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통치다 호통 받은 ‘석유 권력’
  • 반도헌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07.11.2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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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후안 카를로스 스페인 국왕이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에게 “입 닥쳐(Por que no te callas?)”라고 한 말이 스페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국왕의 호통을 본딴 휴대전화 벨소리는 약 50만명이 넘는 사용자가 내려받아 업체에 2백20만 달러의 수익을 안겨주었다. 국왕의 발언을 소재로 한 티셔츠와 머그컵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국왕이 저작권을 주장하면 큰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을 정도이다.
차베스 대통령은 칠레에서 열린 17차 이베로-아메리카 정상회의 도중, 스페인 총리의 연설 중간에 끼어들다가 이를 보다 못한 카를로스 국왕에게 이런 소리를 들었다.
국가 정상들 간에서 흔치 않은 일이지만 상대가 차베스 대통령이었기에 그다지 놀랍지는 않다. 남미 좌파 정권의 기수라고 불리는 차베스 대통령이 잦은 돌출 발언으로 화제를 뿌리는 것은 이미 익숙하다. 지난 OPEC 회의에서는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현재의 유가는 1970년대의 33달러 수준이다”라고 말하며 유가 인상을 주장했고,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거나 베네수엘라에 공세를 취한다면 유가는 2백 달러 이상이 될 수 있다”라는 경고성 발언도 했다. 차베스의 이러한 자신감은 베네수엘라가 2천7백억 배럴에 달하는 원유를 보유하고 있다는 데 근거한다. 이 때문에 차베스는 공공연히 석유의 무기화에 앞장서고 반미를 부르짖는다.
차베스는 석유를 기반으로 한 자국 내 대기업을 국유화하고 1백20억 달러라는 막대한 비용을 건강과 교육에 쏟아붓는 등의 개혁 정책으로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그는 이런 지지를 바탕으로 대통령 임기를 연장하고 연임 제한을 철폐하는 개헌안을 상정해 12월2일 국민 투표를 기다리고 있다. 자신의 개혁 정책을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한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서민들의 삶을 풍요하게 만들어준 차베스를 지지하는 집회와 대학생을 중심으로 장기 집권을 반대하는 집회의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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