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생활은 ‘3층 보장’으로
  • 정은호 (제로인투자자문 대표) ()
  • 승인 2008.03.10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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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제도는 무엇이며 어떻게 운용되나

2005년 12월1일 많은 논란을 거쳐 퇴직연금 제도가 최초로 도입되었으니 벌써 햇수로 3년이 지나고 있다. 퇴직연금 제도는 외국에서 널리 시행되고 있는 기업연금 제도(corporate pension plan)와 동일한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기존의 퇴직금 제도를 대체하는 의미에서 퇴직연금 제도로 불리고 있다.
기존의 퇴직금(퇴직일시금) 제도는 근로자가 퇴직시에 지급받는 급여의 수준이 사전에 결정되어 있는 제도로서 근로 연수 1년당 30일분 이상의 평균 임금(최종급여 비례 방식)을 퇴직 시점에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이러한 퇴직금 제도는 5인 미만의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아 42.8%에 해당하는 근로자들에게는 이러한 퇴직금 수급 자격이 없는 상황이다. 또한 퇴직금을 퇴직보험이나 퇴직신탁 등의 형태로 외부에 적립함으로서 실질적으로 근로자들의 수급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가 마련되었으나 사외 적립은 사업주 재량에 맡겨져 있어 수급권이 보장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기존 퇴직금 제도는 노년 대비용이 아니어서 ‘대체’ 필요

1990년대 후반부터 확대된 퇴직금 중간정산 제도는 은퇴 이후의 생활 자금 마련이라는 퇴직금의 의미를 더욱 희석시켰다. 1999년 자료에 의하면 3백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퇴직금 중간정산을 받는 경우가 28.5%, 3백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절반이 넘는 50.2%에 달해 퇴직금이 근로 기간 중간에 생활 자금으로 소진되는 경우가 일반화되었다. 또한 2005년 노동부 통계에 의하면 100인 이상 사업장의 48.4%가 연봉제를 도입함으로써 실질적으로 퇴직금 제도를 없앴다.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전되고 있다. 2005년 통계청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당시 55세에서 79세에 이르는 국민의 평균 직장 근속 기간은 20년 10개월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 당시 평균 수명이 76세임을 감안하면 은퇴 이후 23년간 소득이 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최근의 평균수명 증대와 고용 기간 단축을 감안하면 상황은 더욱 암울해진다. 이러한 노년의 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강제적인 국민연금 제도이다. 문제는 국민연금이 1980년대 이후 출산율의 감소와 기대 수명의 극적인 증가로 인해 재정이 점차 고갈되고 있다는 점이다. 1994년 미국이 채용하고 있는 연금 제도가 정상적으로 유지되기 위해 다음 세대는 소득의 82%를 세금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이 그런 예이다.
결국 1994년 세계은행은 전세계적인 노년의 위기와 그 대책에 대한 연구를 ‘노년 위기의 회피’라는 보고서를 통해 발표하게 되는데 여기에서 최초로 ‘3층 보장 제도(three pillar system)’의 개념이 정립되었다. 3층 보장 제도의 핵심은 강제적인 국민연금(공적연금)의 도입을 통해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소득을 지급하고 노동 기간 동안에 기업연금 (우리의 퇴직연금)의 추가적인 불입을 통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추가적인 소득을 확보하며, 개인연금(사적 연금)의 납입을 통해 여가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세 가지 보장 방안을 표준으로 제시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988년 국민연금 제도가 도입되었고, 1994년 개인연금이 실시되었으며, 2005년 퇴직연금이 도입됨으로써 비로소 3층 보장이 완성되었다.
퇴직연금제는 크게 확정급여형(DB형)과 확정기여형(DC형) 두 가지로 나뉜다. 확정급여형은 근로자가 은퇴 이후에 받게 될 급여가 사전에 확정되는 구조이며 여기에 필요한 적립금은 회사가 부담한다. 회사는 사외에 적립된 퇴직금에 해당하는 부분을 여러 자산에 투자하게 되며 투자 성과가 지급할 연금 급여에 미달하는 경우 회사가 부족분에 대해 책임을 지게 된다. 독립적인 자금을 구성해 회사의 책임 하에 운용된다는 점을 제외하면 근로자 입장에서 현재의 퇴직금 제도와 별 차이가 없다.
반대로 확정기여형은 사용자가 퇴직금에 해당하는 부분을 근로자의 개인별 계좌에 불입하고 근로자는 이 금액을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구조이다. 높은 수익률을 내는 자산에 성공적으로 투자했다면 퇴직금 제도에 비해 훨씬 많은 금액을 받게 된다. 투자에 익숙하지 않은 근로자들은 주로 확정급여형을 선호한다. 그러나 전세계적인 추세는 확정기여형으로 옮겨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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