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황혼처럼’ 안타깝고 아름답게 떠나다
  • 반도헌 기자 bani001@sisapress.com ()
  • 승인 2008.01.07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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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기증하고 세상과 이별한 ‘투혼의 복서’ 최요삼 선수
 
경기 직후 뇌출혈로 쓰러져 의식을 찾지 못해 우리를 안타깝게 했던 최요삼 선수가 지난 1월3일 세상을 떠났다. 복싱 선수로서 그가 걸어온 길은 외롭고 험난했지만 떠나는 길에는 많은 이들이 함께 했다. 최선수의 가족은 생전에 고인이 밝혔던 뜻에 따라 장기를 기증했다. 세상을 떠나면서 남기고 간 그의 장기는 사람들에게 새 인생을 선물했다. 많은 이들이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고, 장기 기증은 그들에게 따뜻한 감동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행정자치부는 프로복서로 국위를 선양하고 장기 기증으로 사회의 귀감이 된 최선수에게 체육훈장 백마장을 수여했다.
최요삼 선수의 사고로 복싱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WBO 인터콘티넨탈 플라이급 챔피언인 최선수의 대전료가 3백만원에 불과하다는 소식은 모두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한국권투위원회(KBC)의 건강보호기금이 전직 간부들의 횡령으로 바닥이 나 최선수의 병원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도 들렸었다. 한국 프로복싱이 처해 있는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세계 타이틀을 15차 이상 방어했던 장정구·유명우 선수가 국민을 열광하게 했던 이후로 한국 복싱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경제 수준이 높아지면서 헝그리 스포츠로 일컬어지는 복싱의 저변이 약해진 탓이다. 그 와중에도 한국 복싱은 최요삼, 최용수, 지인진 등의 챔피언을 배출해냈다. 이들 가운데 복싱에 끝까지 남은 선수는 최요삼뿐이었다. 최용수 선수는 이종 격투기인 K-1에 진출해 있고, 지인진 선수 역시 이종 격투기 진출을 선언했다. 3백만원에 불과한 최요삼 선수의 대전료가 이들이 복싱계를 떠난 이유를 말해주고 있다.
25년 전에 안타까운 사고로 세상을 떠났던 김득구 선수를 우리는 아직도 기억한다. 챔피언 레이 맨시니를 만나 야외 특설링에서 뙤약볕을 맞으며 난타전을 벌였던 경기는 그의 죽음과 관계없이 명승부로 기록되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을 눈앞에 두고 떠나간 그의 극적인 삶은 곽경택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기도 했다.
김득구 선수만큼이나 최요삼 선수에 대한 기억도 국민들의 가슴 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복싱에 대한 최선수의 열정과 장기 기증을 실천한 아름다운 마음이 잊혀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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