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 맞은 모과나무 덕 봤다”
  • 소종섭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7.11.19 14:5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이 털어놓은 남북정상회담 뒷이야기

 
김만복 국가정보원(국정원) 원장은 지난 10월 중순 부산 지역 기자 10여 명을 두 차례로 나누어 서울 내곡동 공관으로 초청해 만찬을 했다. 정가 일각에서 이를 내년 ‘총선 출마설’과 연관 짓기도 했지만, 지난 11월14일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회의에서 김원장은 그 가능성을 부인했다. “부산 지역 언론사들의 요청도 있었고, 소말리아 선박 피랍 문제가 부산 지역 현안이었기 때문에 모임을 가졌다”라는 것이다. 정가에서도 대체로 현 정치 구도상 김원장이 내년 총선에 출마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김원장은 최근 몇몇 언론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10월2일부터 10월4일까지 진행된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뒷이야기 일부를 털어놓았다. 그는 북한의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과 함께 10·4 합의 선언 문안을 조율하는 등 ‘제2차 남북정상회담’ 조연으로 맹활약했었다. 성사에서 마무리까지 그는 막후 지휘자였다.
김원장은 먼저 ‘벼락 맞은 모과나무’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8월2일~3일과 8월4일~5일 두 차례 비밀리에 방북해 김양건 부장과 남북정상회담 밑그림을 그렸다. 김원장은 지인들에게 “나는 종교가 없다. 비밀 방북을 앞두고 떨리기도 하고 정상회담이 잘 성사되도록 기도하고 싶은데 절에 가기도 그렇고, 교회에 갈 수도 없었다. 그래서 방북 전 공관 앞에 있는 벼락 맞은 모과나무를 잡고 간절히 기도했다. 기도 때문인지 몰라도 일이 잘 이루어졌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은 죽고 반은 산 1백50년짜리 나무

1백50년 된 이 모과나무는 국정원 내에 있다가 벼락을 맞아 반은 죽고 반은 살아남은 뒤 공관 앞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김원장은 이런 이야기를 한 뒤 “이제부터 내 종교는 토테미즘이다”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만찬이 끝난 뒤 참석자들은 공관을 나오며 ‘벼락 맞은 모과나무’를 한 번씩 만져보며 행운을 빌었다고 한다.
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에 도착했을 때 김원장이 마중나온 김정일 위원장의 손을 두 손으로 잡고 고개를 숙인 것에 대해서도 말이 나왔다. 김원장의 행동에 대해 “굴욕적이다”라는 등 이런저런 말이 많았기 때문에 그가 해명하고 싶어하는 눈치였다고 한다. 당시 김장수 국방장관이 김위원장과 꼿꼿이 서서 악수한 것과 대비되면서 논란이 일었었다. 이에 대해 김원장은 “국정원에서 30여 년 근무하면서 ‘성실과 친절’을 모토로 살아왔기 때문에 평소와 같이 겸손하고 정중하게 행동했을 뿐이다. 다른 뜻은 없었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장관은 군인이기 때문에 평소 군인들이 하던 대로 꼿꼿하게 행동했던 것이고, 자신도 늘 하던 대로 손을 맞잡고 인사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구구한 해석이 나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고 한 참석자는 말했다.
김원장은 또 김정일 위원장이 10월3일 정상회담 2차 회의에서 노대통령에게 “오늘 회의를 내일로 하시고 모레 아침에 가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라고 깜짝 제안했던 배경에 대해서도 언론이 과도한 추론을 했다는 뉘앙스로 말했다고 한다. 현장에 있던 자신이 느끼기에는 김위원장이 ‘인사성으로’ 말한 것인데 “속내가 무엇이냐”라는 따위의 온갖 말이 무성했다는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