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이야기’에 유럽도 분노했다
  • 반도헌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07.11.12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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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
 
지난 11월6일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의회에서는 길원옥 할머니(79·사진 왼쪽)의 낭랑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길할머니는 자신이 겪었던 참상을 증언하면서 일본 정부의 진심 어린 사죄와 배상이 하루 속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길할머니뿐만이 아니었다. 필리핀의 메넨 카스티요 할머니(78·사진 가운데), 네덜란드의 엘렌 판 더 플뢰그 할머니(84·사진 오른쪽) 역시 길할머니와 함께 일본군의 만행을 증언하는 데 동참했다. 유럽의회가 세 할머니의 용기 있는 고백에 분노했음은 당연하다.
길할머니는 13세 때 “돈 벌게 해주겠다”라는 일본군의 꼬임에 이끌려 중국으로 끌려갔다. 16세 때는 성병에 걸려 자궁까지 들어내는 끔찍한 일을 겪었다. 길할머니의 꽃다운 시절은 그렇게 비참히 짓이겨졌다.
길할머니는 지난 7년 동안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수요집회’에 빠짐없이 참가해왔다. 처음에는 자신이 죄인 같다는 기분이 들어 과거를 감추려 했지만 젊은 사람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자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후 일본 정부에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지난 7월31일 미국 하원이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HR121)을 통과시키자 “함께 싸우다 이런 기쁨이나마 누리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할머니들을 생각하면 기쁨도 잠시이다”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히던 할머니였다. 다른 분들이 마저 돌아가시기 전에 일본군의 만행을 세상에 널리 알려야겠다는 심정으로 이번에는 직접 유럽으로 건너간 것이다.
할머니의 바람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증언을 주도적으로 이끈 녹색당측은 “결의안 통과를 위한 지지 기반을 마련했다”라고 밝혔다. 미국에 이어 유럽도 일본 정부에게 그 책임을 물을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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