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대운하는 청계천이 아니다
  • 전남식 niceshot@sisapress.com ()
  • 승인 2008.01.14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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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만 항구냐, 대구, 광주, 대전도 항구다”
웬 뚱딴지 같은 소리냐 하겠지만 반드시 그렇지도 않은 이야기이다. 경부, 충청, 호남 운하 공사가 순조롭게 이루어져 뱃길이 뚫리면 곳곳의 내륙 도시들이 항구로서 면모를 일신하게 될 것이다. 대형 화물선이 짐을 부리고 크루즈 여객선이 관광객들을 쏟아내면 내륙의 항구도시들은 흥청거리며 활력이 흘러넘친다. 태백산에도, 계룡산에도, 지리산에도 배가 돌아다녀 ‘금수강산’ 대한민국은 수상 국가로 불려야 할 판이다.
이명박 당선인측에서는 “삽질만 남았다”라며 대운하 사업의 추진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사업이 끝난 다음의 한반도 변화상은 어떠할까. 대운하가 우리에게 무한한 희망과 번영을 가져다줄 것인가. 찬성론을 들어도 긴가민가한데 반대론까지 어지럽게 쏟아져나와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한 번 따져보자. 많은 국민은 한반도 대운하를 이명박 당선인의 야심작인 ‘청계천’의 연장선상에서 보고 있다. 대운하와 청계천은 과연 같은 개발 사업인가. 청계천 사업이 서울 시민들의 절대적 성원을 받은 것은 시대가 요구하는 개발 모드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청계천의 개발은 분명 사라졌던 자연을 되살려놓은 것이다. 지하에 갇혀 있던 하천을 지상으로 끌어내 제구실을 하게 한 것이다. 하천이 아니라 인공 어항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청계천의 부활은 서울 땅에서 인간과 환경의 공생의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서울 시민들이 아낌없이 박수 갈채를 보냈던 것도 그런 연유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대운하 사업은 청계천과 개발의 방향이 다르다. 멀쩡한 산림을 후벼 파고 흐르는 물길을 휘저어 그곳에 콘크리트 구조물을 설치한다면, 이는 곧 자연의 인공화이다. 누구나 무병장수를 꿈꾸며 자연친화적인 삶을 추구하는 21세기 한국인들의 생활 철학과는 겉돌아 결국 시대를 거스르는 셈이다. 기후 변화, 수질 오염, 생태계 파괴 등의 재앙을 우려하는 반대론에 동조해서 하는 소리가 아니다. 국민소득 3만 달러의 선진국을 지향한다면서 저개발 국가에서나 가능한 개발 양식에 매달리는 게 합당한 선택인지 묻고 싶은 것이다.
사업 자체가 시대착오적이고 득실을 쉽게 예단하기 어려운데 굳이 밀어붙일 필요는 없다.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이 대운하 사업의 실체는 모른 채 찬반론만 접하다 보니 극도로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서두를 일이 아니다. 국민 모두에게 충분히 이해하고 납득할 시간을 갖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국민적 합의가 도출된다면 더욱 강한 추진력을 가지고 성사시킬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렇지 않고 백가쟁명식의 논쟁만 부른다면 과감히 접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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