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관광 ‘독점’ 더는 못 참아!
  • 이석 (ls@sisapress.com)
  • 승인 2007.11.19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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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아산 위주 사업에 롯데관광 등 업계 비판…통일부·문광부, 서로 ‘네 탓’ 입씨름

 
“현대아산의 독점을 더 이상 좌시할 수는 없다. 필요하다면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 지난 11월13일 만난 신중목 한국관광협회중앙회 회장의 말이다. 그는 이날 서울 무교동 사옥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현대아산이 대북 관광 사업을 독점하고 이를 정부가 방치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신회장은 우선 현대아산 위주의 대북 관광 사업 구도를 꼬집었다. 금강산 관광은 상징적인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지만 백두산이나 개성 관광 사업까지 현대아산이 독식하는 것은 백번 양보해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대북 관광 사업은 민족의 공통된 숙원 사업이므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국민 혈세로 마련된 남북 협력 기금이 지원되는 만큼 특정 업체가 독점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상황을 방치한 정부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대북 관광 사업이 시작된 지도 10여 년이 흘렀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북측에 끌려다니기만 하고 있다. 정부의 이같은 소극적 대응이 현재의 사태를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대북 관광 사업을 놓고 관련 업계 간 내홍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관광 업계가 집단으로 현대상선을 비난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아산이 최근 백두산과 개성 관광 사업을 독점적으로 수행하게 되었다고 발표한 것이 화근이 되었다.

관광협 “법정 소송·단체행동도 불사하겠다”

현정은 현대아산 회장은 지난 11월7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백두산과 개성관광 사업권을 모두 현대가 갖기로 합의했다. 빠르면 내년 5월부터 서울과 백두산을 잇는 직항로를 통해 백두산 관광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현정은 회장이 대북 관광 사업 경쟁에서 확실히 주도권을 움켜쥔 것으로 평가했다. 현재 2차 남북정상회담 후속 조치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현회장의 공격적인 행보가 향후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시각에서였다.
그러나 그 역풍이 만만치가 않다. 관광협회가 기자회견을 통해 현대아산의 독점 구도에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특히 관광협회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법적 소송은 물론이고, 업계 내 연대를 통한 단체 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자칫 ‘전면전’으로 치달을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대아산측의 반응은 완강하다. “힘들여 차려놓은 밥상에 밥숟가락 하나 더 얹겠다는 속셈 아니겠냐”라고 말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대북 관광 사업은 정당한 대가를 내고 개척해온 사업이다. 그동안 금강산 관광 등 사업을 본궤도로 올리는 과정에서 천문학적인 액수의 자금이 소요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동등한 수준으로 나머지 업체를 끼워달라는 관광협회의 주장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현재 불협화음이 나오는 곳은 업계뿐만이 아니다. 관련 부처인 통일부와 문화관광부도 불편한 사이이다. 관광 사업의 관할권은 문화관광부에 있다. 그러나 대북 관광 사업의 경우 북한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주도권을 통일부에서 쥐고 있다. 통일부의 승인이 없으면 사업 자체가 불가능하다. 때문에 대북 사업에서 문화관광부는 상대적인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 11월13일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광협회 관계자는 “남북 총리회담이 열리는 미묘한 시점에서 기자회견을 가질 수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것 아니냐. 통일부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문화관광부 승인이 있었기에 회견 자체가 가능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롯데관광’ 배후설도 거론되고 있다. 롯데관광은 그동안 개성 관광 사업에 많은 공을 들였다. 김기병 회장이 북측과 개성 관광 사업을 논의하기 위해 직접 방북 신청을 했을 정도로 의욕을 보였다.
롯데관광은 그동안 현대아산과 적지 않은 신경전을 벌였다. 그런 롯데관광 처지에서는 개성 관광 사업권을 획득한 현대아산이 곱게 보일 리가 없다.
때문에 롯데관광이 현대아산을 흔들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업계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물론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다. 롯데관광측도 “현대아산의 독점을 막기 위해 관련 업계 대부분이 협의한 사항이다. 배후설은 말도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금강산 관광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상당수 여행사들이 현재 관광객 모집 등을 통해 수수료를 챙기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독점 운운하는 것 자체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문화관광부측도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라고 말하면서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문화관광부의 한 관계자는 “관광협회는 문화관광부 산하 단체가 아니라 관계 기구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문화관광부에서 기자회견을 하라 마라 결정할 권한은 없다”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관광협회가 시기적으로 민감한 때에 기자회견을 가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 차원에서 총리 회담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대북 관광 사업을 놓고 최근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 상황이 2차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화해 무드가 조성되는 시점이어서 향후 추이에 관련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롯데관광 “배후설은 말도 안 돼” 발끈

그러나 현재로써는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결정권 자체가 남한이 아니라 북한에 있기 때문이다. 문화관광부의 한 관계자는 “남북 관광 사업은 ‘모 아니면 도’식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정부에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사실상 많지 않다. 정부에서 사업자를 선정해 북한에 통보해도 그쪽에서 거절하면 사실상 손쓸 방법이 없다”라고 토로했다.
때문에 현재로써는 양측을 만나 절충점을 찾는 것이 가장 큰 대안이라고 한다. 이 관계자는 “현재 양측 대표를 만나 애로사항이나 개선점이 무엇인지 논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금강산 관광처럼 대리점 형식으로 관련 업계에 기회를 주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라고 말했다.
통일부측도 “분쟁 당사자가 합의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라고 거들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대북 관광 사업은 북측 사업자와 남측 사업자끼리 협의해서 결정하는 것이다. 통일부는 관련법에 따라 문제가 없으면 교류 협력 사업을 승인하고 있다. 여행 업계의 심정은 이해되지만 정부 입장에서 다른 해결책이 없다. 업계 관계자들이 원만한 절충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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