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대 곧 형성될 것” “포기가 상책”
  • 정락인 기자 freedom@sisapress.com ()
  • 승인 2008.01.14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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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대운하 찬·반 인터뷰 / 양쪽 시각 차 너무 커 실행까지는 진통 클 듯

 
찬성
/ 추부길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 정책기획팀장

“대운하 성공한다는 확신 있어…        
외국 자본과 국내 자본 컨소시엄 추진 중”

경부 운하 건설을 너무 빨리 밀어붙이는 것이 아닌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정책을 집행하는 기관이 아니다. 새 정부의 로드맵을 짜는 곳이다. 대운하 건설이 당선인의 큰 공약이기 때문에 그 계획을 잡고 있다. 내년 2월쯤에는 공사를 착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전까지는 1년이라는 시간이 있다. 이 기간 동안 충분하게 의견을 수렴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다.
국민 여론은 어떤 방식으로 수렴할 것인가?
지금 그 계획을 잡고 있다.
운하 건설을 공론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공개 토론에 나설 의향은 있는가?
우리는 누구와도 맞장 토론을 할 생각이다. 다방면의 사람들과 충분하게 토론하고 필요하면 공동 연구도 하겠다. 큰 틀은, 한반도 대운하는 반드시 실시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있다. 그러나 차분하게 준비하겠다.
국민 여론에 반대가 많다면? 그래도 추진할 것인가?
운하가 성공한다는 확신이 있다. 지금은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점차 찬성 여론으로 바뀔 것이다. 국민들을 설득할 자신이 있다. 유럽의 운하가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지면 찬성하게 될 것이다.
운하 건설을 위한 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으로 안다.
올해 상반기에는 국민들의 여론을 수렴할 것이다. 반대자와 토론도 한다. 또 환경단체와 운하 예정지를 돌면서 사전 답사도 할 것이다. 이렇게 한 후 새로운 국회가 구성되면 특별법을 통과시키겠다. 6, 7월 말쯤 특별 법안을 상정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하면 운하 건설이 어렵지 않겠는가?
그런 가정을 할 필요가 없다. 국민들은 어느 때보다도 당선인에게 기대가 크다. 잘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국민들이 그런(여당이 참패하는) 선택을 할 리가 만무하다.
민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데 순조롭게 진행될 것 같은가?
대운하 건설에 투자를 희망하는 외국 업체가 6개 정도 있다. 전액을 투자하겠다는 업체도 있다. 당선인 입장에서는 이렇게 좋은 (경부 운하 건설) 투자를 외국 업체한테 주는 것을 아깝게 생각한다. 그래서 큰 틀에서 외국 자본과 국내 자본의 컨소시엄을 추진하고 있다. 투자 비율은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업체들이 합의해서 정하면 된다.
운하 건설 계획이 구체화되면서 전국 지자체의 땅값이 들썩이고 있다.
대운하 공사는 거의 대부분 국유지 안에서 한다. 국유지를 벗어나는 곳의 민간 땅을 편입하거나 매입하지 않는다. 운하 건설은 일반적인 정부 프로젝트와는 차원이 다르다. 다만 운하 연결구간에서는 부득이하게 매입할 경우가 생긴다. 아직 운하 코스가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땅을 사면 낭패를 당할 수 있다. 터미널 주위의 땅값은 오를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추이를 유심히 관찰해서 문제가 있으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 법적인 조치를 할 것이다.
대운하 건설에 편승한 지자체들이 각종 개발 계획을 쏟아내고 있다. 이미 폐기된 계획을 재추진하려는 움직임도 있다는데.
앞으로 마련되는 특별법에는 운하 개발 계획안이 구체적으로 들어간다. 개발 계획안에 없는 것은 실행하지 않는다. 지자체가 난개발을 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감시할 것이다. 운하 옆에서 벌어지는 개발도 검증 하겠다. 이런 것을 감시하고 관리하기 위해 특별법을 띄우는 것이다.
대운하 건설에 대해 다분히 정치적인 계산이 깔려 있다는 시각이 있다.
당선인이 경부 운하 건설을 처음으로 말한 것은 1996년이다. 그 당시에 대선 표를 의식했겠는가? 아니다. 국회의원 때 공약으로 했던 말이다. 하루아침에 나온 것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의 ‘복합행정도시 건설’같이 갑자기 튀어나온 것과 비교하면 안 된다. ‘정치적’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오히려 정치적이다.  
반대론자들은 각종 수치들이 상당히 부풀려져 있다고 주장한다.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하는데.
운하에 대해 너무 모르고 하는 말이다. 환경운동연합의 어떤 분은 독일 RMD 운하가 죽어가고 있다는 말을 했는데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독일 RMD 운하의 물동량은 5배 이상 늘어났다. 환경 문제도 그렇다. 준설하는 것은 땅을 파는 것이 아니다. 원래 있던 것을 복원하는 것이다. 운하는 정원수역이어서 물이 안정적으로 흐른다.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와 비교해서는 안 된다. 해수면과 내수면의 기본적인 차이를 모르는 것이다. 운하가 발달해 있는 유럽 등에서는 기준표가 있다. 우리는 그런 모든 자료를 가지고 수치를 제시한 것이다.
대운하 기획에 참여한 학자들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말이 있다. 예를 들어 물류를 말하면서 물류 전문가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물류 기업에 있는 사람들도 참여하고 있다. 물동량을 알아보기 위해 물류 회사들을 방문해서 직접 조사했다. 수치를 내놓는 것은 그냥 내놓는 것이 아니다. 프랑스나 네델란드 등 운하가 발달한 나라를 보면 운하 물동량이 급증하고 있다. 운하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곳은 대부분 물류 국가이다. 전문가가 없다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

 
반대
/ 홍종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운하 지나가는 지역 땅값 10배나 폭등득은 적고 실은 많은 국가 경제적 재앙”

경부 운하 건설을 놓고 찬·반 논쟁이 한창이다. 현 상황을 어떻게 보는가?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꾸려졌다.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는 “모든 공약이 잘 될 것이다”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인수위가 한 번 심호흡하고 한 템포 줄여서 가야 한다. 운하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각 지역의 터미널 건설이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운하가 거치는 지역의 땅값이 10배나 뛴 곳도 있다. 땅값은 참여정부 때 가장 실패한 부동산 정책 아닌가. 이런 실정이 재연되고 있다.
경부 운하 기획에 참여한 학자들과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반응은 있나?
없다. 환경이나 토목 전문가들을 제쳐두고라도, 최소한 경제학적 관점에서 운하 사업의 타당성을 연구한 사람들은 토론 제의를 받아들여야 한다. 내가 보기에 운하 사업은 전형적인 국책 사업이다. 국책 사업은 타당성 검토가 필수적이다. 운하를 연구한 사람들이 공론화된 장소에 나와서 타당성을 주장해야 한다. 학계의 분위기도 더 공론화되어야 한다는 쪽이다. 선배·동료 교수들을 사석에서 만나면 문제가 많다고 말한다. 그런데도 학회 차원에서 심층적인 검토가 없다.
환경 파괴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찬성측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경부 운하가 환경 개선 사업이라는 주장은 너무나 위험한 발언으로 들린다. 운하를 이용하려면 댐을 건설해야 한다. 댐과 댐 사이의 물 수위를 일정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 당연히 물은 정체될 가능성이 높고, 정체된 물은 썩기 마련이다. 굳이 생태 환경까지 갈 필요가 없다. 강이나 하천의 밑바닥 골재를 드러내면 환경적인 변화가 온다. 당장 식수원 오염이 우려된다. 부산 시민들은 낙동강을 취수원으로 사용하는데 운하가 건설되면 오염된 물을 마셔야 한다.  상수원을 희생하면서까지 사업성이 불투명한 운하를 왜 건설하려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당선인은 경부 운하를 건설하면 ‘실’보다 ‘득’이 훨씬 많다고 주장한다.
얼마 전 한국은행의 퇴직 임원이라는 분의 전화를 받았다. “제발 후손을 생각해서라도 운하 건설에 신중해야 한다”라고 말하더라.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찡했다. 운하는 한 번 건설을 시작하면 회복이 불가능하다. 그 실책은 후손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엄청난 대가를 치루어야 한다. 이명박 당선인이 ‘득’을 강조하고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경제·환경적인 측면에서 효과가 불분명하다. ‘득’은 적고 ‘실’은 엄청나다. 국토 훼손, 환경 문제 등을 따져보아도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많다. 결국 운하가 건설되면 장기적으로 재앙을 초래할 것이 뻔하다. 터미널, 안전, 홍수 등 여러 가지를 놓고 위험 관리를 해야 한다. 운하 건설을 시작하기 전에 다양한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고 말하는 근거는?
아직 노선이 확정된 것은 아니어서 엄밀한 분석은 불가능하다. 내가 분석한 것도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투입 대비 산출, 비용 대비 경제 효과 등은 문제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경부 운하에 대한 비용 대비 편익을 산출해보았다. 연구의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공사비, 물동량 전환율, 시간 가치 등을 포함해 8개의 시나리오를 분석했다. 그 결과 비용 대비 편익 비율이 크게는 0.28, 적게는 0.005 수준에 불과했다. 다시 말해 100원을 투입하면 최대 28원 이상 나오지 않는 사업이라는 의미이다. 한마디로 국가 경제적 차원에서 보면 엄청난 손해를 끼칠 사업이다.
경제성을 과장하기 위해 ‘뻥튀기’를 했다는 말인가?
당선인측에서 주요 편익으로 잡은 것이 물동량 전환 효과이다. 기존의 수송비가 절감되고 교통체증이 완화된다는 뜻으로 편익을 잡은 듯하다. 이런 것들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물동량이 실제로 넘어와야 한다.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서울과 부산의 도로 컨테이너 물량 80%가 경부 운하를 이용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경부 운하 건설에 따른 물동량 전환 효과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당선인측에서는 독일을 벤치마킹했다고 한다. 내가 독일 내 모든 운하의 내륙 물동량 처리 비중을 톤·km 기준으로 따져보았는데 13%에 불과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물류 비용에 대한 국제 비교 결과(2000년 기준)에 의하면 한국은 12.5%이다. 반면 독일은 이보다 훨씬 큰 15.3%로 나타났다. 미국·일본은 약 10% 수준이다. 경부 운하 건설이 물류비 감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증가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이당선인은 경부 운하도 청계천의 연장선상이라고 말한다.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
청계천 복원 사업·경부고속도로 건설과 경부 운하는 완전히 다르다. 청계천은 구정물을 강물로 바꾸는 사업이지만, 경부 운하는 식수원을 구정물로 바꾸는 사업이다. 환경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죽이는 사업이다. 1960년대 당시 도로를 이용해서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려면 15시간에서 20시간을 가야 했다. 경부고속도로가 건설되면서 서울-부산 간 이동 시간을 3분의 1로 단축시켰다. 시대를 역행하는 사업이 아니었다. 경부 운하는 결코 제2의 경부고속도로가 될 수 없다. 이당선인은 “청계천 복원 사업도 많은 사람이 반대했지만 실행했다. 경부고속도로도 처음에는 반대하는 사람이 많았다”라고 말한다. 즉 “반대 의견이 많더라도 나는 한다. 그리고 반드시 성공한다”라는 등식이다. 나는 이런 생각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당선인이나 한나라당에 대한 반대는 아닌가?
인수위원회나 찬성하는 측에서 이런 생각을 하면 큰 오산이다. 탈정치를 해야 한다. 선진국 어느 나라에서도 대통령 후보가 국책 사업을 가지고 공약을 내세우는 곳은 없다. 표심을 자극하는 공약이다. 정치 문화가 성숙한 나라에서는 금도나 마찬가지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국내 최고 전문가나 외국 전문가들을 동원해서 타당성 검사를 다시 해야 한다. 객관적인 타당성 검사가 된다면 나는 빠지겠다. 겸허하게 결과를 기다리겠다.
경부 운하를 포기하는 것이 최선책이라는 말인가?
이명박 당선인은 국민의 큰 지지를 받고 당선되었다. 국가적으로 얼마나 산적한 일이 많은가. 사교육 문제, 실업 문제와 일자리 창출, 새로운 사업 구상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이런 중대한 문제를 앞에 두고 논란이 많은 경부 운하를 건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너무 빨리 속도를 내는 것도 문제이다. 당선인은 선거 기간 중에 “최고 전문가들을 동원해서 검토하겠다” “특별법을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건설 업체 대표들을 불러서 회의하고, 운하 건설 사업이 결정되었다고 공언하는 것을 보면 이 사업을 깊이 있게 검토하겠다는 진정성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눈앞에 닥친 여러 가지 현안들이 있다. 외국은 큰 건설 사업을 하는 데 몇 년씩 타당성 검토를 한다. 독일은 운하를 건설하는 데 32년 걸렸다. 우리도 (운하건설에  있어서)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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