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정말 총을 쏘았을까
  • 이재현 기자 (yjh9208@sisapress.com)
  • 승인 2007.11.12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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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한인타운에서 벌어진 살인사건…관객 허 찌르는 마지막 반전

 
미국 교포 사회를 조명한 영화는 더러 있었다. 대부분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느끼는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나 문화 충돌에 대한 이야기들이 그것이다. 재미교포 감독 김소영의 <방황의 날들>도 한국 출신 10대 소녀가 미국이라는 낯선 공간에서 살아가기까지의 힘겨운 여정을 다루고 있다. 물론 <방황의 날들>은 교포가 아닌, 미국으로 건너간 한국인이 겪는 얘기이지만, 미국이라는 배경은 우리에게 아직도 꿈이 아니면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웨스트 32번가>는 지난 2007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플래시 포워드 부문에 공식 초청되어 이미 영화를 본 관객도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무겁지 않고 재미있다. 한마디로 흥행을 목적으로 한 오락 영화로 만들어졌다. 한국계 미국인인 감독 마이클 강은 선댄스영화제에서 주목되기도 했던 신인으로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뉴욕 한인 교포사회에서 살기도 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범죄에 초점을 맞추었고 영화는 사건을 따라 진범을 찾아간다.

미국 교포 사회의 밑바닥 인생 그리고 살인

뉴욕 한인타운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룸살롱에서 돈 가방을 들고 차에 오른 전진호(정준호 분)가 죽은 것이다. 용의자는 열네 살 먹은 한국계 소년. 변호사 존 킴(존 조 분)은 자신이 사건을 맡기로 하고 소년의 집으로 찾아가 누나 라일라(그레이스 박 분)를 만나고 탐문 수사에 들어간다. 살해당한 전진호가 룸살롱의 영업이사라는 사실을 알아낸 존은 룸살롱에 직접 찾아갔다가 전진호의 자리를 이어받은 마이크(김준성 분)를 만나 점점 가까워진다. 마이크는 교포사회에는 갱이라는 실체도 없고 살인도 없다고 말한다. 그저 윗선이 있고 알아서 움직이는 하부 조직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존이 변호사라는 것을 눈치 챈 호스티스 수키(제인 김 분)는 그에게 다가가려고 하지만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아 애를 태운다. 그녀는 사건 당시 현장을 목격한 유일한 인물이다.
이 영화를 보는 재미는 소년이 과연 진범일까 하는 것도 있지만 우리말과 영어를 섞어 쓰는 등장 인물들의 대사에 있다. 총에 맞은 대니에게 “콜라 마실래?” 하는 대사가 관객들에게 폭소를 자아낸다. 스릴러 느와르라고 장르를 밝혔는데 좀 과장된 것 같다. 마이크가 졸개들을 데리고 룸살롱을 습격해 총질을 하는 장면 하나로 느와르라니. 영화를 보는 내내 지루함을 느낄 수 없을 만큼 <웨스트 32번가>는 오락물로서 준수하다. 교포 사회의 밑바닥을 보는 재미도 새롭고 뉴욕에 완벽하게 재현된 폭탄주 같은 룸살롱 문화도 한국과 너무 똑같아서 ‘미국에서 만든 한국 영화’라는 것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범인은 누구이며 변호사 존은 사건을 어떻게 마무리했을까. 반전을 기대하시라. 11월1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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