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1백70석” 민주당 “90석”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 승인 2008.03.2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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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전문가들의 판세 전망 / ‘친박’ 세력 탈당, 한나라당 지지표 이탈 부를 듯

 
'여당의 안정론이냐, 야당의 견제론이냐.’ 다가온 4·9 총선은 10년 만에 정권이 교체된 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선거다. 그런 만큼 ‘안정’ 대 ‘견제’라는 여야 간 대립 구도가 명확하게 형성되어 있다. 보름여 앞으로 다가온 투표일까지 민심의 무게추가 어느 방향으로 기우느냐에 따라 최종 성적이 판가름날 것으로 전망된다.
선거 전문가들은 여당인 한나라당이 총선 경쟁에서 통합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을 앞지르고 있다는 점에 대체로 동의한다. 대선 승리의 여세를 몰아 대부분 1백50석 이상 과반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하지만 당 지지율이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공천 반발에 따른 ‘친박 진영’의 이탈 등이 악재로 작용해 당초 기대했던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한나라당 ‘과반 의석’ 확보하나
황인상 P&C 글로벌네트웍스 대표는 “한나라당이 당초 기대했던 2백석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과반 의석 이상을 확보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총선 구도를 뒤집을 만한 대형 이슈가 아직까지 형성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라는 설명이다.
황대표는 “친박 연대 및 무소속 출마가 정치적 실험에 성공하면 한나라당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겠지만 박근혜 전 대표가 탈당하지 않는 이상 친박 전선을 형성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라고 내다보았다. “급조된 정당으로 국민의 동의를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라는 지적이다. 다만 ‘친박 성향’이 강한 영남권 일부에서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규철 글로벌리서치 이사는 “한나라당이 1백80석 이상에서 예상 의석 수가 줄어들었지만 1백50석에서 1백60석까지는 얻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김이사도 “친박 연대나 무소속 출마의 파괴력은 선택적으로 나타날 것이다”라고 관측했다. 지역 상징성을 지닌 몇몇 후보의 당락 여부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겠지만 여야 대립 구도가 강한 수도권에서 경쟁력을 갖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임상렬 리서치플러스 대표는 “친박 진영이 영남 정서를 대변하는 대안으로서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여부가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라고 관측했다. 친박 무소속 연대가 일차적으로 영남권에서 수용이 될 경우 수도권으로 파급력이 확산되어 양당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윤경주 폴컴 대표는 “현 시점에서 한나라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지만 확신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라고 내다보았다. 우선 경제 불황 자체가 여당에게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윤대표는 또 “친박 진영의 이탈로 인한 구도 변화가 영남권의 무혈 입성을 가로막는 한편 수도권에서도 보수 성향의 표를 분산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라고 내다보았다.
본격적인 총선 국면에서 어떤 정책 공약이 이슈가 되느냐도 변수로 지적되었다. 윤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인물 경쟁 구도가 강했다면 이번 총선에서는 정책 대립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이 여당 프리미엄을 살려 경기 부양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도 제기되었다.
박성민 민기획 대표는 지난 대선과 달라진 선거 구도를 변수로 꼽았다. 박대표는 “노무현 정부에 대한 심판이 아닌 이명박 정부의 초기 평가를 중심으로 전선이 형성될 것이고, 정권 교체라는 목표로 인해 결집했던 한나라당 지지층의 응집력이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예상했다. 이와 함께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후보 진영과 친박 세력의 이탈 현상이 한나라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민주당 ‘견제 세력’ 자리 잡나
민주당은 상대적으로 전망치가 높아졌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당초 예상보다 많은 의석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점쳤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통합에 따른 지지층 결집 효과와 거대 여당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동하기 시작하면서 한나라당과의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김규철 이사는 “민주당이 80석에서 90석의 의석을 확보할 것이다”라고 예측했다. 주요 변수 이외에 ‘문국현 효과’가 민주당 득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서울 은평 을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이재오 의원과 대결하는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의 선전으로 “민주당이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다”라는 분석이다.
김이사는 “젊은 층의 투표율이 올라가 선거구별로 1천 표 내외의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이득을 민주당에서 흡수할 수 있다”라고 관측했다. 이와 함께 인터넷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 신드롬도 민주당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는 요인으로 꼽혔다.
윤경주 대표는 “민주당이 100석 의석을 확보하는 것도 가능하다”라고 내다보았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정책 혼선과 내각 인선 파동 등 정부·여당의 실책이라는 외부적 요인과 함께 공천 결과 후보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내부적 요인이 작용할 경우 한나라당과 50석 안팎으로 의석 수 차이를 좁힐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공천 개혁’이 뒷심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평가와 함께 ‘총선 콘텐츠’가 제시되지 않으면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황인상 대표는 “박재승 위원장을 중심으로 당의 혁신과 쇄신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공천 결과가 국민의 요구에 부합했는지는 다시 따져보게 될 것이다. 손학규 대표 체제가 새로운 모습으로 비칠지 과거 여당 시절의 재판으로 비칠지는 지켜보아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임상렬 대표는 “견제론이 민주당에서 호소할 수 있는 핵심 이슈가 될 수는 없다. 국민은 견제 이유를 물을 것이다. 지지율이 워낙 바닥이어서 20%선까지 올라서기는 했지만 총선에서 구체적인 콘텐츠 없이 상승세를 이어가기는 힘들다”라고 내다보았다.

 ‘제3의 정당’ 영향력은
대다수 전문가들은 ‘제3의 정당’이 총선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회창 총재와 심대평 대표를 앞세운 자유선진당이 충청권에서 ‘3강 구도’를 형성하며 교두보 마련에 성공할 가능성이 크지만 다른 지역으로까지 세력을 확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임상렬 대표는 “특별한 변화가 없다면 이번 총선은 양당 구도로 갈 것이다”라고 내다보았고, 황인상 대표는 “선진당이 충청권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며 ‘제3의 견제론’을 형성할 수는 있지만 일정한 한계가 있을 것이다”라고 내다보았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으로 양분된 진보 진영의 총선 전망은 더욱 어두워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황대표는 “대선 이후 사회가 더욱 보수화되고 있고 분당 과정이 경쟁이 아닌 분열로 비쳐 진보 세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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