 문후보가 인지도는 낮지만 인지도 대비 지지도는 월등히 높은 점을 ‘가능성’으로 규정한 것이다.
당장 범여권 정치인들에게는 정동영 후보를 앞세운 12월 대선도 대선이지만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이 발등의 불이다. 대선이 ‘70 대 30’으로 막을 내리면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을 범여권 의원은 매우 드물다. 그래서 신당 내 영남 출신 인사들 사이에서는 “결국 ‘전라북도당’이 된 것이 아니냐”라는 탄식이 나온다. “당 대표부터 한명숙 전 총리로 바꿔야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수근거림도 들린다. 온통 내년 총선 걱정이다.
범여권에서는 일찌감치 총선을 포기한 정치인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염홍철 전 시장은 “내년 총선에 출마할 생각은 없다. 2010년을 기다리겠다. 그때쯤이면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2년을 넘어선 시기이다. 그는 단언컨대 노무현 대통령보다도 인기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국현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의원직을 과감하게 사퇴한 김영춘 전 의원도 내심은 2010년 서울시장 도전에 있다고 한다. 심지어 386 출신 한 의원은 “지금 구도라면 내년 총선에 당에서 출마하라고 할까 봐 걱정”이라며 “변호사나 전문직 출신들은 아예 대선과 총선을 포기하고 임기가 끝나면 짐을 싸겠다는 분위기”라고 했을 정도이다.
결국 후보 단일화가 유일한 돌파구인데 이것이 성공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는 단일화 대상 후보들의 지지율이 엇비슷해야 한다. 지지율에 차이가 나면 그것은 단일화가 아니라 흡수이기 때문에 열세 후보가 응할 리 없다. 둘째는 단일화하면 이긴다는 것이 숫자로 증명되어야 한다. 설사 정동영·문국현·이인제 후보 등의 지지율이 비슷해져 그들 중에서 단일 후보를 만들어낸다 해도 이명박 후보와 차이가 너무 나면 ‘단일화의 의미’가 없기 때문에 단일화가 안 된다. 결국 각자 뛰게 된다는 얘기이다. 정후보로서는 신당 밖에서 미소짓는 범여권 세력의 지지율을 올라가게 내버려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지지율 차이가 나면 단일화에 응하지도 않을 터이니 진퇴양난이다. 더구나 단일화해도 이긴다는 보장을 받아내기 어려운 상황이니 ‘정동영 11월 위기설’이 도는 것이다. 정동영 후보의 해법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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