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시리아 핵 개발 도왔나
  • 조홍래 편집위원 ()
  • 승인 2007.10.2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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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관련 시설 폭격 주장…미국 부시 행정부는 침묵으로 무대응

 
북한은 시리아에 핵 기술과 원료를 공급했을까? 이른바 ‘북한-시리아 커넥션’ 얘기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2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대북 관계에 속도를 내는 노무현 정부는 이런 얘기를 묵살한다. 북한도 강력히 부인하고 있고 부시 행정부는 부인도 시인도 하지 않는 애매한 태도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주장은 확고하다. 시리아가 북한의 지원을 받아 건설 중인 원자로 시설을 공습했다고 주장한다. 관련국들의 태도가 다르다 보니 의혹만 커진다. 이 문제는 드디어 미국 정계의 핫 이슈가 되었다. 부시 행정부 내에서도 이를 놓고 공방이 한창이다.

북한-시리아 핵 커넥션 정보 “신빙성 없다” 무시

논쟁의 초점은 이스라엘이 지난 9월6일 시리아 내 ‘핵 시설’을 공습한 처사가 시의적절한가 혹은 정당한가이다. 강경파인 딕 체니 부통령은 이스라엘의 정보는 믿을 만하다고 말하지만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공습을 할 정도로 실질적 위협이 있는지에 의문이 있다는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이스라엘은 한 달 전 백악관에 중대 정보라는 것을 제공했다. 즉 시리아가 북한의 도움을 받아 초기 단계의 핵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음이 확실하며 이스라엘 공군은 문제의 시설을 폭격했다는 것이다. 체니를 포함한 강경파들은 이를 계기로 미국이 북한과 시리아에 대한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라이스 장관을 비롯한 온건파들은 정책을 바꿀 만큼 이스라엘의 정보에 신빙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일부 강경파들은 북핵 제거를 위한 6자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마당에 나온 이 뉴스는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온건파는 그러나 시리아의 핵 프로젝트가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을 정당화할 만큼 실질적인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한 전·현직 관리들은 모두 익명을 요구한다. 그만큼 사안이 민감하다는 반증이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도 신중한 태도이다. 시리아가 핵 개발에 착수했는지 확인되지 않았거니와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그 계획이 매우 초기 단계여서 이스라엘의 군사 조치를 정당화하거나 미국이 우려할 수준의 것은 아니라는 것이 온건파들의 생각이다.
최근 시리아의 핵 개발에 관한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다마스쿠스를 방문한 터키 관리들은 시리아 관리들이 이스라엘의 주장을 부인했고, 이스라엘이 폭격한 시설은 핵 시설이 아니라 전략 미사일 보관 창고였다고 말했다. 6자회담의 미국측 수석대표 크리스토퍼 힐 국무차관보도 베이징에서 북한의 김계관 부상을 만나 이 문제를 거론했으나 김계관은 펄쩍 뛰면서 이를 부인했다. 그는 미국의 강경파들이 꾸민 음모라고 주장했다. 
CIA와 국가안보회의 요직을 거쳐 지금은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있는 중동 문제 전문가 브루스 리델은 시리아에  핵 계획이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해 CIA도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스라엘이 공습까지 단행한 것을 보면 시리아의 핵 개발이 심상치 않은 것으로 볼 수도 있다는 여운을 남겼다.  
존 볼튼 전 유엔대사는 부시가 6자회담 성사에 눈이 멀어 이스라엘의 정보를 무시하는 과오를 범했다고 주장했다. 일부 외교관들은 흥미있는 추측을 하기도 했다. 부시는 이스라엘의 정보를 뒷받침하는 증거를 확보했으나 이를 역으로 이용해 북한에 6자회담 합의를 압박하는 카드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부시로서는 원시 단계의 시리아 핵 계획을 북한이 지원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6자회담을 희생시키기에는 외교적 부담이 컸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 시각에서 보면 북한이 올해 말까지 핵 불능화 조치를 취하겠다고 순순히 동의한 것도 시리아 커넥션에 따른 압력 때문이라는 설에 무게가 실린다.

 

부시, 정보 역이용해 북한 압박 카드로 썼을 수도

일부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의 공습을 1981년의 이라크 내 군 시설 공격에 비유하면서 시리아의 핵 야망이 실재한다는 데 비중을 두었다. 당시 이스라엘은 이라크 내 오시라크 핵 시설을 가동 직전에 파괴했다. 당시 레이건 행정부는 이스라엘의 행동을 못마땅하게 여겼으나 뒤에 알려진 바로는 이스라엘의 공격은 정확한 정보에 입각한 것이었으며 그 덕분에 이라크의 핵 개발은 장기간 지연되었다. 차이점은 16년 전 이스라엘이 공격한 것은  완공된 핵 원자로였으나 이번에 공습한 시리아 시설은 초기 단계라는 것뿐이다. 그러나 시리아의 핵 시설이 북한이 처음 개발한 원자로 모델을 따른 것이며 북한이 설계와 물자를 지원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미국 관리들은 이스라엘이 공습하지 않았다면 시리아는 수년 내에 폭탄급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원자로를 가동시킬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리아가 이스라엘의 공습 전에 어느 단계까지 공사를 했는지는 미스터리에 쌓여 있다. 또한 북한의 역할에 대해서도 분명히 알려진 것이 없다. 다만 북한 관리들이 시리아를 방문한 일은 가끔 확인되었다. 이스라엘의 공습 사실은 한동안 부시 행정부 내에서 극비에 부쳐졌으며 이스라엘 언론도 이에 관한 보도를 금지 당했다.
시리아는 핵확산금지조약에 서명했으나 초기 단계의 원자로 건설 사실을 신고할 의무는 없다. 시리아는 또한 그 목적이 평화적 에너지 개발일 경우 원자로를 건설할 권리도 있다. 이스라엘의 공습에 대해 부시 행정부가 불편해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10월 초 공습 건에 대한 최초의 공개 논평에서 이스라엘이 군과 관련된 시설에 폭탄을 투하했다고만 말했다. 그러니까 이스라엘이 시리아 내 무슨 시설을 공습한 것은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다만 그것이 핵 시설인지 또 그 핵 시설은 북한의 도움으로 건설된 것인지는 알 길이 없다. 이스라엘 고위 관리는 목표물의 성격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하면서 다만 ‘억지력을 확보하기 위해’ 공습을 했다고 말했다. 이는 시리아의 핵 보유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냈다는 말이다. 미국 관리들은 이스라엘의 조치가 이란의 핵 야망에 대한 사전 경고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오래 전부터 시리아에 미사일 기술을 수출했다. 그러나 핵 개발에 도움을 주었다는 얘기가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영변의 5㎽ 원자로로 시작해 핵폭탄을 만드는 단계로 발전했다. 미국 관리들은 시리아도 이런 과정을 모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관리들은 북한이 시리아에 핵 기술을 수출했다면 그 시기는 최근이 아니라 수년 전이였을 것으로 추측했다. 이 문제는 10월 초에 있었던 베이징 6자회담에서도 논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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