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 다시 뜨고 ‘키즈·실버’ 자라고…
  • 쭦 김미영 (창업전문 프리랜서) ()
  • 승인 2007.12.24 13:1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8년 유망 창업 트렌드 / 아이템 전문화·세분화되고 ‘여풍’ 편승한 업종 성장세 예상

 
대한민국 직장인은 어떤 목표를 가지고 회사에 다닐까. 정답은 ‘창업’이다. 한 창업컨설팅회사의 설문조사 결과 1천명 중 7백50여 명이 ‘사장’을 꿈꾸고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특히 쥐꼬리만한 월급봉투를 받을 때 창업 생각이 간절하다고 입을 모았다. 창업에 나서는 연령대도 점차 다양해지는 추세이다. 40~50대뿐만아니라 20~30대 직장인, 학생, 주부들까지 창업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그렇다면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가장 어렵다고 느끼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아이템 선정이다. 급변하는 사회에서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면서 자신에게도 딱 맞는 아이템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시사저널>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2008년 유망 창업 트렌드를 미리 살펴보았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은 “2008년에는 막걸리 전문점 같은 한 가지 업종보다는 안정적이라고 판단되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브랜드, 서비스와 고객층을 세분화한 아이템 등이 주된 흐름을 형성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웰빙의 인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상품 및 서비스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곳과 투자 대비 효율성이 높은 실속형 창업, 키즈-실버 산업이 성장세를 보일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최근 우량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대기업의 그룹식 경영 전략을 도입해 다양한 업종의 브랜드를 론칭하는 등 수익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생맥주전문점 쪼끼쪼끼로 유명한 태창가족은 오므라이스 전문점 ‘오므스위트’를, 한식 전문 브랜드인 놀부는 쌀국수 전문점인 ‘아시향’을, 셀프다이어트 전문점 ‘아방’을 운영하고 있는 (주)산테는 유기농 녹차 전문점 ‘티하임’을 새롭게 선보였는데 창업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본죽의 ‘본비빔밥’, 멕시카나의 ‘치킨더홈’, 김가네김밥의 쭈꾸미 전문점 ‘쭈가네’ 등도 제2 브랜드 성장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식업 3대 아이템인 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에도 소리 없는 변화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2007년 성장세를 보인 쇠고기 전문점의 경우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금지 조치로 잠시 주춤하고 있으나 수입이 재개되면 다시 호황을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호주산 쇠고기를 사용하는 ‘아지매’와 미국산 쇠고기를 전면에 내세운 ‘소가미소’, 가격 파괴 한우 브랜드로 화제가 되고 있는 ‘다하누’ 등 각 국가별 쇠고기 전문점들이 각축을 벌이는 가운데 맛과 제품력을 갖춘 우량 업체를 중심으로 시장이 정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쇠고기의 성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돼지고기와 닭고기는 다양한 차별화를 통해 시장 되찾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겹살로 대표되는 돼지고기 전문점은 칼 삼겹살, 볏짚 삼겹살 등 한층 고급화되고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는 등 돼지고기 수요층을 다시 끌어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불판과 숙성 방법의 차별화이다. 대나무로 만들어진 불판을 사용하는 ‘대숲마을’, 회전판을 설치한 ‘홍초홍’, 24K특수 도금을 한 황동불판을 사용하는 ‘황금애’가 대표적이다. 숙성 방법과 곁들여 먹는 재료로 승부를 거는 곳도 있다.
이들은 와인, 매실, 된장, 허브, 벌꿀, 과일즙, 복분자, 한약재 등 다양한 숙성 방법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곁들여 먹는 재료 역시 다양하다. 콩가루, 칠리 소스, 바비큐 소스 등 소스의 차별화에서 상추가 아닌 떡으로 싸서 먹는 떡삼겹살도 있다. 이렇듯 가격이 아닌 고품질 고기와 메뉴 경쟁력 등을 갖춰 차별화 전략을 내세우는 곳은 쇠고기 전문점과의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더라도 별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대기업 브랜드까지 가세한 전통 음식 아이템도 주목

치킨 전문점은 ‘트랜스지방 제로’를 공통으로 내세우고 있다. 기름에 튀기지 않고 구워내는 바비큐 전문점들도 좋은 반응이 예상된다. 참숯 바비큐 치킨을 내세운 ‘훌랄라치킨’의 경우 여성 고객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레스토랑형 치킨 전문점 ‘치킨매니아’는 주말에는 아이를 동반한 가족 고객이, 퇴근 후에는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웰빙 열풍에 힘입어 우리 전통 음식을 주제로 한 아이템도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튀기거나 볶는 것이 아닌 삶거나 찌는 전통 조리법으로 만든 우리 고유의 음식이 웰빙 음식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해외 브랜드 수입에 집중했던 대기업들도 자체적인 외식 브랜드 개발에 나서는 등 전통 음식에 눈을 돌리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썬앳푸드’는 보리밥 전문점 ‘봄날의보리밥’으로 전통 음식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고 ‘CJ푸드빌’ 역시 한식 레스토랑 ‘한쿡’과 비빔밥 ‘카페소반’을 선보이고 있다.
한정식 전문 프랜차이즈 ‘좋구먼’과 찌개 전문점 ‘찌개애감동’을 운영하는 ‘맛있는 상상’은 연 매출액이 2백억원을 넘어섰다. 전통 음식의 대표격인 떡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떡은 쌀과 콩 등을 사용해 영양이 풍부한 반면 빵 등에 비해 칼로리가 낮아 젊은 여성들에게 다이어트 식품으로 인기가 높다. 최근에는 포장이 감각적으로 바뀌고 낱개 구입도 가능해지는 등 젊은 고객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다. ‘떡보의하루’는 커피와 함께 먹는 떡, 생일 축하용 떡 케이크 등으로 차별화하고 있다. 이러한 떡집은 적은 돈을 들여 큰 수익을 거두는 ‘작지만 강한 점포’에 속하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이런 실속형 창업자가 2008년에는 부쩍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작은 점포는 점포 비용 부담이 크지 않고, 최소한의 인건비로 운영이 가능해 결과적으로 창업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실속형 창업 케이스로 산오징어요리전문점 ‘오징어와친구들’은 33㎡ 점포 개설에 3천2백만원(점포 비용 제외), 샌드위치 전문점 ‘샌드앤푸드’는 33㎡ 점포 개설에 1천7백만원(점포 비용 제외), 샐러드 커피 전문점 ‘샐러데이’는 17㎡ 점포 개설에 2천9백만원(점포 비용 제외)이 든다. 실속형 창업과 반대되는 투자형 창업도 증가할 전망이다. 투자형 창업이란 직접 경영에 나서지 않고 창업 비용만 투자한 채 운영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방식이다. 따라서 투자형 창업은 여러 명이 공동으로 참여해 대형 점포를 운영하는 공동 창업의 형태가 많다. 투자 부담을 분산해 위험 요소를 낮추면서도 규모 있는 점포의 창업이 가능하고, 직접 경영에 나서지 않고 매월 일정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장점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투자형 창업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세계 맥주 전문점 ‘와바’는 5천만원을 투자한 창업자가 월 2백만원 정도의 수익금을 가져간다고 주장했다.
창업자 대부분은 자신이 고른 아이템이 경기의 변화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안정된 것이기를 바란다. 안정성으로 따지자면 아이들과 관련한 아이템만한 것이 없다. 우리나라 부모들의 높은 교육열과 낮은 출산율은 조기 교육 열풍과 더불어 한 아이에게 집중 투자하는 ‘골든베이비’ 현상을 가져왔다. 이는 교육 서비스 시장의 팽창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 골든베이비가 주도하고 있는 키즈 산업 규모는 지난해에 18조원에 달했으며 올해는 2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엔젤 산업으로 불리는 영유아 관련 사업은 다양한 영역으로 전문화·세분화되는 추세이다.
어린이 전용 스포츠클럽이 등장했는가 하면 어린이 화장품 전문점도 틈새 비즈니스로 주목받고 있다. 놀이와 교육을 접목한 도서 교육 교구 판매점도 성업 중이다. 1가구 1자녀라는 사회 분위기에 맞춰 육아 대행 서비스 시장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인 육아 대행 서비스인 베이비시터 서비스는 맞벌이 부부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바쁜 부모를 대신해 생일파티를 열어주는 어린이 생일파티 대행 업체도 인기다. 자녀에게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100% 반영하는 전략으로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여성은 운영하기 쉬운 업종, 청년은 소자본 무점포 업종이 유리

 
키즈 산업과 더불어 실버 산업도 성장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7월1일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는 4백81만7천6백99만명. 총 인구의 9.9% 수준이다. 지난 2000년 ‘고령화 사회’ 진입 이후 매년 20만~30만명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30년에는 세 집 가운데 한 집은 가구주의 나이가 65세 이상 노인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렇듯 우리 사회가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실버 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형 할인점에서 노인을 위한 돋보기, 미끄럼 방지 매트, 안전 손잡이 등은 꾸준한 판매율을 보이고 있고 물리 치료 용품, 건강 측정 용품, 배변 용품 등 다양한 실버 용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도 성업 중이다. 대부분의 사업이 아직 시작 단계에 머무르고 있지만 내년 7월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실시되면 고령 친화 용품 14개에 대한 정부의 자금 지원이 이루어지면서 이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노인만을 고객으로 하는 프랜차이즈 사업도 등장했다. ‘희원빌’은 노인 가정에 실버시터, 전문 간병인, 도우미 파견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이다. ‘마추미’는 노인 전문 요양 시설 프랜차이즈이다. 노인 수발 서비스와 고령 친화 용품 판매·대여를 병행하고 있다.
 
창업 주체 면에서는 여성과 청년 창업자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자아 실현과 남편의 고용 불안 등의 요인으로 2007년 창업 시장에는 ‘여풍(女風)’이 강하게 불었다. 이런 분위기는 2008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알파걸, 골드미스, 미시족에 이은 헤라족(HERA : 주부이면서(Housewives) 고등교육을 받았고(Educated) 인생 2막을 다시 시작할 수 있으며(Reengaging) 적극적이고 활동적인(Active) 여성)들이 창업에 관심을 가지면서 이들이 결국 창업 전선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성 창업자들은 독특한 컨셉트의 카페나 샌드위치 전문점, 테이크아웃 전문점 등 운영의 편의성이 높은 업종에 몰릴 것으로 보인다.
경기 침체와 여전한 취업난으로 청년 창업자들도 대거 나타날 전망이다. 이들은 경험이나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소자본 무점포 아이템이나 아이디어 업종에서 승부를 거는 것이 유리하다. 무점포 창업이 가능한 청소 대행업은 창업 비용이 저렴하고 노력에 따라 높은 수익도 얻을 수 있어 청년 창업자들 사이에 관심이 높다. 청년 창업자들에게 청소업은 더 이상 3D 업종이 아닌 친환경 생활 서비스로 인식되고 있다. 광촉매 코팅을 통해 실내 오염 물질을 제거해 주거나 무점포로 향기 관리를 대행하는 서비스도 인기이다. 이들 업종은 대부분 3천만원 이하의 비용으로 창업이 가능하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